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병원 모금 문화 바꾸는 의사 5인방

“직업은 의사, 기부 전도사로도 유명하죠” “기부는 의술 중 하나… 환자의 상황도 함께 고쳐야 완치” 지난 5월 기준, 전 세계 대부호들이 기부를 약속하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운동에서 빌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를 포함한 143명의 부자 중 72명이 의료 분야에 나눔을 선언했다. 국내 병원들도 수익 대부분을 진료비에 의존하는 데서 탈피, 의료 공공성을 되찾기 위해 ‘기부자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누구보다 환자와 현장을 잘 아는 의사들이 직접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로 나서고 있다. 연세의료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이화의료원 등 대표 주역 5인방을 만나봤다. 편집자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교수, “병원 모금 문화 정착 위해 1만번 거절도 이겨내” “사람들이 의사 이야기는 잘 경청해요. 귀를 열어주니 ‘기부가 좋다’는 이야기도 좀 더 들려줄 수 있죠(웃음).” 전(前) 청와대 의무실 실장이기도 한 김원호<사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 내시경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명의이자, ‘기부 전도사’로 유명하다. 모교 대학에 지금까지 1억원가량의 장학금을 기부해온 김 교수는 병원 발전도 ‘기부’에 달렸다는 생각에 2006년 연세의료원 초대 발전기금사무국장을 맡았다. 부푼 꿈으로 선진국의 모금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은 물론 비영리학회들을 직접 찾아다녔다는 김 교수는 “모금 관련해 100여 개 질문을 만들어 가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MD앤더슨·존스홉킨스·메이요 클리닉 등 미국 유수의 병원들은 매년 수십억원의 기부금 덕분에 불법체류자들도 치료해줄 수 있었고,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부문화도 걸음마 단계였던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 기부가 필요하다는 걸

‘골칫덩이’에서 진정한 축구 선수가 된 아이들… “우승으로 보답할게요”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D-22 베트남 대표 선수단 진출 확정 후 격주 합숙 돌입… 응원 이어져 “한국 후원자에게 꼭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골키퍼 타잉(13)군은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말했다. 타잉군을 만난 건 지난달 27일, 베트남. 전 세계 10개국 기아대책 결연아동이 참가하는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참여를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연습경기 훈련은 그야말로 실전을 방불케 했다. 일 대 일 수비를 하다 잽싸게 공을 가로채기도 하고, 과감한 장거리 슈팅도 이어졌다. 그때마다 순간 속도 100㎞ 이상인 공을 백발백중 막아낸 타잉군. 손바닥은 이미 벌겋게 부어 있었다. 타잉군이 축구를 시작한 건 외로움 때문이라고 했다. 집 나간 아버지 대신 어머니는 먹고살기 위해 어린 타잉군을 홀로 두고 일을 나갔고, 그의 유일한 친구는 ‘축구공’이었다. 하지만 희망월드컵 대표팀에 뽑힌 후 전문 코치도 생기고, 한국후원자들 덕분에 ‘데뷔 무대’까지 갖는다는 생각에 타잉군은 요즘 하루하루가 설렘의 연속이다. “몇 달 전부터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어요. 한국 후원자를 만나면 고마운 마음을 직접 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웃음)”  ◇후원으로 새 삶 찾은 아이들… 희망월드컵으로 협력 배워가 타잉군을 포함해 베트남 대표단, 희망 FC의 선수 11명은 한국 후원자들과 일 대 일 결연을 맺은 게 ‘행운’같다고 한다. 팀에서 가장 빠른 여자선수인 리(14)양은 2009년 후원받기 시작해 2년 전 심장병을 고치고 올해 대표 선수단에 뽑혔다. 공격수 쭝(14)군도 7년 전부터 후원을 받으며, 집안에선 월남전 이후 처음으로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 쭝군의 아버지 히오우(39)씨는

전화 한 통으로 허문 19개 언어 장벽

통역 자원봉사단체 ‘비비비 코리아’ 자원봉사자 4000여명 참여 24시간 무료 통역 서비스 제공 10년 이상 장기 봉사자 1000여명 다문화 가정 등 상담 역할까지 지난해 11월 밤 11시, 60대 태국인 여성이 한국행 비행기에서 갑작스레 사망했다. 시신 수습과 장례 절차 등이 시급했지만 동승했던 유가족은 공항에서 넋 놓고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도 태국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한밤중 주한 태국 대사관과도 연락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항공사 직원이 바로 연락한 곳은 전화로 통역 자원 봉사를 해주는 비영리 단체 ‘비비비(BBB) 코리아’였다. 곧바로 10년 차 태국어 재능 봉사자인 김형규(51)씨가 연결됐다. 그는 직원에게 항공사 매뉴얼을 설명 들은 뒤, 유가족에게 앞으로 절차와 해야 할 일들을 상세히 통역했다. 김씨는 “자국어로 위로와 도움을 받자 유가족이 마치 지인을 만난 듯 참고 있던 슬픔들을 쏟아내며 울어 함께 마음이 착잡해졌다”고 당시를 기억하며 말했다. “통역은 단순히 언어만 전달하는 것이 아녜요. 미묘한 말 한마디로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마음을 나누기도 합니다. 그렇게 언어 장벽을 넘어 문화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BBB 코리아죠.” ◇19개 언어 24시간 통역 지원… 수만명 재능 기부자 힘 BBB 코리아는 2004년 설립돼 현재 영어·일본어·중국어는 물론 인도네시아어·몽골어 등 총 19개 언어를 365일 24시간 무료로 통역해준다. 이용도 대표번호(1588-5644)로 전화하거나 ‘BBB 통역’ 앱을 실행해 필요한 언어를 선택만 하면 즉시 통역자에게 연결돼 간편하다. 덕분에 해마다 이용자가 증가, 지난해에는 8만건의 통역이 이뤄졌다. 이 서비스를 이끌어가는 건 자원봉사자 4000여명이다. 모두

위안부 할머니도 ‘케이팝스타’ 꿈꾸는 평범한 소녀였단 걸 아시나요.

위안부 문제 색달리 해석한  <푸른 늑대의 파수꾼> 작가 김은진 인터뷰10년 간 문제 고민, 5년 자료 조사 끝에 출간…제9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위안부 편견 깨고 할머니들 상상 속에서라도 행복 느끼게 하고파 시‧공간을 초월하며 잘못된 과거를 바로 잡는 스토리로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나인’, ‘시그널’. 그 통쾌한 전개를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적용해 주목 받는 작품이 있다. 바로 제9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푸른 늑대의 파수꾼>이다. 방학을 맞아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에 봉사활동을 간 열여섯 살 소년 햇귀. 우연히 발견한 시계태엽을 감았다 1940년대 일제강점 하의 경성에 떨어지고 만다.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할머니 수인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기 전 소녀시절을 마주한다. 하루코라는 딸을 둔 일본 관리 집에서 식모로 일하면서도, ‘가수’라는 꿈을 키우던 때였다. ‘할머니의 고통스런 기억을 없애드릴 순 없을까?’ 햇귀는 소녀 수인을 구하고자 하루코에게 일본의 조직적인 성노예 모집 사실을 설명하지만, 하루코는 “우리 아버지는 항상 조선인들을 위해 일한다고 하셨는데…” 라며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코는 아버지가 주도한 경성 위안단 모집 트럭에 오르고, 결국 하루코와 수인의 운명은 처음과 달라진다. “할머니들의 청춘도 ‘케이팝스타’를 꿈꾸는 요즘의 소녀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의 우리처럼 평범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했단 것도요. 더불어 누구든 무차별적인 폭력 하에서는 희생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하려 했어요.” 지난달 7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푸른 늑대의 파수꾼>의 저자 김은진(45) 작가는 작품에 담은 생각을

“음악으로 배운 자신감, 音樂으로 나눌 거예요”

CJ문화재단 ‘튠업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음악’이에요. 친구들이랑 합주하는 게 제일 재밌죠. 열심히 배워서 나중에 후배들에게도 돌려줄 겁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다솜학교’ 음악실에서 만난 백영강(18·다솜학교 3년)군이 자신 있게 말했다. 이 학교는 다문화가정 2세를 위한 대안학교다. 백군 역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008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로 한국어가 서툴러 말수도 줄고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았다. 2년 전, 그를 바꾼 결정적 계기는 인디밴드 ‘뷰티핸섬’ 김지수(32)씨와의 만남이었다. 김씨는 학교를 찾아와 피아노를 가르쳐줬다. “처음엔 실수할까 봐 무서웠는데, 선생님이 옆에서 ‘틀려도 좋으니 마음껏 해봐’라고 응원해주셨어요. 점점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제 어떤 음악이든 10초 안에 첫 줄을 외워 칠 정도로 실력도 늘었죠.” 백군의 멘토인 김씨에겐 또 다른 사연이 있다. 2014년 인디밴드 사정이 어려워 해체 위기까지 몰렸을 당시, CJ문화재단의 신인 음악가 지원 사업인 ‘튠업(Tune Up)’에 선정돼 터닝 포인트를 맞았던 것. 김씨는 “지원과정에서 배우고 받은 게 많아, 미래 세대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뷰티핸섬 외에 마오가니킹 등 16명의 인디음악가가 매주 다솜학교에서 ‘튠업 음악교실’을 연다. 모두 튠업 사업의 지원을 받은 멤버들이다. 나눔이 나눔을 낳은 것이다. ‘신인 예술가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류도 이어진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철학을 바탕으로 CJ문화재단은 2010년 ‘튠업’ 사업을 시작, 역량은 있지만 아직 앨범을 내지 못한 음악가들을 선정해 정규 음반 발매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일본·유럽 등 해외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임신부도 즐겨 먹는 집밥 같은 피자… 1판당 100원씩 적립, 배달업 종사자 도와”

‘피자 알볼로’ 이재욱·이재원 형제 사회공헌 거점 ‘카페정류장’ 동네 주민 위한 쉼터·야학당으로동네 맛집 가이드북 만들어 지역 상권 활성화 앞장 안심 피자로 입소문, 연매출 1200억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 뒤편 1㎞가량 골목길. 이곳엔 동네 피자 가게 ‘피자 알볼로’가 마련한 사랑방이 있다. 이름은 ‘카페정류장’. 1층은 동네 주민이나 인근 상인들이 반값에 음료를 마시는 쉼터이고, 2층은 저녁이면 야학당으로 바뀐다. 토요일엔 아예 무료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인적 드문 동네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은 이들은 ㈜피자알볼로의 이재욱(39) 대표와 이재원(37) 부사장 형제다. 중소기업이 벌이는 사회공헌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회사 직원들은 카페정류장 야학당에서 중국어, 마케팅 기법, 홈페이지 디자인 등 재능기부로 강연한다. 방수준 피자알볼로 기획실장은 “3개월마다 한 학기로 진행해, 지난달 끝난 4기 과정까지 20여명 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월 5만원만 내면 현직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다 보니, 지금까지 400여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고 기수당 강좌도 시작 당시보다 2배 늘어 평균 20여개가 진행된다. 특히 수강생들이 강의를 모두 배운 후엔 작품이나 재능을 지역 주민이나 인근 상인에게 기부하게 한다. 이뿐 아니다. 3년 전부터 직원 70여명은 매주 요일별로 인근 식당에 점심식사를 예약해 먹는 ‘식탐원정대 환승투어’를 이어가면서 주변 소상인들을 고루 돕는가 하면, 일부 직원은 미슐랭가이드처럼 동네 맛집 가이드북을 제작해 일정 횟수 이상 이용 시 알볼로피자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제작비 등은 모두 회사 후원으로 이뤄진다.이재원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평범한 사람이 모여 조금씩 변화를

사람 키우는 사회공헌… 기자·사회적기업가 등 공익 현장으로 진출

국내 최초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국내 사회공원 3조원 시대사각지대 발견해 이슈화하고 사회문제 해결하는 전문가 필요6개월간 공익·저널리즘 분야 교육 “이제 기자도 전문성이 있어야 살아남죠.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6기 과정을 시작으로 제 전문 분야를 공익 영역에서 찾을 겁니다.”(정다솜·25) “NGO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가 될 거예요. 청세담을 통해 두 영역 모두를 배우고 싶어요.”(김설희·27) 지난 8일, 광화문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 교육장에서 진행된 청세담 6기 입학식 현장. 포부를 밝히는 청년 35명의 열정은 뜨거웠다. 청세담은 현대해상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이하 더나은미래)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소셜에디터(공익 전문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국내 최초 공익 저널리즘 사관학교라고 하는 청세담은 2014년 1기를 시작으로 3년간 소셜에디터 140여 명을 양성했다. 이날 입학식에선 국내외 미디어 최신 트렌드와 카드뉴스 제작 강의 및 실습이 진행됐다. 감각적 카드뉴스로 페이스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웅구 체인지그라운드 대표는 이날 강의에서 “카드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며 “신기술에 밝은 사람, 아이디어를 잘 표현하는 사람, 인맥이 넓은 사람 등을 찾아 내용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률 3대1을 뚫고 선발된 청세담 6기생들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저널리즘과 공익 전반을 배우게 된다. 현대해상 CCO 신대순 상무는 “청세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이 성장하고 사회의 좋은 재목이 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람을 키우는 사회공헌… 청년의 꿈 키우고 사회문제 해결한다 사회공헌 3조원 시대다. 세전 이익 대비 3.5%의 비용을 사회공헌에 지출하고, 사회공헌

가장 용감한 엄마 ‘청소녀미혼모’ 지원 대안학교, ‘자오나학교’

“학교는 마치 엄마가 있는 친정집 같아요.” 지난 5월,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자오나학교’에서 만난 이선민(가명‧18)씨가 웃으며 말했다. 자오나학교는 청소녀미혼모(25세 미만) 및 위기청소녀를 위해 주거 및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 대안학교다. 이씨는 2년 전 이곳에 왔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쉼터를 떠돌며 과자와 음료수로 허기를 채우다 이가 온통 썩기도 했다는 그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뻤다’며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만, ‘미혼모’라는 세상의 편견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따가웠다고 한다. 그 용기를 유일하게 받아준 게 자오나학교였다. 아이와 함께 있을 곳을 수없이 찾다 출산 직전 알게 된 이곳에서 이씨는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를 키우고 양육법을 배우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최근엔 회계공부도 시작했어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끝까지 도전할거예요.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돼야죠(웃음).” ◇피보다 진한 ‘나눔’으로 미혼모‧위기청소녀들의 부모 돼주는 ‘자오나학교’ 자오나학교에 들어서자 교실 문밖에서부터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전 국‧영‧수 검정고시 대비 수업을 마친 뒤, 아이와 놀아주는 법에 대해 배우는 미혼모 학생들이 둘러앉아 색종이 접기가 한창이었다.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모두 육아 베테랑들이다. 이날 오후 수업도 학생들 스스로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해 선생님과 논의 끝에 정한 커리큘럼이란다. 이 외에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부터 인문학까지 자오나학교는 중‧고등 과정 각 2년씩 총 4년 간 이뤄진다. 교실 반대편으로 몇 걸음 걸어가자 침실, 거실부터 부엌까지 갖춘 기숙사에 도착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랑의 열매’ 둘러싸고 NGO가 뿔났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영리단체들이 갈수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공모 사업을 꺼린다. 불필요한 행정 처리에 인력과 리소스를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절차상 비효율적인 걸 투명하다고 볼 순 없다.” “공동모금회가 다른 비영리단체들과 모금 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오히려 배분 전문성을 키워 단체별 역량과 차별점을 연구·분석하고, 우리나라의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고민에 앞장서야 하는 게 아닐까.” 지난달 말, 국내 비영리단체 대표들이 기부문화선진화포럼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공동모금회에 대한 이 같은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면 아래에 묵혀져 왔던 공동모금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공동모금회는 1년에 5000억원 이상 모금하는 국내 사회복지계의 ‘맏형’이다. 하지만 1998년 모금회가 생기던 초창기, 국내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정부의 사회복지 사업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던 초기 목적에서 벗어나 ‘배분받는 비영리단체의 갑(甲)’이자 ‘민간 모금을 싹쓸이하는 공룡’이라는 비판 목소리도 높다. 한 대형 모금단체 관계자는 “예전부터 한 대기업과 파트너로 사업을 계속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금회가 끼어들어 기업은 모금회에 기부금을 주고, 우리는 모금회로부터 사업비를 받는 구조로 바뀌면서 하는 일은 똑같은데 서류와 행정 절차만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배분 진행이 더뎌 불만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에서 조촐하게 행사를 치르고 남은 기부금을 모금회에 기부한 후 희귀 난치성 질환 환아 지원을 위해 쓰고 싶다고 했는데, 배분 기관 지정이 느려 1년 넘게 돈이 쌓여만 있었다”며 “불만이 있어도 배분 담당자가 몇 명 없다 보니 재촉하기도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우리가 만든 올리브유, 고립된 팔레스타인과 세상 이어주는 통로”

팔레스타인 최초 공정무역회사 ‘카나안페어트레이드’ “우리가 만든 ‘올리브유’는 단순 제품이 아닙니다. 고립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신하는 ‘외교사절’이죠.” 지난달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방한한 팔레스타인 최초 공정무역회사 ‘카나안페어트레이드(Canaan Fair Trade)’의 나세르 아부파하(Nasser Abufarha)씨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팔레스타인 상황은 처참하다. 이스라엘이 불법 정착촌을 짓고 통행은 물론 물길조차 막는 데다 수천 년 내려온 올리브나무 들을 베고 불태워,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이 자립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릴 방법은 없을까.’ 2000년대, 당시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국제개발학 박사 과정 중이던 나세르씨는 이를 고민하다 우연히 접한 ‘공정무역 커피’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그 후 2004년 그는 자신의 고향인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올리브 농가를 모아 ‘팔레스타인 공정무역 협동조합(PFTA·Palestine Fair Trade Association)’을 조직하고 여기서 생산된 올리브를 오일로 만들어 공정무역을 시행하는 ‘카나안페어트레이드’를 설립했다. 팔레스타인 내 최초 시도였다. 처음엔 ‘공정무역’ ‘협동조합’ 등 생소한 개념을 농민들에게 이해시키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당시 시장가격(8세겔)에 두 배(15세겔)를 더 준다고 하니 모두가 ‘사기꾼’으로 의심하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수많은 소규모 농가에서 고품질의 균등한 올리브를 생산해내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마을마다 상시 감독관을 파견, 재배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통일되게 지도했다. 올리브 전문가를 초청해 워크숍도 열고, 최신 설비도 완비했다. 2005년엔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에 올리브오일 공정무역 기준을 만들어 제안했다. 그는 “처음에 기준을 설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장이 작다’며 거절해 우리가 직접 다른 국제기관들의 표준을 참고, 역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4년 뒤인

“CEO가 움직여야 기업이 달라진다”

제1회 더나은미래 포럼, 어완 뷜프 네슬레코리아 CEO가 말하는 ‘CSV의 현재와 미래’ “네슬레의 장수 비결은 ‘책임 경영 원칙’CEO부터 참여해 함께 문제 고민해야… 전 직원 교육과 투명성, 協業이 핵심” “지난 150년간 네슬레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책임 경영 원칙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1회 더나은미래포럼’ 현장. 어완 뷜프(Erwan Vilfeu·사진) 네슬레코리아 CEO의 이야기에 국내 기업, 학계, 비영리단체 관계자 80여명의 이목이 집중됐다. 네슬레(Nestlé S.A)는 직원 수만 34만여명, 2000여개의 브랜드, 연매출 888억스위스프랑(약 10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식음료 기업이다. ‘CSV(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뷜프 사장은 네슬레 경영 전략 전반에 녹아 있는 CSV의 성공 비결과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20년 넘게 네슬레에서 마케팅 및 전략 기획을 해온 그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6년간 CSV의 핵심인 ‘네스카페 플랜(NESCAFE Plan)’을 진두지휘했다. 뷜프 사장은 이날 두 시간이 넘는 강연 뒤에도 참석자들과 한 시간 넘게 질의응답을 이어갈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만큼 포럼의 열기도 뜨거웠다. 그 현장을 지면에 담았다. ◇주주 이익과 사회 가치 모두 창출해야 “기업이 주주의 이익과 사회 가치를 함께 창출해야 한다는 네슬레의 신념은 18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네슬레 창립자인 앙리 네슬레(Henri Nestle)는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영아용 시리얼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네슬레의 영양, 건강, 웰니스(Nutrition, Health and Well) 전략 수립의 토대가 됐죠.” 뷜프 사장은 가장 먼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해 60년간 봉사… 이젠 국내 넘어 해외로 뻗는 ‘나눔의 손’

이화여대 사회복지관대학 최초 지역사회복지관 설립, 통합사례관리 등 한국 복지 기틀 마련 “1년 전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어요. ‘묻지마 폭행’을 당한 아버님이 있는데, 치료비는 물론 방 보증금을 낼 돈이 없어 온 가족이 쫓겨날 위기라는 거예요. 곧바로 집을 방문한 뒤, 협력 기관들과 지원책을 마련했습니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죠.” 판잣집이 빼곡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언덕길을 오르며, 이예린 이대 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가 말했다. 20여 분을 계속 걸어 도착한 10여 평의 낡은 반지하 공간. 강정석(50·가명)씨가 아내, 열 살짜리 외동딸과 생활하는 곳이다. 2014년 6월, 괴한에게 습격당한 후 강씨와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강씨는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머리를 크게 다쳤고, 불안 증세로 아내 없이는 집 안에조차 홀로 있지 못했다. 부부 모두 경제 활동을 중단하고 병원을 전전하면서부터, 쌀이 떨어지고 딸은 홀로 방치됐다. 아내 김미란(44·가명)씨는 “‘다 같이 죽을까’ 싶었다”고 한다. 흔들리는 가족의 손을 잡아준 건, 이대 종합사회복지관의 ‘통합 사례 관리’였다. 아내에겐 주기적인 심리 상담이 이뤄졌고, 다양한 후원처를 발굴해 남편의 의료비가 지원되도록 했다. 딸 가영(가명)양에겐 이대생들을 멘토로 선정해 진로 설계와 다양한 체험을 함께 하게 했다. 이예린 복지사는 격주로 집을 찾아 이런 지원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등 상황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반년 만에 부부는 안정을 되찾아 장사를 다시 시작했다. 항상 풀죽어 있던 딸 가영양도 이제 새 친구를 사귀는 데 망설임이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늘고 밝아졌다.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