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장애인고용부담금, 직원 ‘평균임금’ 수준으로 올려야”

[인터뷰]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기업 규모, 고용 형태별
고용부담금 차등해야

‘부담금이 더 경제적’
잘못된 인식 바뀔 것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7일 “장애인이 ‘동료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7일 “장애인이 ‘동료시민’으로서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현재 월 최저임금의 60%(약 120만원)로 설정된 장애인고용부담금 부담기초액을 회사 평균 임금 수준으로 올린다고 가정해볼게요. 장애인 더 뽑으시겠어요?”

“그렇게 되면 고용하지 않을 수 없죠. 어떻게든 방법을 찾겠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연구위원은 17일 더나은미래 전화 인터뷰에서 민간기업 A사의 인사 관리자와 나눈 대화를 공유했다. A사는 장애인 의무고용률(3.1%)을 지키지 못해 2021년에 고용부담금으로 약 2억6500만원을 냈다. 연매출 1조원에 상시 근로자는 1100여 명.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장애인 33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16명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사의 상시 근로자 1인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수준의 부담기초액을 직원의 월평균 임금으로 올리면 A사의 고용부담금 규모가 3배 가까이 커진다”며 “이른바 ‘부담금으로 때우는 게 더 저렴하다’는 세간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고용부담금 기준을 월평균 임금 수준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인가?

“현행법상 부담기초액은 각 기업의 고용 규모·매출액 등과 관계없이 일괄 적용된다. 기업마다 사업장 크기, 경제적 상황이 같지 않은데 같은 기준을 적용해버리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자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대기업은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부담금을 내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기업 규모별로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차등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조금은 섣부른 우려다.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게 고용부담금의 목적이 아니다. 고용 주체인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다.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면 고용부담금을 안 내도 된다.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고용부담금이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기업이 당연히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생긴다.”

―최근 발표한 ‘제6차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에서 고용부담금 이야기는 빠져 있다.

“기업 규모별 고용부담금 차등제는 지난 2018년 제5차 기본계획에서 처음 언급됐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부담기초액을 차등해 가산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당시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다. 5년 만에 나온 이번 기본계획에서 고용부담금 개편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게 무척 아쉽다.”

―부담금 높이는 게 효과가 있을까.

“1000명 이상 규모의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 6명을 면담했다. 고용부담금을 해당 기업의 상시 근로자 평균 임금 수준으로 높이면 어떻게 대응할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모두 장애인 고용을 위해서 뭐든 할 거라고 하더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거나 장애인 적합 직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고용 방안을 고민하게 될 거다.”

―장애인 고용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질적 확대 방안은 없나?

“현재 정부는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 수준을 평가할 때 몇 명을 고용했는지 양적 지표만 본다. 일자리를 늘리는 게 중요하지만, 정량적 수치만 챙기면 일자리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일례로 기업이 장애인을 2~3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해 지속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거나 재택근무라는 명분으로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다. 기업의 장애인 고용 형태도 고용률만큼이나 중요하다. 고용 형태는 고용부담금을 가감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업별 상시 근로자 월평균 임금으로 부담기초액을 산정하고, 정규직 비율이 높으면 고용부담금을 감액하는 식이다. 현재는 고용 인원이 늘수록 고용부담금을 감액하는데, 장애인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규직 비율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 현실적 방안이 있을까.

“단계적으로 고용부담금을 높여야 한다. 우선 월 최저임금의 100% 수준으로 부담금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이러한 고용부담금 관련 논의를 장애인 당사자와 정부·기업 관계자, 노조, 장애인 단체 등이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장애인고용노동특별위원회’(가칭) 같은 것도 만들면 좋겠다. 지금은 소수 전문가가 정책을 논의하고 제도를 바꾸는데,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가 서로 고민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기구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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