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장애는 ‘못 하는 것’이 아닌 ‘다른 능력을 갖춘 것’

“장애인에게 있어 복지란 결국 스스로가 자립하는 것입니다.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일자리가 만들어질 때 보조기기 등 다양한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자립이 좀 더 용이해지지 않을까요”

지난 19일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브릭스에서 ‘제17회 소셜임팩트포럼’이 열렸다. 사단법인 유쾌한반란이 개최한 포럼에서는 장애 당사자 직원이 직장에서의 경험을 나눴다.

19일 열린 ‘제17회 소셜임팩트포럼’에서 넥스트지 오준석 실장이 ‘넥스트지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쾌한반란

시각 및 발달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 기기를 개발하는 넥스트지의 오준석 실장은 사회적 환경을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오 실장은 먼저 시각장애인이 직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 설명했다. 그가 꼽은 두 가지는 이동과 정보 습득이었다. 특히 정보 습득에 있어 직장에서 업무를 볼 때 PC나 모바일 사용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보완책은 있다. 바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서 정보를 전해주는 화면 낭독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다. 오 실장은 “이런 솔루션을 이용해서 시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이나 PC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도 있고 정보를 습득할 수도 있다”며 “스크린 리더 같은 보조공학 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지에 따라 장애인의 능력 발휘에 큰 효율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테스트웍스 이은비 매니저가 ‘테스트웍스를 통해 달라진 나의 모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쾌한반란

장애를 ‘못하는 것(disabled)’이 아닌 ‘다른 능력을 갖춘(differently abled)’ 관점으로 함께 일하는 사례도 있었다.

AI 데이터를 구축하는 테스트웍스의 청각장애 당사자 테스트웍스 이은비 매니저는 수어가 가능해 수어 통역 및 3D 세그멘테이션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 매니저는 수어 통역을 통해 기존 청각장애 직원들과의 소통을 돕고, 비장애 직원을 대상으로 수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스프링샤인 강동우 작가가 ‘웹툰계의 우영우 되는 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유쾌한반란

발달장애인 예술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프링샤인 강동우 작가는 지적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인스타툰을 작업한다. 스프링샤인과의 첫 협업은 ‘지적발달장애인의 날’을 맞아 소개하는 단편 인스타툰이었다. 그러나 장애 당사자로 높은 이해도를 갖춰 자폐성 발달 장애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덕분에 좋은 호응을 얻어 장편 시리즈가 될 수 있었다. 강 작가는 “우영우는 과연 혼자서 변호사가 됐을까”라며 “어머니와 동료의 도움을 받아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19일 열린 ‘제17회 소셜임팩트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쾌한반란

앞서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를 무엇이라고 정의하는지 물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장애를 무언가를 할 수 없는 결함이 있는 상태’로 정의하면 장애는 그 사람 안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 사람을 고쳐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계단·이동권 제약·편견 등 장애를 더 느끼게 하는 환경을 장애라고 정의하면 장애를 향한 시선이 달라진다.

이 교수는 “여러분은 무엇이 장애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어떤 장애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져봤으면 좋겠다”며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따라 신체 기능과 상관없이 장애인의 활동과 참여 정도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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