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가 ‘지역의 미래’를 이끌 해법되려면 <2>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창업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대표가 지난 29일 대전 충남대학교에서 개최된 ‘지역 스타트업생태계 서밋 2024’에서 성수동이 소셜임팩트의 성지가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현재 성수동에는 500개가 넘는 소셜벤처, 비영리 단체, 임팩트 투자사 등이 모여있다.
루트임팩트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성수동을 기반으로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조성해왔다. 체인지메이커는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말한다.
루트임팩트의 ‘성수동 커뮤니티’ 결성은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체인지메이커들이 한 동네에 함께 모여서 일하고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간단한 질문이었다. 이에 지난 2014년부터 ‘체인지메이커 디스트릭트’라는 이름으로 커뮤니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왜 성수동이었을까. 허 대표는 “당시 대부분이 대학생 창업가들이었기 때문에 서울 안에서도 적정 가격, 대중교통 접근성, 자연 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루트임팩트를 비롯해 HGI, 임팩트스퀘어, 소풍 등이 먼저 성수동에 발을 디뎠다. 이후 코워킹 스페이스(카우앤독, 헤이그라운드, 크레비스타운, 심오피스)가 생기면서 각종 소셜벤처, 비영리 조직들, 투자사 지원기관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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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대표는 “2014년엔 성수동에 사회환경적 목적을 지닌 조직이 10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성동구청 집계에 따르면, 2022년엔 520개가 돼 커뮤니티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사 중심으로 성수동에 모였더니 공공기관이 움직였다.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재정적인 지원을 했고, 이는 성수동 커뮤니티가 발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허 대표는 ▲심리적 안정감 ▲보유 자원 공유 ▲협력적 임팩트 등을 커뮤니티를 통해 경험한 것으로 꼽았다. 그는 “커뮤니티 내 구성원들이 ‘포기하고 싶었지만 커뮤니티의 소속감, 연대감으로 상호 지지하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구성원과의 신뢰가 쌓여, 협력했을 때도 더 큰 임팩트를 창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허 대표가 공유한 대표적 협력 사례는 2018년 론칭된 ‘임팩트커리어 W’다. 이는 자녀 돌봄 문제로 일을 중단한 경력 단절 여성과 경력직 인재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매칭하는 프로그램이다. 최종 입사자에게는 일과 육아 병행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루트임팩트를 중심으로 위커넥트, 진저티프로젝트, 째깍악어, 그로잉맘 등의 소셜벤처 조직이 협력했다.
허 대표는 커뮤니티를 구축할 때 일상생활에서도 매력적인 곳을 선택한 것처럼, 창업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할 때도 소위 ‘유잼’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수동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생활하기에도 좋은 곳인가’라는 것이었어요. 창업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때도 비즈니스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여길 만한 요소가 풍성한지가 중요합니다.”
대전=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