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의학적 중·경증 기준보다 적응능력에 따라 혜택 제공

해외에서는 이렇게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장애인 당사자가 해당 서비스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들어보고 유연하게 대상을 선정한다. 활동보조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장애인 스스로의 의지와 일상생활 수행 정도를 반영해 활동보조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이달 초 발간한 자료집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장애인 개인이 활동보조지원서비스 신청서를 작성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검토하여 서비스 제공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서에는 해당 장애인이 일상생활이나 외출 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자세히 기술하도록 되어 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리나(43) 국제협력실장은 “개인의 의학적 상태보다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 요소가 서비스의 내용과 양을 결정한다”며 “중증장애인이라도 적응능력이 뛰어나거나 가족 등의 적절한 보조를 받는다면 서비스 등급은 낮아질 수 있고, 경증 장애인이라도 부모가 부양능력이 없거나 다른 불리한 환경에 있다면 서비스 등급이 높게 책정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이 병원의 진단서 및 자기평가서를 주정부에 제출하면 사회복지사가 상담과 현장방문을 한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장애 정도, 실제 활동능력 정도, 경제적 형편, 가족이나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돌봐줄 수 있는 환경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서비스 대상자를 가린다.

반면 한국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심사센터에서 1급으로 판정받아야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국내의 장애등급제는 ‘의학적으로 중증인가 경증인가’를 기준으로 연금부터 사회복지서비스까지 국가의 지원여부와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애등급제는 전 세계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1차 판정에서 의사소견서를 참고한 후, 2차 판정에서는 본인의 의견이나 장애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최근 입법예고 된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은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 정도 이상의 중증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1급 장애인 이상에게만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차등 지급하는 기존의 제도를 그대로 법제화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39) 정책팀장은 “노인요양보험제도의 경우 65세가 넘으면 건강상태와 상관없이 모두 수혜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모든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을 주되, 서비스가 필요 없는 사람을 다시 가려내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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