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명이 만든 2017년의 특별한 달력

최성문 작가의 ‘하루를 쓰다’ 프로젝트 2017년 달력을 만들기 위해 364명을 만난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거든요.” 최성문(44) 작가가 364명의 사람들을 직접 만난 이유다. 2017년의 하루, 하루를 364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손글씨’로 채워나갔다.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 이주민들, 노숙자들, 탈북자들, 유명인들도 만났다. 최씨는 오롯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네팔, 일본,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도 다녀왔다. 먼저 각 달마다 대상 그룹을 정하고, 그 사람들을 만나 직접 숫자를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가 가장 큰 날, 생일, 기념일, 심지어 우연으로 날짜를 선택하기도 했다. “숫자 하나하나에 그 사람이 드러나요.” 최 작가는 각각의 숫자에 그 사람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온전히 담긴다고 했다. 달력을 한장 한장 넘기자, 최 작가의 말대로 숫자에서 개성이 느껴졌다.  6월을 탈북자의 달로 정하고, 30명의 탈북자를 만나 직접 원하는 숫자를 쓰게 했다. 6월 달력을 넘기자, 11일과 25일이 눈에 확 띄었다.  “11일에서의 왼쪽 1은 북한을 의미하고, 오른쪽 1은 남한을 의미해요. (그림 그린 분이) 북한과 남한이 같이 가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만들었다고 해요. 이런 글자들, 그리고 숫자들을 보면 저마다의 컨셉이 담겨있는 것 같아요.” 10월은 ‘SNS 친구들의 달’. 이 프로젝트를 위해 최 작가는 오프라인에서 만나기는 어려웠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유명인으로는 아나운서 김용신이 참여했다. 그렇다면 왜 365일이 아닌 364일일까. 최 작가는 365일 중 하루, 10월 31일을 비워 놓았다. “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의미가 큰 것 같아요.” 1명의 빈자리를 또

봄날을 찾은 명란씨의 엄마

“우리 엄마는 세 발로 걷습니다. 지팡이를 짚어야지만 한 발 내딛을 수 있습니다. 스무살 나이에 강화도로 시집 온 엄마. 나이 많은 아버지한테 시집오자마자, 전 부인이 남기고 간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술만 안 마시면 천사 같았던 아버지였지만, 술에 취하면 그렇게 엄마를 때리곤 했습니다. 평생 농사일을 하며,  6남매 뒷바라지로 고생한 우리 엄마. 김을희 여사의 봄날은 올 수 있을까요?” 김을희 여사의 막내 딸 김명란씨는 엄마의 휘어진 다리만 보면 심장이 아려옵니다. 나 때문에, 우리 때문에. 자식 키우느라 다리가 망가져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집 안에서도 거의 기어다닐 수밖에 없습니다.속만 썩이던 아버지였지만 20년 전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홀로 남은 김을희 여사, 지금은 51살 막내 남동생이랑 같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김 여사의 소원은 ‘우리 막둥이가 하루빨리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랍니다.    TV조선 ‘엄마의 봄날’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박정수씨는 김을희 여사와 그리고 막내 아들 김영기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리고 김 여사의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를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6남매의 ‘엄마’로서의 삶,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김 여사를 아프게 했던 ‘남편’의 이야기. 그리고 이젠 지팡이 없이는 걸을 수 없는 한 연약한 ‘인간’의 모습까지… 하지만 결코 절망적이지 않은 김 여사의 유쾌함에 박정수씨의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드디어 김명란씨의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엄마의 봄날’ 프로그램에서 사연이 선정되면서, 노인척추전문의 신규철 박사에게 다리를 무료로 치료받았거든요. 신 박사는 김을희 여사의 다리를 보고 “지금까지 본 수술 사연 중에서 최악의 상태”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은퇴 축구 선수의 ‘플랜B’를 설계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은퇴하고 나면 제대로 직업을 못 가지더라고요. 운동만 하면서 살다보니, 일상적인 것도 잘 몰라요. 보증을 잘못 서서 빚더미에 앉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분들도 많고, 사람들한테 사기도 잘 당하곤해요. 마땅히 생업이 없는데, 돈은 벌어야하니깐, 후배 선수들에게 가서 승부 조작을 권유하는 것도 암암리에 퍼져있었습니다.” 경남FC구단 마케터였던 윤소라(27)씨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의 어려움을 목격하게 됐다. 그리고 은퇴 선수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먼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였던 박항서 전 상주 상무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 선수들이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요?” 운동만 했던 축구 선수들은 일반인과 의사 소통 방법이 조금 달랐다. 선수 시절에는 매니저의 도움이 있었지만, 은퇴 후에는 스스로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은퇴 선수들은 주체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들의 강점을 살린 일자리와 사회화 과정이 필요했다. 박항서 전 감독도 윤씨의 고민에 공감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겠다’고 했다. 2015년 말, 윤씨는 은퇴 선수를 스포츠 전문 강사로 연결시키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공모 형식의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회사의 모습은 비영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단법인은 회원수도 100명이 넘어야하고, 도저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소규모로 창업하기에는 ‘협동조합’이 적절했어요. 시범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선수들이랑 마찰이 생기곤 했어요. 학생들을 코칭하는 과정에서도 ‘교육’이 많이 필요하겠더라고요. 협동조합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교육’이기도 하잖아요.

봉사여행으로 주머니는 가볍게, 경험은 다채롭게!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배낭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매번 발목을 잡는 것은 여행 경비다. 지난 2014년, 대학생 이한결(24)씨는 90일간의 유럽 여행 계획을 세웠다. 3개월 동안 알바를 2개를 뛰면서 돈은 모았지만, 3개월 여행 경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그때 이씨의 머리에 떠오른 것은 ‘글로벌 자원봉사여행’. 마침, 아이슬란드에서 열리는 예술 축제에 외국인 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평균 하루 여행 경비가 20~30만원인데 비해, 3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봉사자로 활동을 하면 2주 동안 숙박과 식비가 모두 해결된다는 것. 이씨는 3개월의 여행의 절반을 봉사로, 나머지 반을 여행으로 일정을 짰다. “아이슬란드에는 봉사 프로그램이 다양해요. 저처럼 예술 축제 스탭으로 활동하면서, 사진 촬영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환경에 대한 민감한 사회인식 때문에 동물 보호, 고래 보호, 친환경 에너지, 대체에너지와 관련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캠프도 있습니다. 전세계 각지에서 봉사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밖에 없어요.” 한 달간의 아이슬란드 여행을 마치고 향한 독일에서도 이씨의 ‘볼런투어(자원봉사여행)’는 계속됐다. 독일에서의 봉사 활동은 3주 동안 봉사자들과 숙소에 머물면서, 지역 행사 공연을 만드는 것. 독일에서도 3주 동안 30만원의 참가비로, 숙박과 식비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외국인 봉사자들과 하루종일 같이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도 늘었다. 이씨는 “자신감도 많아졌고 봉사활동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 덕분에 인간 관계에서의 트라우마도 많이 극복됐다”고 했다. 약 20년 전,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영관(3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해외는 가고 싶은데, 갈 방법이 없었다. 지금처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2016 세계 에이즈의 날 ‘글로벌 펀드와 한국의 협력’ 간담회 개최

2016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 맞이해‘글로벌 펀드와 한국의 협력’ 간담회 열려에이즈가 없는 세상을 위한 세계의 노력세계 3대 질병을 종식시키기 위한 책임 강조 및 참여 독려     7800만 명. 지난 1981년, 첫 에이즈 환자가 보고된 이후로 감염된 사람들의 숫자다. 에이즈와 관련된 질병으로 약 35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이즈는 암, 심장병, 결핵 등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다.  1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글로벌 펀드(The Global Fund to fight AIDS)는 ‘스페이스 노아(서울 중구 세종대로16길 23)’에서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맞아 에이즈의 심각성을 알리고, 한국 정부의 에이즈에 대한 국제적인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글로벌 펀드는 지난 2002년 설립된 전세계 3대 질병인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자금을 유치하고 지원하는 민관 협력 시스템으로, 각국마다 파트너 기관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전체 자금의 93.5%가 정부지원금이고 나머지 6.5%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기업 및 민간단체 등의 지원금이다. 이 자금으로 2012년 기준으로 국제 에이즈 자금의 20%, 결핵은 75%, 말라리아 자금의 67%를 지원했다. 글로벌 펀드를 통하여 2015 년까지 2000만 명 이상이 새 생명을 얻었다.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펀드의 한국 컨설턴트이자 파트너인 ‘지핸즈’의 한희정 대표가 ‘국제 에이즈 문제에 대한 글로벌 펀드와 한국의 반응’을 주제로 발표한다. 국제 에이즈 분야에 대하여 가장 많은 투자(20%)를 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의 노력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의 대응 실태를 살펴본다. 이어 우간다 분디부교 지역 정부(Bundibugyo District Local Government) 보건부 소속의 크리스토퍼 키이타(Christopher Kiyita)씨가 ‘아프리카 에이즈의 현

“학생은 공부만 하라구요? 우린 음악도 하고 싶어요”

수능을 불과 2주 앞둔 시기에, 고3 수험생 조한비(18)양은 무대에 섰다. 친구들은 독서실에서 공부와 씨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조양은 밴드 연주에 맞춰 노래 ‘하늘바라기’를 불렀다. 그녀의 모습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꼬마야 약해지지 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 길고 긴 수험 생활을 버티는 데 힘이 되어 준 노래였다. “가장 큰 별이 보이는 우리 동네/ 따뜻한 햇살 꽃이 피는 봄에/ 그댈 위로해요/ 그대만의 노래로” ◇ 음악으로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드림트리 콘서트 지난 10월 29일 용산구청아트홀 소극장 가람에서 드림트리 콘서트가 열렸다. ‘드림트리빌리지’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배울 여건이 안 되는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실용 음악을 가르쳐주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취약계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사람은 2013년부터 용산구에서 AM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이성교(35)씨. 그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 2014년 ‘드림트리빌리지’를 시작했고, 2015년에는 서울시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등록됐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소년소녀 가장, 새터민, 한부모 가정,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9개월간 주 1회 실용음악 개인레슨을 진행한다. 비용은 실용음악 학원 수익과 후원 및 재능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든 교육이 끝나면 음악을 가르쳐 준 선생님들과 주민들, 가족 및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연습한 결과를 선보인다. 그렇게 해서 연 콘서트가 2014년을 시작으로 벌써 3회째다. 드림트리빌리지를 거쳐 간 아이들만 50명이 넘는다. 올해 드림트리콘서트 주제는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보컬에서부터 피아노, 기타, 베이스, 코러스까지 모두 아이들이 도맡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이런 것도 공유할 수 있나요?

정소영 청년기자의 ‘공유’ 체험기  “일단 먹고 시작하죠.” 선선한 바람이 코 끝을 간질이는 11월의 첫번째 일요일 오후, 빨간 테이블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앞에 있는 피자를 집어 들었다. 어색함도 잠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 마디, 한 마디 대화가 이어지고, 웃음꽃이 피어났다. 빨간색 파라솔과 테이블이 한가득 깔려 있는 이곳은 간이 식당도, 음식 동호회도 아니다.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에 참여한 소셜다이닝 ‘집밥’의 야외 부스 현장. 박람회 현장에 들어서기도 전, 드넓은 DDP 광장에는 이미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어쿠스틱 가수들의 달달한 노래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서로가 가진 물건, 그리고 재능과 지식을 나누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은 마치 옛날의 마을 공동체 같았다. 이곳은 축제였다. 잔잔하지만 따뜻한 나눔의 축제 말이다. ‘2016 공유서울 페스티벌’은 공유경제를 주제로 한 박람회 및 컨퍼런스다. 공유경제는 쉽게 말해 한 번 생산된 물건, 시간, 재능, 정보 등을 서로 나누어 사용하는 경제를 일컫는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시민들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의 ‘공유도시 서울’을 표방해왔다. 올해 테마는 ‘공유랑 놀자’. 이날 페스티벌에서는 주차공간, 카셰어링, 생활공구, 장난감, 정장부터 개인의 경험과 재능까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32개 공유기업 및 단체들이 함께했다. 또한 글로벌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전문가와 해외 공유도시 정책가 등 30여명이 서울에 모여 지속가능한 도시의 전략으로서 ‘공유경제’의 비전과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1. 우리 같이 차 타요! 카풀서비스 ‘풀러스’ 

[국내 1세대 사회적기업이 말하는 혁신] ③ 엔비전스, 전시로 편견을 깨다

어둠속의대화, ‘엔비전스’ “보는 눈을 감고, 통찰의 눈을 떠라.” 지난 28년 동안 유럽·아시아·미국 등 30개국 160여 도시에서 950만 명의 관람객이 경험한 전시 ‘어둠속의대화’의 캐치프레이즈다. 한국에서는 2009년 네이버의 투자를 받은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인 ‘엔비전스’가 2010년부터 상설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엔비전스는 현재 시각장애인 25명과 비장애인 10명, 총 35명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어둠속의대화’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100분간의 전시가 진행된다. 관람객은 오로지 로드마스터에 의지해 시각 외의 청각·촉각·후각 등의 감각만으로 전시를 체험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 북촌에 상설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토,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15분 간격으로 하루 총 37회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 회차마다 최소 1명에서부터 8명까지 팀을 이뤄 전시를 체험하게 된다. 인터파크 예매를 통해 분기별로 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전시/행사 주간 랭킹에서 10월~12월 전시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이 앞서지만 끝날 때쯤에는 끝내기 싫을 정도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30년 동안 겪었던 경험 중 단연 최고의 경험”, “꼭 소중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는 등 색다른 데이트나 경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평이 많다. 사실 상설전시장을 열고 초기 몇 년은 적자를 봤지만, 지금 서울 전시장의 누적 관람객 수는 25만 명이 넘는 등 독일 함부르크와 이스라엘 홀론 다음으로 반응이 좋다.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전시 산업은 최소 2년은 지속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초기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엔비전스의 월 매출은 1억에서 1억5000만원

[국내 1세대 사회적기업이 말하는 혁신] ② 오르그닷, 친환경 패션부터 생산자 대안 플랫폼까지

친환경 패션의 선구자, ‘오르그닷’ ‘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로 만든 유니폼이 야구 선수 경기용으로 적합할까?’ 친환경 옷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은 회사의 사활을 건 실험에 들어갔다. 바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의 유니폼 100여 벌을 제작하는 것. 야구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해도 찢어지지 않아야 하기에, 무려 300㎏의 무게를 견디는 원단을 만들어내야 했다. 친환경 옷이 경기력에 문제가 없단 것을 증명하기 위해 4달간의 개발 과정이 걸렸다. 오르그닷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경기를 뛸 때마다, 이기기를 빌었다. 결과는 9전 8승. 친환경 원단으로 개발된 옷이 기능성 옷으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바로 증명했다. 지난 2010년, SK 프로야구 구단의 유니폼을 친환경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하며 ‘오르그닷’은 친환경 브랜드 의류 회사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로 8년째 접어든 오르그닷. 이들은 버려진 빈 페트병과 버려진 어망을 이용해 실을 뽑아내고,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옷,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바로 ‘무가공면’ 티셔츠이다. 탈색, 염색 등을 전혀 하지 않고 100% 면으로 만든다. 단점이라면 아이보리색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새하얀 옷들은 모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형광증백제는 장기간 인체에 사용될 경우 피부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연 매출은 11억원 정도. 홈페이지로 단체복 제작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주된 비즈니스다.  올해부터는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는 플랫폼을 론칭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쉽게 말해 생산자와 디자이너를 매칭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디자이너(회사)는 6000명, 봉제 공장은 500곳

[국내 1세대 사회적기업이 말하는 혁신] ① 동부케어 “마을이 돌봄의 중심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원, ‘동부케어’ “반와상 상태로 거의 누워 지내시던 어르신이 있었어요. 장기요양보험 3등급에다, 식사도 우유로만 드실 정도였어요. 이분이 다른 기관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종종 해서 다들 도망간 상황이었어요. 저희는 성희롱 시 대처 매뉴얼을 철저하게 교육하거든요. 담당 선생님(요양보호사)이 매뉴얼에 따라 지혜롭게 잘 대처하신 덕분인지, 1년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정기적인 돌봄을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어요. 이젠 간호사가 한 달에 두 번 정도, 고혈압약은 잘 드시는지 체크하는 정도입니다.” 사회적기업 ‘동부케어’에서 2년 6개월째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양용님(45)씨는 “어르신처럼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고) 증상이 완화된 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양씨는 “실적에 연연하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사회적기업으로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섬김의 자세로 이웃을 돌보는 것을 강조하는 철학이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경기도 화성에 설립된 ‘동부케어’는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 중풍·치매 어르신 대상 주·야간 보호 서비스,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돌봄 서비스 등 전 세대에 이르는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올해로 업력이 9년인 명실상부한 1세대 사회적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매출은 32억원, 종업원 수는 326명. 이 중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54%에 이른다. 매달 600~800명에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동부케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마을 단위의 돌봄’이다. 김경곤 동부케어 이사는 “노인 한 분을 돌보더라도 요양보호사, 간호사, 작업치료사까지 다양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서비스는 갈수록 통합성과 유연한 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사회 서비스가 적용되기

“아들이 희귀난치성 질환… 제2의 삶이 시작되었죠”

인공위성 개발자서 스타트업 ‘프라미솝’ 창업한 이준호씨 이준호(37·사진)씨의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조금 달랐다. 병명은 ‘선천성 거대 모반증’. 신생아 약 2만명 중 한 명꼴로 발견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이씨의 아이는 머리 부분에 커다란 점 같은 모반(母斑)이 많이 퍼져 있어, 뇌로 파고들면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수준이었다. 태어난 지 2주 만에 수술실로 들어갔다. 국내에서 선천성 거대 모반증의 권위자라고 소개받은 의사였기에, 그의 말이 곧 신이 내린 말이었다. 의사는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했다. “마침 그 시기에 해당 의사 선생님이 개인 병원을 개원했어요. 마취실도, 입원실도 없었어요. 생후 2주 된 애를 마취도 없이 수술을 했는데, 괜찮은 줄 알았어요. 2시간 동안 울면서 수술을 받았어요. 그게 유일한 치료길인 줄 알고 참았죠. 바보같이 1년 반을 그 선생을 믿고 따라가다가, 크게 부작용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큰소리를 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네 새끼면 그렇게 할거냐고요.” 수술날이면 치료 부위를 소독하고 드레싱하는 것도 이씨와 와이프의 몫이었다. 아들은 통증에 몸서리를 쳤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원망과 외로움에 우울해졌다. 설상가상으로 4000만원이 든다던 치료비도 1억원 넘게 청구됐다. 여러 논문을 찾아봤더니, 담당 의사의 치료법에 대해 부작용 논란도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아빠가 있나.’ 억장이 무너져내렸다. 이씨는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한 정보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됐다. ◇아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제2의 삶 사실 이씨는 잘나가던 인공위성 개발자였다. 그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석사 출신으로 인공위성의 핵심 기술인 자세 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