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무상 임대
장애인 채용 사업주에 1인당 1000만원 이내, 최대 2억원까지 지원
대체 보조기기 없는 경우, 근로지원인 서비스로업무 효율성 높여
광운전자공업고 국어 교사 김대선씨. 2009년 1월 스키를 타다 펜스에 부딪치는 사고로 흉추 4번이 손상, 하지 마비 중증 장애인이 됐다. 2년 동안 치료를 받은 후 2011년 고등학교에 복귀했으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교사를 채용한 경험이 없는 학교의 교무실, 화장실 문턱, 계단 등이 그를 맞이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학교 측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 문을 두드렸다. 공단은 김씨가 교실과 교무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학교 안의 각종 문턱을 없애고 자동문을 설치했다. 이뿐 아니다. 서서 수업할 수 있도록 ‘전동 특수 작업 의자’를 지원했고, 휠체어가 탁자 밑으로 쏙 들어갈 수 있는 ‘보조 공학 테이블’과 ‘높낮이 조절 교탁’을 설치했다. 김씨는 “처음 장애인이 돼 교단에 섰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걱정했다”며 “달라진 장애인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의 ‘홀로서기’ 돕는 보조 공학기기 지원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고나 질병으로 생긴 후천적 장애가 전체 장애의 90%를 차지하고 있다(2011년). 직업을 갖고 있다가 갑작스레 장애인이 될 경우, 선천적 장애인보다 훨씬 적응이 어렵다. 일상생활부터 직업활동까지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돕는 보조기기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유명한 서울대 이상묵 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사례처럼, 최근 IT와 첨단 ‘보조 공학기기’의 발달로 장애인에게 불가능한 직업 영역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이형민(37·시각 3급)씨는 특이한 시력 장애가 있다. 왼쪽 눈만 보이지 않는데, 문서 색깔을 반전해서 볼 때만 제대로 볼 수 있다. 힘들게 입사했음에도 연구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다. 이씨를 위해 공단은 보조 공학기기를 물색했고, ‘마이리더’라는 확대 독서기와 ‘줌텍스트’라는 화면 확대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씨는 지금 연구를 위한 전문 서적과 서류, 일반 컴퓨터 화면을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조 공학기기 무상 임대, 장애인 1인당 1000만원까지 지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04년부터 장애인의 불편과 직업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 공학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장애인 6000여명이 지원받는데, 이 중 60% 이상이 중증 장애인이다. 보조 공학기기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정보 단말기, 확대 독서기, 점자 프린터, 음성 출력기, 화면 확대 소프트웨어를 비롯, 지체 장애인용 특수 키보드와 마우스, 특수 작업 의자, 높낮이 조절 작업 테이블, 청각 장애인용 화상 전화기와 소리 증폭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음성 메모기, 책장 넘기는 도구, 수화기 홀더, 팔 지지대, 필기 보조도구, 원고 홀더 등 사무 보조용 기기도 있다.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는 사업주가 이 보조 공학기기를 무상으로 빌릴 경우 장애인 1인당 1000만원 이내(중증 장애인은 1500만원 이내), 무상 지원과 맞춤 지원은 장애인 1인당 300만원 이내로 지원받을 수 있다. 장애인을 여럿 고용한 사업장이라면, 사업장당 무상 임대는 최대 2억원 이내, 무상지원·맞춤지원은 각 5000만원 이내로 지원된다.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장애인에게 보조 공학은 신체기능 일부를 담당할 뿐만 아니라 직업으로,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게 해주는 통로가 된다”며 “보조 공학이 장애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근로지원인 서비스, 장애인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부수 작업 도와
만약 특정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대체 보조 공학기기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서류를 읽어주고, 회의나 교육 중 수화 통역을 해주고, 물품을 들어올리거나 잡는 것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근로지원인 서비스’는 바로, 중증 장애인이 직접 수행하기 힘든 신체적 작업이나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드는 부수적인 작업을 도와줘 장애인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시각 장애 1급인 이재서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 교수는 ‘내게 남은 1%의 가치’ 저자이자 장애인을 위한 선교 단체인 세계밀알 창립자로 유명하다. 열다섯살 때 갑작스러운 실명을 겪었으나,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근로지원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 근로지원인이 그의 업무 중 부수적인 업무를 지원해 주는 것인데, 전문 서적이나 연구 자료를 검색하여 이씨에게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과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추가 업무를 덜어주고, 효율성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 여부를 고민하는 사업주를 위해서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되면, 시간당 500원(월 최대 5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단에서 지원받는다. 중증 장애인 근로자가 사업주 동의를 얻어 공단에 신청하면, 보조 공학기기 사용 여부, 직장 여건 등을 고려해 월 최대 100시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성규 이사장은 “보조 공학, IT 등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개발과 이에 대한 기업의 투자,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 사회가 장애 없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