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아동 인권 보호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국내 처음 나와

얼마 전, 에티오피아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아동은 국내 A방송사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 소·염소 등 가축들이 이용하는 연못의 더러운 물을 먹도록 강요당한 것. “먹기 싫다”며 거부하는 아동에게 A방송사는 “식수시설이 필요한 상황을 알려야 한다”며 촬영을 강행했다. 인터뷰 중엔 “눈물을 흘리라”고 요구하고, 아동이 울지 않자 직접 꼬집어 눈물을 흘리게 했다.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발생한 실제 사례다. 모금을 위한 영상이 되레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국제구호개발 NGO들은 지난 15일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아동 인권과 관련된 최초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이다. 기자, PD, 비영리단체 실무자, 기업의 대외홍보 담당자, 해외 자원봉사자 등 아동 관련 취재·홍보·모금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그 대상이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진 촬영 시 대상의 눈높이에서 찍을 것 ▲촬영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촬영을 중단할 것 ▲평소 하지 않는 일을 연출하지 말 것 ▲촬영을 위해 아동을 의도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지 말 것 ▲대중들로 하여금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보도는 지양할 것 ▲현장에서 촬영한 이미지나 영상을 동의 없이 개인 SNS에 올리지 말 것 ▲가명 처리를 원칙으로 할 것 등 34가지 세부 사항이 담겨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위해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와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코피드(KOFID), 프렌드아시아 등 5개 단체가 6개월 동안 논의를 거쳤다.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관계자 서약서, 아동 인터뷰 동의서 양식, 보도 내용을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포함시켰다. 전지은 KCOC 정책센터 담당자는 “올해 초 에티오피아 정부가 한 NGO 단체와 방송사에 ‘현지 문화와 환경을 오해할 수 있는 방송은 허락할 수 없다’며 취재 비자 발급을 거절한 사례가 있다”면서 “개도국 아동에 대한 편견과 후원자들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방송 문화를 지양하고, 취재 및 영상 촬영 과정에서 아동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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