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학교 밖으로 나오려면 사회적기업·학교 ‘소통’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당장 시행해야 하는데…
모의 창업 활동·생태교육·진로교육,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되어 있지만
사회적기업에 대한 의구심 많고 예산도 부족… 일부 한명당 3000원도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의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파티쉐(제과제빵사)를 경험해 보고 있는 청소년들.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의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파티쉐(제과제빵사)를 경험해 보고 있는 청소년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제공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의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파티쉐(제과제빵사)를 경험해 보고 있는 청소년들.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의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파티쉐(제과제빵사)를 경험해 보고 있는 청소년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제공

“국제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현장 실습률은 4.4%에 그치고 있어요.(핀란드는 99.1%) 학교 밖 인프라 구축이 안 됐고, 학교 안에서 모든 절차를 진행했던 습관이 있기 때문이죠.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활동입니다. 작년 성남 지역에서 자유학기제를 진행했던 학교 3곳을 들어가 보니 핵심은 교사들입니다. 지역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자유학기제를 위한 네트워크도 없고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니까 일일이 청소년복지관이나 수련 시설에 전화 돌리고 수소문하면서 20년 교사 생활 중 최고의 비참함과 비애를 느꼈다’고 해요.”

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 김정상 대표의 말이다. 2011년 설립된 유스바람개비는 성남·분당 지역을 거점으로 청소년의 롤 모델이 되는 혁신형 사회적 기업과 중·고생 진로 체험을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비롯, 모의 창업 활동 및 청소년 소셜벤처 창업동아리 운영 등 진로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셜진로 교육센터, 대안학교 ‘바람개비스쿨’, 청소년자립카페 소리울 등도 운영한다.

2013년 10월에 설립된 생태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창의공작소’는 서울 성북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교육, 생태 텃밭 운영 등 환경과 창의 교육을 접목시킨 콘텐츠와 품앗이센터, 공유 책방 등의 공유 경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특히 방과후 캥거루학교(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방과후 프로그램), 달팽이학교(자연에서 관찰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송미숙 대표는 “작년에 두 개 초등학교 500명에게 창의적 체험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교육을 마친 후 한 교사에게 명함을 전달했는데 그 교사가 학부모를 연결시켜줘서 소그룹 창의 교육을 실시했고 그 아이들과 지난 주말 광명시교육청에서 ‘세계 창의올림피아드’ 한국 본선에 출전했다”고 했다.(‘소리를 눈으로 보여라’는 주제로 동상과 다빈치상 수상했다고 한다)

◇사회로 나오는 학교, 학교로 들어가는 사회적 기업

내년부터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세계시민교육 특별지원학교 운영(5개교) 등 세계시민교육 강화, ▲지역사회 민·관 협의체 구성을 통한 마을 결합형 학교 기반 구축, ▲사회적 경제 교과서 제정, 학교협동조합 활성화 등 사회적 경제 교육 활동 지원, ▲서울형 자유학기제 운영 강화 등 주요 업무 계획을 내세웠다. 이 같은 흐름은 창의·체험·인성교육 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엔 더할 수 없는 기회다.

사회적기업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의 곽경숙 상임이사는 “학교에서 진로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학교마다 한 명씩 배치돼 있는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없어 외부 전문 자원을 찾는 손길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구행복한미래재단은 대구교육청과 SK가 2012년 9월 공동 출연해 만든 민·관 협력형 사회적 기업으로 대구 지역 진로·진학 교육을 전문으로 한다. 이 재단은 대구 지역 100곳의 초등학교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 초등학교 절반에 이르는 숫자다. 곽 이사는 “맞춤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수행할 강사를 양성하는 등 전 과정을 맡아서 처리해주니 학교의 만족도가 높고 후속 교육으로도 활발히 연계된다”고 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안팎으로 느끼는 부담 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달리 일선 학교의 준비는 아직 미진하다. 실제로 유스바람개비의 경우 중학교 2학년 진로 체험 교육이 갑자기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회적기업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인데, 탐방 업체와 교육 공간까지 준비가 완료됐지만 막판에 교장·교감선생님이 반대한 것이다. ‘지역에 좋은 대기업도 많은데, 왜 학생들에게 사회적기업을 탐방시키느냐’는 이유에서다. 송미숙 대표는 “작년에 중학교 7개 반에서 2시간씩 수업을 했는데, 어떤 교사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나가지만 어떤 교사는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도 18년 이상 교육 경력을 갖고 있는데, 그런 경험을 하면 자존심이 좀 상할 때도 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을 보는 교사의 인식도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 교사들의 고충도 크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은 물론 도움이 되죠. 하지만 성적에 예민한 부모님들에게선 우려도 많이 들어요. 교사들 부담도 크죠. 우리 지역은 당장 2학기부터 자유학기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세부 계획은 다 교사들 몫이거든요. 막막하죠. 외부에 전문 기업이 많다지만 종이로만 봐서 어떻게 알겠어요. 당장 안전 문제도 걸리고요. 작년 세월호 사건 때문에 있던 외부 활동도 다 취소될 지경인데…”(경기도 성남 N중학교 K교사)

K교사는 “필요한 경우 외부 강사를 초빙할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제한된 경우”라며 “대부분 교사들이 떠맡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 P씨는 “기술 선생님은 ‘목공의 이해’를, 국어 교사는 ‘미니북 만들기’를, 사회 교사는 ‘세계시민교육’을 하는 등 최대한 교사들을 활용하려는 게 학교 측의 의지”라고 했다.

서울시의 한 사회적기업 담당자는 “지역 초등학교로부터 체험 활동 문의를 받았는데, (시범 기간이라) 학생 한 명당 3000원 정도의 예산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운영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액수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기업을 알린다는 목적으로 수락했다”고 귀띔했다. P교사는 “적은 예산도 문제이지만, 학교가 교육 전문가가 모인 보수적인 집단이다 보니 사회적기업에 대해 ‘믿을 수 있는 단체인가’라는 의구심이 많다”고 했다. 아직까지 학교 내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시각은 취약 계층을 고용하는 ‘자활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소통과 교육, 콘텐츠의 질 확보로 학교 담벼락 넘어야

이 때문에 학교와의 소통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12월 유스바람개비는 성남·분당 지역의 진로·진학 상담교사 15명을 모아 ‘진로 교육 활성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연례행사가 됐고, 자연스레 크고 작은 모임으로도 이어졌다. 김정상 대표는 “학교에 사회적기업을 이해시키고, 콘텐츠를 검증받는 활동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이 자체 콘텐츠의 내실을 키우고, 학교 내부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P교사는 “외부 기업에서 3월에도 학교에 공문이나 제안서를 보내는데, 교내의 연간 플랜은 2월에 모두 마무리된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며 “특히 교사들은 단순히 공문이나 팩스로 소개 자료를 보내는 것보단 신뢰 가능한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자료들을 더 주의 깊게 보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박도영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현장에 금융 교육이 정식으로 채택된 것은 교사들을 상대로 한 금융 교육 연수가 선행되는 등 상당한 준비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차원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식 제고 교육, 사례 공유, 교류회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태욱 기자

주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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