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식물기
장 앙리 파브르(1823~1915)는 곤충의 본능과 습성을 기록한 ‘파브르의 곤충기’를 1879년부터 28년에 걸쳐 발간했다. 곤충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는 이보다 3년 앞선 1876년에 이례적으로 식물을 다룬 ‘파브르 식물기’를 출간했다. 파브르 식물기의 첫 장인 ‘산호와 나무’에서 그는 “식물은 동물의 자매다”라고 말한다. 식물과 동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생하는 생명의 이치에 주목했다. 또 식물을 구성하는 기본 구조인 뿌리·줄기·잎의 화학적 특성을 살피면서 이런 특징들이 땅 위의 다른 생명체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이 책은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된 완역본이다.
장 앙리 파브르 지음, 조은영 번역, 휴머니스트, 2만2500원, 464쪽
급진적으로 존재하기
1975년 미국. 장애인 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휠체어와 버스를 묶는 이동권 투쟁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언론을 통해 이들의 투쟁 방식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긴 투쟁의 결과 장애인 이동권과 고용, 그리고 차별 금지 등을 담은 장애인법(ADA)이 1990년 제정됐다. 장애인에게 일상은 쉼 없는 투쟁의 연속이다. 책에는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고 길을 개척해 나가는 장애 당사자 30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동, 병원 치료, 육아 등에서 그들이 현실적으로 마주하는 다양한 차별 경험과 비장애 중심주의가 자본주의, 인종주의와 결합해 장애인을 소외시키는 방식을 보여주며 그들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앨런 새뮤얼스, 질리언 와이즈 외 28명 지음, 앨리스 웡 엮음, 박우진 번역, 가망서사, 1만8000원, 436쪽
노란 나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개월이 지났다. 상대적 열세로 평가되던 우크라이나군은 미국 등의 지원으로 반격에 나서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은 폐허로 변했다. 건물은 포탄에 맞아 무너졌고, 사망자도 수만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출생인 저자 올렉산드로 샤토킨은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전쟁의 참상과 극복 과정을 책에 담아냈다. 특히 어린 소녀가 전쟁으로 세상과 단절되고, 평화롭던 일상을 박탈당하며 고립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책 곳곳에 평화롭게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를 그려넣는다. 그는 “노란 나비를 보면서 전쟁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평화로운 일상을 일깨우길 바란다”며 “전쟁의 상흔으로 까맣던 도시가 하루빨리 푸른 하늘을 되찾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올렉산드르 샤토킨 지음, 최정희 번역, 노란코끼리, 1만5300원, 72쪽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