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입장 돼보니 알았어요… 난 가해자보다 더 나쁜 ‘방관자’였다는걸

학교 폭력 예방 교육 그후

“반에 약간 더럽거나 뚱뚱한 친구가 있으면 피하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비디오를 보고 나니까, 제가 민재 같은 방관자였던 것 같아요. 앞으로 노력할 거예요. 가끔 말도 걸어주고, 같은 모둠 되면 친하게도 지내려고 하고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신석초등학교에서 진행된 2차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들은 허다윤(11)양의 말이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듣고 나니, 이제는 안 했다간 양심이 더 찔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안전행정부와 교육부 후원으로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는 학교 폭력 예방사업.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학교폭력예방교육을 거쳐 간 아이들은 15만4200명. 올해는 27만명의 아이에게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날의 프로그램 핵심은 ‘방관자’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불어넣어 주는 것. 문소원 굿네이버스 나눔인성교육팀 과장은 “1차 프로그램에 이어, 방관자 아이들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며 “아이들이 가해자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를 보호하는 집단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방관자가 공통으로 경험하는 ‘불안감’, ‘두려움’, ‘무력감’, ‘죄의식’ 같은 부분을 직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봤다”고 했다. 그는 “가면극 활동이라든가, 종이에 두려운 감정을 적고 찢어보는 등의 심리치료적인 요소가 더 강화됐다”며 “폭력은 나쁘다고 주입하는 것보다는,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게 영상이나 활동을 구성했다”고 했다. 이날 신석초등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한 학교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주은(43)씨는 “아이들이 연극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상에 나온 가해자·피해자·방관자 중 어디에 공감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은연중에 드러나더라”며 “아이들 각각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내면의 어려움을 풀어낼 수 있게 돕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신원준(초등 “6년)군은 “그동안 나도 똑같은 상황에 부닥치게 될까 봐 무서워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무관심으로 외면한 기억들이 떠올랐다”며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먼저 손내밀 것”이라고 했다. 학급 담임인 김민석(31) 교사는 “반 안에서 끼리끼리 어울리다 보면 조용히 안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한 명의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힘이 될지를 아이들에게 계속 알려주다 보면, 여럿이 특정 아이들을 멀리 지내는 경우가 적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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