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주노동자는 약 130만 명. 국내 체류 외국인 약 250만 명의 절반을 차지한다. 법무부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의 4%가 체류 외국인이다.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다 코로나 당시 주춤했다 다시 회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감소하는 한국의 생산가능 인구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속 인권의 현주소는 어떨까. 지난 23일, 행복나눔재단은 ‘이주노동자,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를 주제로 SIT(Social Innovators Table)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기호 서울노동권익센터 팀장,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주요 연사로 참석했고, 이주민 관련 지원 기관 및 비영리단체, 학계 관계자 등 총 90여명이 참석했다.
과연 이주노동자는 내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일까.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은 2021년 약 5만5000명에서 2024년 약 16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박민정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분야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고 교집합의 영역이 적다”면서 “수도권 집중화에 따라 생산성 불균형이 지속되고 비수도권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생산력이 마비되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성 이주노동자의 60%가 제조업·농업 분야인데 경력 단절 여성은 7~10% 수준이다.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은 법적 테두리 밖에 있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65%가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거주하지만, 40.5%가 불법 가건물이나 임시 숙소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은 더 열악하다. 2021년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농어업 이주노동자 70%가 불법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기호 서울노동권익센터 팀장은 “기피 업종의 특성, 내수 경제 안정성을 위한 사업주 우선 정책 등의 이유로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이 침해된다”라고 말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 탓에 목숨을 잃은 사건도 있다. 2020년 12월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던 캄보디아 근로자 ‘속헹’씨가 영하20도 강추위 속에 사망했다. 속헹씨 사망이 이슈가 되며 규제가 강화됐다. 2020년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기존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등을 숙소로 이용 중인 경우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했다. 원칙적으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와의 근로계약을 전제로 입국하기 때문에 최초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근로를 지속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편법이 난무한다. 무상이나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득하거나, 상시거주가 아닌 임시숙소로 사용하면서 법망을 피해가는 것. 국토교통부의 ‘임시숙소 용도 가설건축물 처리 현황’을 보면 2021년부터 3년간 지자체에서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의 임시숙소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82건 승인해준 것이 확인됐다.
이주노동자의 건강권도 뜨거운 감자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가 건강보험을 납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작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진료비가 없어 진료를 못받는 현실이 많다”라고 했다.
한국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건강보험이 2019년부터 의무화 되었지만 여전히 40%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난민 신청자, 재입국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 미등록 이주민, 단기체류자 등은 제한된다.
건강보험 제도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사회보험은 기본 원칙은 능력에 따른 부담과 동일 급여지만,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 또는 재산과 상관없이 전년도 가입자 전체 보험료 평균(평균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는 15만990원인데, 내국인의 경우에는 ‘최저보험료를 기준으로 할 때’ 1만9780원으로 7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김사강 연구위원은 “국적에 따른 건강보험 제도를 차별하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2019년 인종차별철폐협약에서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률 제고방안을 마련하라는 권고사항이 있지만 지켜지고 있지 않다. 한국은 국제 인권 조약 기구들의 권고를 외면하고 있다. 김사강 연구위원은 “인권은 보편적이어야 한다”라면서 “인권이 특권이 되는 순간 문명이 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