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변호사 ‘쌤’들과 영어 퀴즈… 시골 아이들 “공부 욕심 생겼어요”

[삼성사회봉사단 ‘드림클래스 여름 캠프’ 현장을 가다] 저소득층 학업 돕는 캠프, 이번엔 전남 중학생들 초청 삼성 ‘드림클래스’는… 평일·주말·방학 교실로 진행… 대학생 강사에겐 장학금, 아이들에겐 학습 기회 제공 “What is this?(이것은 무엇일까요?)” 문제가 나오자, 학생 100여명이 강당 앞에 설치된 하얀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했다. “Before phone card came out, you needed this to make a phone call(공중전화 카드가 나오기 전, 전화를 걸기 위해선 이 물건이 필요했습니다).” 사물을 맞추는 문제였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요”, “힌트 좀 주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어 문제를 읽어내려 가던 김종연 삼성SDI 수석변호사가 “마지막 힌트”라며 “자동판매기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이것이 필요합니다”고 보충 설명을 해준다. 머리를 긁적이던 학생들이 그제야 스케치북 위에 글자를 적어내려 간다. “다 적었으면 머리 위로 스케치북을 들어주세요. 자~ 하나, 둘, 셋. 네~ 정답은 ‘동전(coin)’입니다.” 지난 8월 10일, 서울대학교 종합교육연구동에서 열린 ‘도전! 영어 골든벨’ 현장. 정답이 발표될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문학, 스포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상식 문제가 줄지어 나왔다. 속담을 묻는 23번 문제에 이르자 두 명만이 남았고, 여수 화양중 1학년에 재학 중인 정혜성군이 최종 우승자가 됐다. “골든벨 재미있었나요?” 김종연 변호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아쉬워요. 더 풀어볼래요”, “문제 더 없어요?”라고 입을 모은다. “제가 미국에 갈 때만 해도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어요. 실수를 해도 계속 부딪치고 노력한 결과, 미국 변호사 자격증까지 딸 수 있게 됐죠.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두려워하지

결막염 등 안질환 간단한 처방 능력 1기 졸업생 배출

준전문안과인력 양성센터 MLOP는 안질환에 대한 간단한 처치와 약 처방이 가능한 보건 인력을 말한다. MLOP는 결막염 등 안질환의 60%를 치료할 수 있고, 저시력증 환자에게 안경을 처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인구 5만명당 1명의 MLOP를 양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인구가 1억5000만명인 방글라데시의 경우 3000명의 MLOP가 필요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MLOP 숫자는 700명에 불과하다. 이현윤 하트하트재단 해외복지사업부 팀장은 “방글라데시 주민들은 실명 예방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눈이 아파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면서 “지역보건 의료와 실명 예방을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준전문안과인력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MLOP 훈련은 이론과 실습 교육을 적절히 분배해, 1년 과정으로 이뤄진다. 생리학, 해부학 등 기초과학 수업은 물론 환자 증상에 따른 검사 및 수술 방법까지 훈련받는다. MLOP 훈련센터 학장을 맡고 있는 꼬람똘라병원 안과전문의 버틴(65)씨는 “도시와 달리 시골 지역 청년들은 영어와 기초과학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역보건 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 교육을 개발해야 했다”면서 MLOP 훈련 노하우를 전했다. 버틴씨는 의학 서적을 뱅갈어(방글라데시 언어)로 번역해 MLOP 학생들만을 위한 강의 노트를 자체 제작했다. 매주 영어로 시험을 치러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안과 전문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MLOP 학생들과 빈민층이 모여 사는 가지뿔 지역에 이동 진료를 나가 안질환이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험토록 했다. 하트하트재단은 식비를 제외한 모든 학비와 기숙사비를 제공하고, 10등 안에 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 결과

[실명예방캠페인 ‘오픈 유어 아이즈’ (Open Your Eyes)] ④앞이 환해졌어요… 저도 의사가 될래요

영양실조·모래 등으로 해마다 15만명 실명 시골 가지뿔 지역에 안과 클리닉 세우고 MLOP 훈련센터 개원 수만명 실명 예방 방글라데시 다카공항의 출입구를 벗어나자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쌌다.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 얼굴 위로 굵은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수도 다카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가지뿔로 가는 길. 비좁은 2차선 도로 위로 몸체가 울퉁불퉁하게 찌그러진 차들이 뒤엉켜 있었다. 버스 앞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져 덜렁거렸고, 깨진 창문에는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 위태롭게 붙어있었다. 아이를 업은 여인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들이 지나가는 차량에 달라붙어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구걸하는 거예요.” 임영심 하트하트재단 프로젝트 매니저가 안타까운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방글라데시는 상위 5%가 부를 독차지할 정도로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예요. 빈곤층 사람들은 동전 한 닢 얻기 위해 도로로 나와 구걸합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죠. 방글라데시에는 교통체계가 없어서 사고가 비일비재합니다. 자동차의 찌그러진 상처만큼, 깨진 창문의 수만큼 많은 이가 목숨을 잃고 크게 다쳤습니다.” ◇안질환 치료할 전문인력 훈련센터 개원 시내를 벗어나 두 시간을 더 달렸다. 빈민들이 모여 사는 가지뿔 지역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수북이 쌓아둔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임영심 매니저는 “쓰레기를 모아뒀다가 고무·철 등을 골라내 팔면 가족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가정에선 아이들을 길거리에 버리곤 한다”고 말했다. 돌볼 사람 없이 버려진 아이들은 더 쉽게 질병에 노출된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해마다 15만명이 실명하는 나라다(한국 실명률 0.02%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뜨거운 햇볕과 모래

마당극 소품 만들고 동네 배경 연극 한편… “우리는 예술 하며 놀죠”

문화예술 통합교육 ‘I-Dream’ kt꿈품센터 지사 활용 소외계층 대상 예술교육 재능 발휘 기회 주고 파트너십도 함께 키워 친구와 공연준비하며 자신감·적극성도 ‘쑥쑥’ “두두두두두” 지난 7월 24일, 제주 한림꿈품센터가 북소리로 들썩거렸다. 파란색 원통 모양의 북은 아이들 가슴에 닿을 만했다. 12명의 아이가 양손에 채를 쥐고 북을 두드렸다. “강약을 줘야 해. 그냥 세게 치면 시끄러운 소리로만 들려. 첫 박을 강하게. 다음 박은 약하게” 이성룡(35) 선생님이 시범을 보였다. 아이들은 무릎을 굽혔다 폈다 들썩들썩 거리며 곧잘 따라 했다. 강의실은 어느새 흥겨움으로 가득 찼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I-Dream’의 수업 모습이다. 사업은 ‘kt꿈품센터’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kt꿈품센터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다양한 교육 활동을 위해 kt지사가 공간을 기부한 곳이다. 공간은 제공됐지만, 막상 아이들에게 제공할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했다. kt가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의 공동 주최로 기획한 ‘I-dream’은 초등학교 4~6학년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연극과 영화, 음악, 미술, 무용을 결합한 통합교육이다. 전국 18개 지역의 kt꿈품센터에서 매주 한 차례, 2시간씩 총 70시간의 교육이 이뤄진다. 오는 10월 말 제주 아이들은 ‘영감, 놀아보세’라는 창작마당극을 무대에 올린다. 제주 신화를 바탕으로 한 도깨비 이야기다. 창작마당극을 올리기 위해 아이들은 지난 4월 중순부터 매주 화요일 미술수업을 받았다. 공연의상과 소품을 직접 만든 것이다. “어느 수업이 가장 재미있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도깨비 가면 만들기요!”라고 답했다. 극에서 비중이 큰 도깨비4를 맡은 강현호(11·신창초5)군에게 배역을 맡은 소감을 묻자, 우물쭈물 대답을 피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잠시 후,

북경 토토의 작업실_문화예술 교육 단비… “영화를 향한 꿈, 레디~~~ 액션!”

CJ CGV, 중국 현지 맞춤 청소년 대상 영화창작교육 제작 과정서 자연스레사회 이슈·역사 공부 협동심까지 배우게 돼 한국·중국 학생 공동 작업 ‘문화 교류의 장’ 역할도 “레디(Ready), 액션(Action)!” 카메라 버튼이 눌리고 녹화가 시작되자, 리우뽀(16)군의 얼굴이 경직되기 시작한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조심스레 눌러보지만, 이내 실수를 하고 만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는 리우뽀군의 모습에 진지한 얼굴로 피아노를 응시하던 배우들이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메이요우 관시~부야오 진장(沒有關係 不要緊張·괜찮아~긴장하지마).” 격려의 말이 쏟아졌다. 리우뽀군이 긴장을 풀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두 손을 건반 위로 천천히 올렸다. 매끄러운 연주가 이어졌다. 감독이 사인을 내리자, 짱안징(15)양이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를 펄럭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멜로디에 따라 사뿐사뿐 스텝을 밟는 짱안징의 동작이 카메라 렌즈 안에 클로즈업 되면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지난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북경 광거문 중학교에서 진행된 ‘2012 북경 토토의 작업실’ 현장. 6조 영화 ‘그해 여름’에서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짱인징양은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배우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 주연을 맡았다”면서 “영화 감독에겐 촬영 기술뿐만 아니라 배우와 소통하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 현지 고려한 ‘맞춤형’ 영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아직까지 중국 내에서 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 프로그램의 멘토강사 다이첸즈씨도 지난해 여름,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화·애니메이션 교육 봉사를 시도했다가, 보기 좋게 실패했다. 수혜자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사를 해보니 중국 학부모들이 문화·예술 교육에 들이는

“장애는 장벽 안돼… 꿈 찾으러 세계로 갑니다”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 도전 4대1 높은 경쟁률 뚫은 500명에 해외 연수 기회… 국제사회 리더 성장 발판 장애 청년 70명이 꿈을 찾아 해외로 떠난다. 오는 8월 23일부터 8박9일 동안 이뤄질 ‘장애인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프로그램에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청년들이다. 세상에 나가 도전하고, 꿈을 찾는 길에는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것쯤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출국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7월 19일 장애청년드림팀에 선발된 청년 3명을 만났다. 이들은 6대륙 중 한 곳의 장애 관련 단체나 기관을 방문해 선진 복지제도를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 체험을 하게 된다. 시각장애인 김장훈 페루에 복지제도 전파 목표 ◇시각장애 청년 김장훈 “한국 시각장애 복지를 페루에도 전파하고파” 두 살 때 사고로 한쪽 눈이 실명된 뒤로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김장훈씨(22·고려대 미디어학부 2년). 김씨는 페루의 시각장애인재활센터와 재활병원을 방문하고, 지체장애를 가진 페루의 한 국회의원을 만나 인터뷰할 계획이다. 그는 “페루는 한국의 1970년대 의료 상황과 비슷하고, 저시력 관련 전문 단체도 아예 없다”며 “앞으로 페루처럼 장애인 빈곤이 심각한 나라에 한국의 시각장애 관련 정책과 복지제도를 전파하고 싶은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시각장애인대학생연합회 회장이었던 김씨는 시각장애 고등학생을 위한 수험서와 대학 입학 전형 책자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을 불러모아 입시전형을 분석하고, 대학 생활 노하우를 정리해 담은 책이다. 김씨는 “작은 글씨로 인쇄된 입학 전형 책자들을 일일이 확대해서 봐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앞이 잘 보이지

[사회적기업 2.0시대가 왔다] ⑤ 1사1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에 대기업 노하우 전수… 파트너십 발휘해 동반성장 농산물 생산해 유통하는 ‘자연찬 유통사업단’ 현대글로비스 유통망으로 판매처 확보 어려움 해결 현대차 퇴직 임원 초빙… 재무·회계 노하우 전수 ‘㈜이지무브’ 매출 급성장 40억 지원 받은 ‘안심생활’ 요양보호사 육성해 중년층 여성 취업 도와 최근 대기업에 ‘사회적기업’ 바람이 불고 있다. 전문성과 열정을 갖춘 사회적기업을 발굴·지원하거나, 직접 사회적기업을 설립하는 대기업도 많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지난해 12월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국내 대표기업 22곳과 ‘1사1사회적기업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기업들은 사회적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1대1 맞춤형 컨설팅 지원과 경영 노하우를 전수한다. ‘더나은미래’는 1사1사회적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취재한다. 첫 번째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파트너 사회적기업인 ㈜이지무브·㈔안심생활·자연찬 유통사업단이다. ‘자연찬 유통사업단(이하 자연찬)’은 국내 영농장애인과 농촌 취약계층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건 올해 6월이지만, ‘자연찬’은 설립되기까지 3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쳤다. 이 유통사업은 국내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델이라 철저한 연구와 검증이 필요했다. 관련 분야 전문가를 찾던 김세열 자연찬 대외협력팀 본부장은 기업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장애인 이동 편의를 지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을 직접 찾아가 이 사업의 필요성을 전했다. 장애인 4인 가족의 월 평균소득은 170만원으로, 일반 4인 가족 월 평균소득(480만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영농장애인의 경우 이보다 더 열악한 120만원이다. 국내 영농장애인은 13만명에 달하지만,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매처를 확보 못 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업 필요성에 공감한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때부터 김 본부장과 함께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영농장애인 관련 연구

[Cover Story] 히트 제조 디자이너, 나눔을 히트시키다

카이스트 사회공헌디자인연구소 배상민 교수 세계 디자인 무대서 최연소 교수로 이름날려 코닥 디지털카메라 등 만든 제품마다 ‘인기’ ‘접는 MP3 플레이어’ 애플 ‘아이팟’ 제치고 획기적 디자인으로 찬사 소비자, 포장 푼 뒤에야 나눔상품인지 알게 돼…그만큼 제품 질에 승부 8년째 수익금 전액 기부 저소득층 교육지원 쓰여 “살기좋은 마을 선물하러 이번엔 아프리카로 떠나요” 동양인 최초로 27세에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의 최연소 교수로 강단에 선 디자이너가 있다. 그의 손을 거친 제품은 항상 ‘대박’이었다. 코닥의 디지털카메라가 그랬고, 3M의 포스트잇 패키징이 그러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그의 제품은 곧장 기업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코카콜라·샤넬·가네보·랄프로렌·골드만삭스·JP모건 등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앞다퉈 제품과 기업 로고(CI) 디자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5년 13년간의 화려했던 뉴욕 생활을 정리하고 돌연 귀국, 카이스트(KAIST)에 ‘사회공헌디자인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사회공헌디자인(Philanthropy Design)’ 개념을 만든 그는 기부 상품을 기획·디자인해,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8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궁금했다. 미국의 성공한 디자이너로 꼽히던 그가 ‘기부 상품’과 ‘사회공헌디자인’에 열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오후, 카이스트에서 배상민(40) 교수를 만났다. “상업 디자인을 하면서 ‘아름다운 폐품(廢品)’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선 소비자가 첫눈에 매력을 느껴 구입하도록 만들고, 6개월이 지나면 싫증을 느끼도록 제품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디자이너라고 하죠. 제가 디자인한 상품이 광고에 나오고, 상을 받아도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 디자인이 사람들의 과소비를 조장하고, 환경 문제를

“살아남기 위해 모였고, 끈끈한 신뢰 바탕으로 자립했죠”

콩고 난민 공동체 협동조합 아프리카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234만㎢의 광대한 땅,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 ‘아프리카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 땅엔 상처가 가득하다. 15년 동안 이어진 내전으로 500만명에 달하는 주민이 폭력단체에 의해 살해당했고, 콩고 동부에서만 20만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자국을 탈출한 난민이 50만명을 넘어섰다. 레베카(가명·36)씨도 2004년 전쟁터로 변한 콩고를 뒤로 하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레베카씨처럼 콩고에서 피난 온 이들은 함께 모여 콩고 커뮤니티를 이뤘다. 그러나 콩고 커뮤니티에 속한 20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인원은 고작 5명에 불과했다. 한국 땅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해서는 ‘콩고 커뮤니티’만의 경제적 자립 모델이 필요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콩고 커뮤니티’ 회원 중 한 명이 공사장에서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러한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콩고로 보내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했지만, ‘콩고 커뮤니티’가 경제적으로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을 방법도 없었다. 그날 이후 이들은 지속가능한 운영 방법을 모색하며 머리를 맞댔다. 조직도를 만들고, 공동체 규약을 정했다.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낼 것’ ‘한 달에 한 번 가지는 모임에 반드시 참석할 것’ ‘커뮤니티 내에선 정치적 발언을 삼갈 것’ 등이 그 내용이다. 회비를 통해 모인 금액은 응급 상황이 발생한 이들에게 보증 없이, 이자 없이 빌려준다. 이 덕분에 보증금이 없어 월세 방에서 쫓겨난 회원이 ‘콩고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지낼 곳을 마련할 수 있었고, 갑작스런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가 말하는 ‘함께 일하고픈 NGO’

설득력 있는 기획안… 선호도 1위 좋은 기획력 지닌 NGO 현장서도 훌륭하게 실행 신뢰 관계 생기게 돼 소신 있는 곳과도 오랫동안 함께 하고파 지난해 (주)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기업사회공헌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800대 기업 중 ‘공익단체(NGO, 시민단체, 사회복지시설 등 포함)에 대한 지원을 중단, 변경한 적이 있다’고 답한 곳이 절반이 넘었다(50.5%). 이는 특히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48.4%)과 사회공헌활동 담당자가 있는 기업(33.5%)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기업이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 NGO는 어떤 곳일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NGO에게 가장 먼저 눈길이 간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의 니즈와 기업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설득력 있는 기획안을 보면, 해당 NGO의 전문성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박필규 GS칼텍스 사회공헌팀 차장은 “A라는 대상이 기업에서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B라는 대상이 필요하면 해당 NGO에서 사회공헌 담당자를 설득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NGO는 현장에서도 훌륭하게 실행하더라”고 전했다. 지금 당장 함께 진행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NGO의 제안서를 모아뒀다가 여건이 될 때 다시 연락해보는 담당자들도 많다고 한다. NGO와 기업 간의 원활한 파트너십을 위해서는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실 차장은 “얼마 전 파트너 NGO기관이 타 기업으로부터 ‘포스코보다 5배 많은 사업비를 지원할 테니 포스코와 하는 프로그램을 우리와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고 하더라”면서 “당장의 비즈니스보다 파트너십을 먼저 고려하는 NGO와는 오랫동안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철학과 소신을 가진 NGO에게 끌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경운 LG디스플레이

[Cover Story] 12가지 핵심과제 ⑧ 시민사회… 비영리단체 성공 노하우

미국 사회 이끈 비영리단체 12곳… ‘협력’이 성공 비결 지도자·현장전문가 대상, 4년에 걸쳐 심층분석 미국에는 현재 180만개 이상의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고, 해마다 3만개의 비영리단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예산 규모는 1000조원이 넘는다(한국 비영리단체 예산 총액은 1조41억원, 2010년 한국개발복지 NPO총람). 최근 15년 동안 비영리단체의 성장 속도는 미국 전체 경제 발전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들이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아쇼카 책임경영자이자 시드재단 이사인 레슬리 크러치필드(Leslie R. Crutchfield)는 듀크 대학의 사회적기업진흥센터와 함께 2008년부터 4년에 걸쳐 비영리단체 지도자 2790명과 현장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인터뷰를 통해 미국 내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의 6가지 공통된 습관을 밝혀냈다. 이 내용을 담은 책 ‘선을 위한 힘'(소동)을 발간한 레슬리 크러치필드는 ‘더나은미래’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들이 성공한 비결은 큰 규모의 예산도, 현란한 마케팅 능력도, 완벽한 경영 노하우 때문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성공한 비영리단체 12곳을 선정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비영리단체마다 각각의 비전과 사업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비영리단체의 성과나 영향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긴 어렵다. 예산 규모나 재무 정보로는 비영리단체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을 뿐 그 단체의 영향력이나 성과 자체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단체를 통해 혜택을 받은 사람 수, 미국 또는 전 세계의 시스템을 변화시킨 성과, 정부 정책에 미친 영향력 등 구체적인 결과물을 산출한 뒤, 다른 비영리단체들이 롤 모델로 채택한 곳을 선정했다. 전국의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③일정 취소 손바닥 뒤집듯·업무협약서 요구에 난색… 기업·NGO<비영리 시민단체> 파트너십 ‘흔들’

기업 사회공헌 현실과 대안 ③ 기업 무리한 요구… 맞춰가며 일정 짜놓으면 행사 직전 취소한 경우도 납품 단가 조정 압력에 협력업체들 몰래 기부 전담팀 갖춘 기업 33.9%… 지속적 활동하기 어려워 최근 국내의 한 NGO 실무자는 대기업 S사로부터 “임직원 500명이 함께 봉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해당 NGO 실무자는 거절의사를 밝혔다. 봉사단 규모가 커질수록 수혜처를 발굴하기 어렵고, 수혜처에 대한 배려보다는 봉사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500명은 너무 많으니 100명 규모로 줄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해도, S사 관계자는 “원래 규모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다”며 압력을 넣었다. 결국 어렵게 나무심기 프로그램을 기획한 해당 NGO실무자는 행사 당일 오전, S사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회사 사정으로 봉사활동을 취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행사 전날까지 설득을 거듭해 수혜처를 겨우 확보한 터라, 이제 와서 약속을 어길 순 없었다. 해당 NGO는 급히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S사 임직원 대신 나무심기 봉사를 진행했다. 당시 프로그램에 관여한 NGO실무자는 “사회공헌 활동을 기업의 단순한 행사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면서 “사회공헌의 목적이 단순 홍보가 아닌 진정성에 있었다면, 수혜자와의 중요한 약속을 그렇게 쉽게 깨진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벤트로 전락한 기업 사회공헌 활동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게 됐지만, 그러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작용이 생겨났다. 국내의 한 대형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규모의 싸움’이 돼버렸다”면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임직원 수가 많을수록 사회공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