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CSR·사회적경제 바람 분다는데…

지난 22일, 새누리당이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특위 위원장에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유승민(3선)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그동안 보수우파가 취약한 분야로 평가됐던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을 끌어안으면서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특위는 3월 말까지 정책 제안과 입법 과제를 정리해 6월 지방선거 공약에 포함할 계획입니다.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국회CSR연구포럼’이 국회 연구단체로 정식 등록됐습니다. 새누리당 홍일표(재선) 의원이 대표직을 맡았고, 민주당 문희상, 무소속 안철수 의원까지 여야를 막론한 24명의 국회의원이 소속멤버입니다. ‘국회CSR연구포럼’이 대표적으로 추진 중인 CSR 관련 입법활동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개정안’으로, 2013년 12월 6일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계류 중입니다. 앞으로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에 환경·사회적기여·투명한 지배구조 등 CSR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이지요. 기업의 CSR 경영을 촉진하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CSR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의 홍 의원이 CSR을 처음 접한 건 2010년이라고 합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사회적 책임의 이행을 위한 가이드가 될 ISO26000을 발표한 시점이었습니다. 지난 2012년 말엔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CSR을 육성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하였습니다. 올해 안에 전국 단위의 CSR 지원센터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국회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및 CSR 바람이 부는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재선을 앞둔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을 의식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분야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좌우프레임에 갇혀 먼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던 과거에 비해, 현재 국회의 이런 움직임은 진일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사회문제를

‘양날의 검’ 코이카 지원금 어떻게 해야 잘 쓰는거죠?

미래Talk! 대졸 예정자인 K씨는 지난 2일, A단체로부터 ‘코이카 ODA 인턴’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코이카 NGO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개발원조사업(ODA)을 수행하는 기관은 채용된 인턴의 인건비 월 180만원을 1년 동안 지원받게 됩니다. 인력이 부족한 작은 비영리단체에는 ‘반가운 지원사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K씨는 A단체로부터 “25만원을 받고 일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단체에서 직접 채용한 인턴이 해외 현지에서 월 25만원을 받고 일하니, 형평성 차원에서 동일한 금액을 받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공동 주거를 하니, 남은 돈은 공동체 생활을 위해 동일하게 나누자는 내용이었습니다. 1년간 준비한 인턴자리였기에 갈등이 컸습니다. K씨는 제안을 거절하며 대신 숙식비와 공동체 생활비를 따로 지불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습니다. 내부 검토 이후 결과를 다시 알려주기로 한 A단체는 그러나 K씨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홈페이지에 수정된 최종 합격자 명단을 올렸습니다. K씨가 A단체에 전화해 물어보자, “아무래도 돈 문제로 마찰이 좀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고민하던 K씨는 코이카에 진정서를 넣었습니다. 결국 A단체는 올해 ‘코이카 ODA 인턴’ 사업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곧 대학을 졸업하는 K씨도, K씨 대신 합격된 다른 청년도 갈 곳을 잃었습니다. 그동안 코이카 ODA인턴은 비영리단체 내부 실무자와 급여 차이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인턴을 채용하고 해외에 파견해 관리하는 비영리단체에 대한 운영비 지원없이 ODA 인턴 인건비만 지원하는 코이카도 문제지만, 청년들에 대한 인건비를 행정비로 전용(轉用)하는 불투명한 비영리단체 내부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몇몇 단체는 코이카 지원금으로 사업 장비를 구매하고 이를 대여한

배곯는 모습에 시청자는 울고 모금은 늘지만··· TV는 고민입니다

방송 모금의 어제와 오늘 방송 모금 새 場 연1997년 SBS ‘기아체험 24시 ‘첫해 모금액 19억4000만원 17년간 누적액 1703억원 과거엔 심금 울려 모금 독려 최근엔 시청자 피로도 증가 후원자 늘어날지는 미지수 “단 9달러로 가난하고 연약한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백인 여자 연예인이 아프리카의 한 마을을 방문, 소년가장 마이클을 만나 눈물을 훔친다. 아버지는 두 살 때 돈을 벌러 집을 떠났고, 대니시(빵의 일종)의 맛도 모르는 불쌍한 아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던 마이클은 카메라가 걷히자 얼굴에 냉소를 머금으며 한마디한다. “일종의 비즈니스죠.” 유튜브에서 60만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이 동영상의 제목은 ‘잘못된 아프리카 구하기(Let’s save Africa!-Gone wrong)’. 지난해 11월 노르웨이의 국제 원조 펀드 ‘사이’가 제작한 이 동영상은 획일적인 미디어 모금의 콘텐츠를 비꼬면서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다. 최근 해외에서는 위기 아동의 비참한 모습을 부각해 펀드레이징을 하는 방송 모금을 ‘포버티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라 부르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국내의 방송 모금 상황은 어떨지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 방송 모금의 역사는 ‘희망TV SBS’ 전후로 나뉜다.” 수많은 비영리단체의 공통된 목소리다. 1997년 국제구호 기구 월드비전과 함께 ‘기아체험 24시’를 통해 첫 방송 모금을 시작한 이후 17년 동안 모인 후원액은 1703억원에 달한다. ‘기아체험 24시’는 1975년 호주에서 시작돼 20여개국에서 실시 중인 세계적 모금 봉사활동으로, 한국에서도 매년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 1만명가량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대학교 운동장, 실내체육관 등에 모인 참가자들은

“경쟁보다 협력… 후발 사회적기업이 유념해야 할 것”

조영복 初代 사회적기업학회장 “사회적기업의 비전은 ‘우리네 삶’과 직결된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 있다.” 조영복(58·사진)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독려하는 이유다. 올해부터 ‘사회적기업학회’ 초대 학회장을 역임하게 된 조 교수에게 사회적기업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봤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7년 차다. 그간의 발자취를 정리해본다면. “지난 7~8년 동안 한국의 1세대 사회적기업들이 성장·확대·위기·극복 등 사회적기업의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을 경험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2세대·3세대 사회적기업들은 이들의 생존 비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기업끼리의 협력이 부족했던 것은 다소 아쉽다. 미션(사회적 목적) 중심적인 특성을 가진 만큼 경쟁보다는 ‘협력’이 사회적기업에 잘 맞는 옷이다.” ―다솜이재단, 안심생활 등 기업 지원이 뒷받침되는 사회적기업들이 유독 뚜렷한 성과를 보인다. 대기업의 사회적 경제 참여를 어떻게 보나. “의존성을 줄일 필요는 있다. 향후 재정 지원 같은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이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항상 사회공헌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고자 하기 때문에 자선적 성격으로 지원해야 하는 사회복지 기관보다 사회적기업이 더 잘 맞는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자율 경영공시를 독려하지만 현장의 참여는 아직 저조(81곳 참여)하다. 사회적기업의 경영 공시 왜 필요한가. “정부 지원이 있기 때문에 투명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요하기엔 이르다. 규모가 작고, 경영 체계가 부족한 사회적기업에는 모든 게 비용이다. 자칫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규모에 따라 권장하고, 공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실무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성과로 환산하는 사회적 회계

장애인·노인 일자리 만드는 건 기본, 복지 비용도 확 줄여

1세대 사회적기업의 임팩트 기초생활 수급자 채용해 복지에 쓰일 예산 줄이고 취약 계층 간병 서비스로 간병의 質 향상시키기도 229억4131만원. 지난 10년간 아름다운가게가 만들어 낸 ‘나눔 수치’다. 연초가 되면, 대부분의 영리기업은 한 해 매출을 목표로 세우지만, 아름다운가게는 올해 얼마나 사회적 목적을 위해 ‘돈을 쓸 것인지’ 목표 금액을 세운다. 2011년부터 재무제표 외에 ‘나눔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2012년 매출은 약 230억원. 그중 저소득층 학비, 의료비, 주거비 후원 등 빈곤·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데 12억6003만원, 공익 활동 지원 사업에 8억3297만원 등 총 30억9906만원을 이웃과 나눴다. 박병혁 아름다운가게 정책국장은 “일반 기업은 당기순이익 성장이 최우선이지만 사회적기업의 성장은 ‘수익 나눔’에 있다”면서 “2014년의 목표는 매출 290억, 수익 나눔 40억”이라고 했다. 1세대 사회적기업들이 만들어낸 ‘임팩트(Impact)’는 무엇이 있을까. 전자·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해,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컴윈. 전체 근로자 28명 중 17명이 장애인·저소득층·고령자 등 취약 계층 근로자다.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경기자활공동체협회·안산지역자활센터 등 지역사회에 10억3356만원을 기부했다(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12년 기준 경영 공시 자료). 권운혁 ㈜컴윈 대표는 “연간 컴퓨터 3만대, 프린터 10여만대 정도를 적정 처리해 재활용하면서 지구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중요한 임팩트”라고 했다.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복지 예산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친환경 건물 청소 업체 ㈜함께일하는세상은 취약 계층 근로자 15명을 고용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우선 고용이 원칙이다. 이철종 대표는 “정부에서 4인 가족 기준, 연간 최저생계비로 1800만원의 복지 예산을 쓰고 있으니 예산을 매년 2억원가량 절약하는 것”이라고 했다. 취약

“공부하고 싶은데 책이 없어요”… 아프리카 소년 위해 만든 그림 산수책

산수책 만든 ‘웰던 프로젝트’ 디자이너 조동희씨와 전문 자원봉사자 14명… 초등 저학년 타깃으로 제작 오는 27일, 산수책 400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전달 아프리카 아이들이 주인공인 ‘산수책’이 만들어졌다. 한국인의 손으로. 산수책의 주인공은 곱슬머리·흑갈색톤 피부의 아프리카 아이다. 이름은 디디에(Didier)로, 코트디부아르 출신 유명 축구선수인 디디에 드로그바를 연상시킨다. 사칙연산에는 기린, 파인애플 등 아프리카와 친숙한 소재가 이미지로 사용됐다. 넬슨 만델라·오바마 대통령 등 아프리카와 관련이 깊은 유명인들도 책에 소개됐다. 작년 여름, 책을 본 탄자니아 학교 선생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사립학교 교장은 200권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다. 이 산수책을 만든 건 한국의 디자이너 조동희(31)씨와 지인들이 속한 디자이너그룹 ‘웰던프로젝트(Well-done project)’다. 시작은 우물이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아프리카의 메마른 땅에 깨끗한 물을 줄 순 없을까’. 월드비전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던 디자이너 조씨는 2009년 사진·영상에 관심 있던 지인 4명을 모았다. 엽서 제작·판매, 네티즌 모금, 아티스트들의 텀블러 디자인 판매 수익 등 1000만원을 모아 콩고민주공화국에 식수펌프 1개를 만들었다. 두 번째 도전은 2010년 여름 방문한 잠비아 은테베학교에서 시작됐다. 교실이 모자라 밖에서 공부하고, 학교가 부족해 10㎞를 2~3시간 동안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조씨는 학교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잠비아 아이들의 그림으로 만든 티셔츠도 판매하고, 자신의 블로그(http://welldonep .tistory.com)에 ‘웰던프로젝트’ 이야기도 연재했다. 출장비로 사용하라고 1000달러를 쾌척하는 이도 있었고, 사진전 수익금을 기부하기도 했고(이준현 사진작가), 자선 공연을 여는 인디 밴드(게이트플라워즈)도 있었다. 후원금이 900만원 남짓 모였지만 역부족이었다. 10배나 되는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숫자로 보는 신한카드 ‘아름인 도서관’

8.5% 전국 지역아동센터(4036곳) 중 ‘아름인 도서관’이 만들어진 지역 아동센터 비율. 2010년부터 시작된 신한카드와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의 ‘아름인 도서관’ 프로젝트는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인 아동·청소년들에게 친환경 독서 공간과 도서를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2011년 231곳 지역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지어진 ‘아름인 도서관’은 현재까지 총 344곳이다. 1120시간 ‘아름인 북멘토 봉사단’ 1기 대학생들의 독서 지도 시간. 2012년부터 20명의 대학생을 ‘북멘토’로 선발해 5개월 동안 2인1조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지역 아동센터를 방문, 멘토링을 했다. 올해 2기 ‘아름인 북멘토 봉사단’은 지난해보다 확장된 규모인 30명이 선발돼 활동 중이다. 37만8400권 ‘아름인 도서관’을 통해 지역 아동센터에 보급한 도서 수. 평균 1100권의 아동·청소년 권장 도서가 센터마다 구비됐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DB) 인프라 구축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황정윤 아이들과미래 전략제휴사업부 매니저는 “1년에 1~2번 정도 신한카드 임직원들의 기부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도서를 지급하는 등의 사후 관리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012년엔 새 책 5000여권, 올해는 1500여권이 지역 아동센터에 전해졌다. 44억4102만5497원 신한카드의 기부 전용 포털 ‘아름인 사이트(arumin.shinhancard.com)’를 통해 기부처 200여곳에 전달된 후원금. 신한카드 고객 및 임직원이 고객포인트와 신용카드를 통해 기부한 금액이다. 지난 10월 말에는 신한카드의 임직원 2100여명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만든 ‘아름인 도서관’이 마로니에 지역 아동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친구는 가족과 여행 간다는데… 나는 방학 때 집에 혼자 있어요

어린이 10명 중 3명 ‘나 홀로 아동’ 어린이 10명 중 3명이 나 홀로 집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 초등학생 중 97만명이 하루 한 시간 넘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여성가족부·2011). 이는 전체 초등학생 328만명 중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나 홀로 아동’ 중 하루 3시간 이상 정기적으로 보호자 없이 집에 있는 아동은 47.7%(46만명)이며, 전체 아동의 3.7%(12만2351명)는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보호자 없이 지내는 완전 방임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남 통영의 김점덕 사건의 피해 아동인 한모(9)양은 등굣길에 성범죄 전과가 있던 동네 아저씨 트럭에 타면서 변고를 당했다. 이어 같은 해 전남 나주의 7살짜리 초등학생도 거실에서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아이의 아빠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고, 엄마는 외출 중이었다. 두 아이 모두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나 홀로 아동’이었다. 여성가족부가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신상 정보 공개 판결을 받은 1675명의 범죄 유형 등을 분석한 결과 성범죄 10건 가운데 4건이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장소로는 피해자나 범죄자의 집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34.5%로 가장 높았다. 결국 ‘나 홀로 아동’의 심각한 실태는 끔찍한 아동 대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집에 혼자 있는데 택배 아저씨가 왔다. 엄마는 이럴 때 ‘집에 어른 안 계세요’라고 말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하기가 왠지 더 무서웠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척 숨죽여 가만히

함께 달린 10㎞만큼, 편견의 거리도 짧아졌습니다

[김경하 기자가 간다] (4) 장애인 18명 질주한 싱가포르국제마라톤대회 “레디… 셋… 고!”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와 함께, 휠체어 바퀴가 힘차게 굴렀다. 1일 오전 7시10분(현지 시각), 5만4000여명이 싱가포르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려고 에스플레네드(Esplanade) 거리에 모였다. 10㎞ 코스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린 이들은 휠체어를 탄 선수 12명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날씨는 대회 열기를 한층 높였다. 이중 태극기를 단 한국 선수는 정종대(29·뇌병변1급), 이금천(34·지체2급), 최재웅(25·지체1급)씨. 뒤를 이어 목발을 짚고 레이스에 참가한 유일한 선수, 황윤천(46·지체2급)씨가 딸 황함지(18)양과 함께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12월 4일까지,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에쓰오일과 함께 마련한 ‘감동의 마라톤’ 프로젝트로 싱가포르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18명(시각1명, 청각4명, 지체5명, 지적3명, 자폐2명, 뇌병변3명)의 도전현장을 찾았다. ◇국제마라톤대회에서 만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 5㎞를 알리는 반환점을 돌자 20m 앞에 한 선수가 보였다. 속도를 점점 높여 힘껏 양팔을 돌렸다. 거리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피니시 라인(finish line)을 2㎞ 정도 남기고, 드디어 앞 선수를 제쳤다. “브론즈 메달리스트, 종대 정!” 10㎞ 휠체어 부문 대회(보통 휠체어마라톤은 장애 등급별로 경쟁하나 싱가포르대회는 장애 등급과 상관없는 ‘오픈이벤트’로 진행됐다)에서 정종대씨는 33분23.85초로 3위를 차지했다. 정씨는 “정말 죽기살기로 뛰었다”고 귀띔했다. 대회 입상을 계기로 ‘한국장애인 선수들에게 국제무대 경험이 보다 쉽게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금메달을 딴 호주의 리처드 콜만(Richard Colman·25분53.86초)은 싱가포르국제마라톤대회에서 엘리트 선수로 초청된 케이스다. 장애인 국가대표 운동선수에게 국제대회 경험은 ‘꿈의 무대’에 가깝다. 운동을 하면 일은 그만둬야 하지만, 실업팀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육상 국가대표 선수인 채창욱(32·뇌병변3급)씨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전국체전이 1년에 5일

돈 많이 드는 건축은 ‘그림의 떡’? 착한 기업에게 기회 제공합니다

소셜하우징 건설 분야 사회적기업이 공공임대주택을 만들면 어떨까. 지난 6일, 사회적기업 ㈜내일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있는 4층짜리 원룸을 SH공사의 임대용 주택으로 매각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는 첫 성과다. 실력과 전문성이 있다 하더라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축 공사는 사회적기업의 입장에서 그림의 떡인 것이 현실이다. ㈜내일은 지난 4년간 과천과학관, 고흥천문관과 같은 전시관과 대형 테마파크 특별전시 등 지금까지 100여개에 달하는 전문 인테리어를 맡았고 연 1000건이 넘는 임대주택 도배·장판 사업을 진행했다.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이 주된 사업이었던 ㈜내일이 신축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한국사회투자의 ‘소셜하우징 융자사업’을 통해서다. ㈜내일은 총 사업비 9억원 중에서 4억5000만원가량을 빌렸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니다. 이 사업은 공익적인 목적을 띤 서울시 소재의 건설 관련 사회적기업 또는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하며, 총 사업비(토지매입비·건축비)의 50% 이내를 연 2%의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내일의 사회적 목표는 주거빈곤 가정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 ㈜내일이 태동한 지점도 지역 봉사 활동이었다. ㈜내일의 김은천 대표는 20년 전부터 강북구의 ‘해뜨는집’이라는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보일러 수리, 도배 공사 등의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공사 과정도 정직하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윤을 내면서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었다”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2010년부터 ㈜내일은 영리사업 외에도 서울시 ‘희망의 집수리’ 사업, 강북구 내 복지관 등 지자체와 함께 주거환경개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노인·장애인 등 취약 계층이 이용하는 시설엔 20~30% 저렴한 가격으로 공사를 진행한다. 지난 3년간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받은 취약 계층만

“100조 복지시대의 한계 넘자”… 공익단체 자립 돕는 든든한 투자

서울시, 1000억원 조성해 공익단체 3곳에 융자 지원 에너지 나눔과 평화 고흥 발전소 운영수익 25% 송파구 에너지 빈곤층에 지원 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 대출 어려운 창업자에게 담보없이 자금 지원 복지 100조 시대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분야 지출 규모는 97조4000억원. 2010년(81조2000억원)에 비해 20%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발표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빈곤율은 49.6%에 달하고, 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부채는 올해 1246만원으로 1년 사이에 24.6% 늘었다. 이에 따라 복지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투자(임팩트 투자)’가 떠오르고 있다. 사회투자기금은 투·융자를 통해 사회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서울시는 사회투자기금 1000억원을 조성했다. 이 기금을 위탁운영하는 한국사회투자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NGO프로젝트 등을 지원하는 중간기관에 자금을 융자하기 위해 공모사업을 벌였다. 1년 거치 2년 분할 상환이며, 이자는 내지 않아도 되는 융자 조건이다. 단,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으로부터 융자받은 금액과 같은 규모의 금액을 매칭그랜트로 마련해야 했다. 한국사회투자는 심사를 거쳐, 중간지원기관 협력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익단체 3곳을 최종 선정해 총 60억원의 자금 융자를 결정했다. 선정된 단체는 ‘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와 ‘에너지나눔과평화’, ‘한국마이크로크레디트 신나는 조합’이다. 하반기에도 ‘행복중심생활협동조합’이 3억원의 자금을 융자받아 매장을 확장하는 등 중간지원기관 협력사업은 ‘현재진행중’이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운용된 지 1년, 어떤 성과가 있을까. ◇사회투자기금으로 환경 문제 해결하고, 복지 사업도 확대한다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 탄소배출도 줄이고, 수익금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다.” 에너지나눔과평화가 태양광 발전소의 이름을 ‘나눔발전소’로 지은 이유다. 2009년 에너지나눔과평화는 전남 고흥에 200㎾ 규모의 국내 최초 태양광 발전소를

베이비붐 세대에 새 빛… 창업지원 센터 마련

SK텔레콤 “할 일이 없다.” 청년실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외침이다.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면, 은퇴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를 ‘4무(無)세대’로 본다.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고, 함께 놀 친구가 없고, 벌어놓은 돈이 없다는 것. 2010년 이후 베이비부머가 총인구의 15%에 육박하는 7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승균(53)씨는 H기업 연구소,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등에서 30여년간 일한 부품소재개발 전문가다. 그는 휴대폰 중계기(통신 신호를 증폭하는 기기) 부품인 캐비티 필터(Cavity Filter)를 개발했다. 하지만 창업을 하기엔 두려움이 앞섰다. 직접 개발한 제품이 정말 시장경쟁력이 있는지, 상용화가 가능한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 유씨에게 자신감을 준 것은 SK텔레콤의 베이비붐 세대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이하 ICT) 기반 창업 지원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부터 명동에 ‘행복창업지원센터’를 마련, 유씨와 같은 이들에게 6개월 동안 공간을 무상 제공하고 창업자금(2000만~최대 1억원)을 지원했다. 10팀 모집에 232개 팀이 신청해, 20대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승희 SK텔레콤 CSR팀 매니저는 “ICT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전문성을 살려 베이비부머의 고부가가치 창업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10개 팀에 개별적으로 전담 멘토도 지원한다. IT분야 창업·인큐베이팅·전문기술을 지닌 외부 전문가 한 명과 SK텔레콤 사내 전문가(프로보노) 한 명을 멘토진으로 꾸렸다. 유씨는 “제삼자인 멘토들이 객관적으로 보완할 점을 지적해주니 사업 모델이 더 발전했다”고 했다. 유씨의 멘토로 활동한 이기혁(51·SK텔레콤 IT기술원 IT Application팀)씨의 만족도도 높다. 이씨는 “창업가가 가진 ‘꿈과 열정’은 직장인에게 자극제가 됐다”면서 “기업이 가진 노하우와 역량을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어 회사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