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으로는 북반구 경제선진국부터 남반구의 저소득국까지, 투자 유형으로는 상장 주식에만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자부터 개발도상국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국제개발 NGO까지. 스스로를 임팩트 투자자로 정의하는 조직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업적 투자와 구분되는 임팩트 투자의 개념이 자리잡는 시기였다면, 바야흐로 무엇이 진짜 임팩트 투자인지에 대한 세심한 논의와 사례가 쌓여가는 시기가 도래했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년 임팩트 투자의 날(Impact Investing Days 2024) 콘퍼런스’는 이런 장면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 콘퍼런스는 2018년 코펜하겐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로 5회를 맞았다. 초기에는 임팩트 투자자, 자선재단 실무자, 사회적기업가와 학계의 만남을 여는 장으로서 역할을 했다면, 점차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오늘’의 임팩트 투자 분야가 직면한 실질적 고민을 털어놓고 방안을 찾는 자리로 그 성격이 깊어지고 있다.
무엇이 임팩트 투자인가? 혹은 임팩트 투자가 아닌가?
임팩트 투자는 일반적으로 ‘재무적 수익과 함께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지는 투자’로 정의한다. 여기서 ‘측정 가능한’ 그리고 ‘창출하려는 의도’ 라는 표현은 임팩트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를 구분 짓는 데 있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투자와 임팩트 창출 간의 상관관계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는 투자,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지만 그 결과로 측정가능한 임팩트를 만들지는 못하는 투자, 혹은 단순히 사회적·환경적 가치와 원칙을 재무 목표와 일치시키기만 하는 투자는 엄밀히 말해 ‘임팩트 투자’ 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콘퍼런스에서는 방글라데시 모바일 금융서비스 기업 ‘비캐시(bKash)’에 대한 투자 사례를 두고 이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비캐쉬(bKash)는 송금, 수취,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2011년 BRAC Bank Limited와 미국의 Money in Motion LLC가 합작 투자하여 방글라데시 은행인 BRAC Bank PLC의 자회사로 설립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2013년에는 국제금융공사(IFC)가 지분 파트너가 되었고, 2014년에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빠른 성장에 상업적 성격의 투자도 잇달았다. 2018년에는 알리페이(Alipay)를 운영하는 앤트파이낸셜이 지분 파트너로,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투자자로 합류하여 설립 10년 만에 7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무섭게 성장해 방글라데시 최초의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이 되었다.
비캐시(bKash)에 대한 투자는 방글라데시의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투자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2024년 현재 시점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남는다. 이미 상업적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성공 기업인 비캐시(bKash)에 투자를 하는 것을 ‘임팩트 투자’로 간주할 수 있을까?
논의에서는 임팩트 투자가 임팩트를 추가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루트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첫째, 상업적 투자자가 투자하지 않는 영역에 자금을 투자하거나, 둘째, 임팩트 측정 관리와 같은 행동으로 기여하거나, 마지막으로 피투자기업이 임팩트와 재무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지원하는 활동이 그것인데, 비캐시(bKash)와 같은 사례에서는 임팩트 투자의 역할이 선명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가 주를 이뤘다. 이 밖에도 콘퍼런스에서는 세컨더리 공모 시장에서의 임팩트 투자 혹은 ESG 펀드를 통한 투자를 임팩트 투자로 간주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시스템적 사고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임팩트 투자가 단순히 사회·환경적 가치를 연계하는 투자를 넘어서야(beyond value alignment) 한다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콘퍼런스에서는 ‘시스템적 변화(systemic change)’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시스템적 변화’는 두 방향에서 주로 논의되었다. 첫째는, 기존 금융시스템이 설정한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위험 조정, 시장 수익률,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 등 기존의 투자 결정 기준과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통적 투자 시장의 투자처는 임팩트 투자자가 투자할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임팩트에 적합한 수익률은 자신이 재정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투자가 미치는 임팩트의 범위를 시스템적으로 파악하자는 제안이다. 즉, 전체적인 맥락과 다양한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의 임팩트 투자는 주로 기술이나 기업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데 집중하는데, 이런 노력은 고립된 영향력을 만들기 쉽고 우리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대개의 임팩트 투자자들이 불평등, 사회 정의, 기후 변화, 빈곤과 같은 큰 시스템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 아닌 증상을 해결하는데 치중한다는 논의는 시스템적 사고가 부재한 현 상황에 대한 핵심을 간파하는 것이었다.
즉,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1~2개의 목표에 최적화하여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때로는 다른 목표를 희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재생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로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 성장(SDG 8)’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부분과 부분의 연결, 즉 시스템을 바라보지 않고 개별 목표를 좇는 식으로는 SDGs 달성은 어렵지 않을까?
진화하는 임팩트 투자를 기대한다
개별의 투자로 시스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는 지향은 쉽지 않은 매우 까다로운 과제이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시스템을 고려하며 이를 임팩트 전략 및 측정 관리 관행에 포함시킨 임팩트 투자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에게 놓인 과제는 ‘시스템을 고려하는 임팩트 투자를 어떻게 촉진할 것이냐’이다.
필자는 학계와 실무자의 경계에서 일하며 학계와 투자자의 시간에 시차가 있음을 마주해왔다. 임팩트 투자의 자금 제공자와 운영자는 ‘오늘’ 의사결정을 하는 투자가 ‘내일’ 어떤 사회적 임팩트를 가져올지 알고 싶은 반면, 학계가 쌓은 데이터와 분석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 이 간극을 좁히려면 서로 더 많은 연결과 협업이 필요하다. 임팩트 투자 영역에서 학문적 엄밀함(rigor)과 현장의 문제와 필요(relevance) 사이의 섬세한 균형잡기를 거듭 시도하는 참여적 연구가 보다 활발하기를 기대하며, 필자 또한 그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오수현 임팩트와이즈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필자 소개 현재 덴마크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 지속가능성센터에서 박사과정 중으로, 개발도상국에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 조직의 전략과 관행의 진화 과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임팩트와이즈컨설팅 대표컨설턴트로 임팩트 투자와 비즈니스의 임팩트 측정 및 관리, 국제개발협력사업 기획 및 성과관리 영역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 UNDP, 메릴린치증권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임팩트 영역과 금융 영역 간의 경계를 넘어 임팩트와 재무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달성가능한 지점을 고민하고 탐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