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표준에 맞춰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4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이하 KSSB)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공개초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기준에 비해 한국 초안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다. 주요 쟁점인 공시 의무화 시기와 대상, 공시 주기,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 여부 등 내용이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후 공시 방향 제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내외 투자사와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시민단체까지 참여한 합동 토론회로, 국내 기후공시안 방향과 주요 개선 사항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기후공시는 기업의 환경지표를 비롯해 기업 수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관련 위험가능성을 공개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2025년 기후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었으나, 2026년으로 미룬 바 있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2029년까지 미루자는 의견이 다수다.
이날 발제자들은 “기후공시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 흐름이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의원은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며 “금융위의 로드맵 결정이 늦어질 수록 의무화 시기도 늦어진다”고 말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유럽, 미국, 중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기후공시를 2026~2028년부터 시행한다”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IFRS(국제회계기준)의 처음 도입된 시기의 양상을 비교하며 기후공시 의무화를 강조했다. IFRS가 초기에 기업의 부담이었던 만큼 기후공시도 부담이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 김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반도체, 철강 등 국내 주력 산업이 기후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고, 이는 기업 가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을 경우 IFRS의 요구를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오히려 기업의 부담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프 3 의무 공시, 공시 주기 등 구체적인 의견들도 제시됐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수탁자책임실 실장은 “스코프 3 배출량 산정 방식 등을 구체화하고 당장 공시할 수 있는 기업과 아닌 곳을 구분해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ESG리서치팀 팀장은 “기후 정보는 투자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인 만큼 법제화를 통해 재무공시와 같이 분기별로 진행하거나 최소 반기 공시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배희은 아시아 기후변화 투자자 그룹(Asia Investor Group on Climate Change, AIGCC) 이사는 “ESG 공시가 해외 기관 투자 프로세스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대 기업은 2곳을 제외하고 스코프 3까지 공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지속가능성 공시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치연 금융위원회 과장은 “기업, 투자자 등의 이해관계자 니즈와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공시 기준을 제정할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