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4명이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 ‘아름담다’를 출간했다. 아름답다의 어원 중에는 ‘아(我)’답다라는 표현이 있다. ‘나답다’, ‘나와 같다’ 등의 말로 해석될 수 있는 것. 지난달 말 출간한 책 ‘아름담다’에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떻게 나답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름담다’는 기아대책의 자립준비청년 인식개선 캠페인 ‘마이리얼캠페이너’에 참여했던 자립준비청년 4인(마린보이, 쏘양, 태리, 트리버)이 작가로 나선 에세이집이다. 열 달에 걸쳐 제작한 이 책은 템북 출판사가 재능기부로 함께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강남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에서 책 ‘아름담다’ 발간 북토크가 열렸다.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아름담다’의 저자 박태양(쏘양) 씨와 김용민(마린보이) 씨의 책 집필 과정, 성장기 에피소드 등이 공유됐다.
에세이집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태양 씨(쏘양)는 “누구나 혼자가 될 수 있고, 자립준비청년들은 혼자가 되는 경험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책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가 겪었던 일이 별거 아니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8살에 그룹홈에 들어가 3년 3개월을 지냈다. 5살 더 어린 동생과 함께 입소하면서 동생에게 어떻게 하면 부모님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눈치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는 4년 차 자립 청년이다.
김용민 씨(마린보이)는 가정위탁으로 다섯 형제와 함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일곱 평 남짓한 방에서 이불 하나를 덮고 자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열아홉 살의 나이에 원양어선에 올라타 태평양에서 참치를 잡았다. 배에서 내린 지금, 그는 자립 5년 차 청년이다.
자립의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의지할 어른이 없다는 것. 박 씨는 “자립하면서 집을 구하는데 아르바이트 월급, 지원금까지 모아도 500만원이 부족했다”면서 “이런 어려움을 어디에 털어놓을 수 없었던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배에서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할머니의 다리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70kg 남짓한 참치와 사투를 벌였다. 그는 “부고 소식을 듣고 모든 게 무너지는 감정이었다”며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절망을 이겨내면 힘들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살아보려고 애썼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자립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것은 ‘공동체’라 했다. 박 씨는 서로 울타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자립준비청년들이 모인 커뮤니티 ‘한울’을 만들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밥을 먹는 ‘월간식구’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씨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절대 혼자가 아니며 기아대책 같은 기관을 통해 친구와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장 과정에서 가족처럼 응원해 준 어른들도 있었다. “광주 자립준비 전담기관 과장님 덕분에 사회복지사라는 꿈도 꾸게 됐어요. 사람에 대해 상처가 많았는데, ‘잘 커 줘서 고맙다’, ‘너를 위해 살아 보라’고 말을 계속 해주셨거든요. 점점 마음의 문도 열렸어요.” (박태양씨)
두 청년은 모두 ‘세상을 돕는 사람’의 꿈을 꾼다. 박 씨는 “자립준비청년으로 활동하며 여러 도움을 받았기에 이를 다시 베풀어야겠다 다짐했다”면서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들에게 베풀 때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로의 진로도 고민하고 있다.
“눈 앞에 벽이 있다면 벽을 무너뜨려 다리로 만들자.” 박 씨가 후배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스스로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지원책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경험을 하고 이를 기회로 만들자는 것. 김 씨는 후배들에게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살면서 불행한 일도, 고민할 일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그냥 일어섰으면 좋겠다”며 “포기하지 않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응원을 보냈다.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자기 마음의 그릇을 직접 꾸미고 또 그 그릇 안에 자신의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청년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며 “이 자리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또 우리 어른들은 청년들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