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半, 업사이클링제품 제조 과정
최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업사이클링 제품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투리 가죽을 붙여 만드는 ‘패치가죽클러치’의 과정엔 ‘정성’이 절반 이상이다.
“소파를 만드는 업체에서 만들다 남은 것, 상처가 있는 것, 변색된 것 등 자투리 가죽을 기부받아 와요. 손바닥만 한 것부터 방석 크기, 제각각이죠. 열 포대 정도를 가져와서 쫙 펼쳐놓고 상품이 될 만한 걸 골라내면 한 포대 정도로 줄어듭니다. 글씨 같은 게 새겨져 있으면 일일이 지워야 하고요. 전부 사람 손을 거쳐야 하죠.” 이승선 에코파티메아리 팀장의 설명이다. 이후에는 프레스로 조각을 이어 붙이고, 안감을 대서 어엿한 가방의 모습을 갖춘다. 열흘 정도가 걸리는 공정이다.
“아무리 닦아내도 기름때가 남아 있을 때면 ‘10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정지은 세컨드비 대표가 말하는 고충이다. 자전거 폐소모품으로 인테리어 장식품과 장신구 등을 만드는 정 대표는 경기도 구리 지역의 자전거 매장 3곳을 돌며 밑재료를 마련한다. “두 달에 한 번씩 가서 버려진 부품을 구해와요. 바퀴, 타이어, 스프로킷(톱니바퀴 모양의 체인을 거는 부품), 체인 같은 것들이죠. 고물상에도 팔 수 있는 것들이라 개당 5000원을 주고 사오는데, 한 번 갈 때 보통 30만원어치를 장만합니다.” 기름에 찌든 부품들이라 세척이 관건이다. 전부 세세하게 분해를 한 후 닦아내는 데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마른 무쇠 솔로 겉을 털어내고, 탄산수소나트륨으로 기름기를 없애죠. 그다음에 물로 닦고요. 워낙 찌든 기름때라 정말 끝이 없어요. 세척이 끝나면 작업 절반이 끝났다고 봐도 될 정도죠.”
반면 빌로우1도씨의 커피콩 귀걸이는 ‘말림’의 연속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공정무역커피 ‘이피쿱’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진 커피콩 1㎏을 수거해서 선별한 이후 물에 씻고 서늘한 곳에서 이틀간 말린다. “식물이라서 수분이 조금이라도 함유돼 있으면 나중에 터져버리거든요.” 김유화 빌로우1도씨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1차로 말리는 과정에서 뒤틀리고 변형돼 낙오하는 콩들도 많다. 한 쌍씩 ‘짝짓기’과정을 거친 콩들은 한쪽 면을 평평하게 갈고 동그란 귀걸이 판에 붙인다. 이후 본격적인 가공 처리에 접어든다. 장신구 느낌이 나는 ‘안료’를 바르고 만 하루를, 코팅처리를 위해 ‘에폭시(Epoxy·표면 코팅을 위한 화학약품)’를 바르고 또 하루를 말린다.
“모범답안이 없잖아요. 12시간을 시작으로 말리는 시간을 늘려봤어요. 망치로 때려 보고 물에 적셔 보기도 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갔죠. 두 달 정도의 실험을 통해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 주는 적정 시간을 찾게 됐어요. 커피콩 귀걸이는 우리 회사 대표 제품인 지도책 팔찌보다 두 배 이상 더 잘 팔려요. 그동안 제 망치에 희생된 콩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웃음).”
젠니클로젯의 데님 노트북 가방은 많은 여정을 거친다. “동대문 광장시장 같은 데 중고 옷만 파는 마켓들이 있어요. 거기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청바지가 우리의 환영을 받죠.”(이젠니 대표) 중고 가게에서 50~100㎏ 정도씩 대량으로 들여온 청바지·청재킷 등은 사이즈·색상·훼손 정도에 따라 분류된다. 이후 전문 세탁업체로 가서 찌든 때를 벗는다. 작업장으로 돌아온 원단은 재단 과정을 거쳐 날염공장으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새로운 로고와 각종 패턴들이 새겨진다.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완제품을 만드는 가방 공장. 이렇게 한 제품이 새로 탄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