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헌옷 버리지 말고, 문 앞에 두세요”… 방문수거·재판매로 의류폐기물 줄인다

[인터뷰] 양수빈 리클 대표

경기 남양주에 있는 의류 매장 ‘리클스토어’. 가게 안에는 셔츠, 바지, 가방, 신발 등 다양한 아이템이 진열돼 있었다. 폴로 셔츠 2만원, 프라다 블라우스 12만원. 시세의 5분의 1 수준이다. 새 제품 같아 보이지만 모두 중고 의류다.

헌옷을 판매하는 여타 매장과 다른 건 이른바 ‘모셔온 물건’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매장에서 만난 양수빈 리클 대표는 “멀쩡한 옷이라도 의류수거함에 들어가면 대부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폐기된다”라며 “헌옷을 한 번 더 유통시키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바로 방문 수거”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경기 남양주시 리클스토어에서 양수빈 리클 대표를 만났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달 20일 방문한 경기 남양주 리클스토어에는 중고의류 2000벌과 신발·가방 등 잡화가 진열돼 있었다. 이곳에서 양수빈 리클 대표를 만났다. /남양주=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이용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헌옷 수거를 신청하고 문 앞에 내놓으면 직원들이 직접 찾아갑니다. 보상금도 지급해요. 그렇게 매주35t(약 10만벌)이 리클 물류창고에 입고됩니다. 이 중 소비자에게 판매할 최상급 중고의류는 3%, 3000벌 정도죠. 계절에 따라 절반 정도 매장에 걸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해요. 매대에 걸리지 못하는 옷들은 국내 도소매업체에 판매해요.”

지난 2021년 설립된 스타트업 ‘리클’은 3년 만에 직원 수 40명으로 규모를 키웠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5억원 수준이다. 양 대표는 “고객의 약 85%가 20·30 여성”이라며 “버리려고 했던 옷을 문 앞에 두기만 해도 커피값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자연스럽게 의류폐기물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헌옷 수거 업체는 기존에도 많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대부분의 헌옷 수거 업체들은 무게 20kg 이상 돼야 수거해요. 매입 단가도 의류 상태에 관계없이 1kg당 200원 수준이죠. 20kg를 한꺼번에 버리는 건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거 기준을 20벌로 설정했어요. 매입 단가는 1kg당 300원 시세를 적용합니다. 재판매 가능한 의류는 한 벌당 500원~2만원 범위에서 보상금을 따로 지급합니다. 만약 버리는 의류 무게가 5kg이면 최소 1500원을 받을 수 있는 거고, 그 중에 양질의 의류가 있다면 그건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번화가도 아닌 곳에 매장을 냈는데, 물건이 팔리나요?

“창업 초기에는 온라인몰만 운영했어요. 하지만 옷은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사야하잖아요?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죠. 남양주에는 리클 사무실과 물류창고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이곳에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서울에 본격적으로 매장을 내기 전,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고 보면 됩니다.”

-수거한 옷을 분류하는 일도 만만찮을텐데요.

“매주 35t씩 창고로 들어와요. 직원 9명이 분류 작업을 합니다. 재판매가 가능한 옷과 아닌 옷을 구분하는 거죠. 이염이 심하거나 지퍼·단추 등 부품이 떨어진 옷, 손상이 심한 옷을 가려내는 작업입니다. 이런 옷들은 국내 도소매 업체에서 사가요.”

양수빈 리클 대표는 “리클을 활용해 시민이 부담없이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양질의 중고의류를 사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양주=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양수빈 리클 대표는 “리클을 활용해 시민이 부담없이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양질의 중고의류를 사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양주=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수거업체가 판매까지 하는 경우는 드문데요.

“어느날 옷장 정리를 했는데, 버릴만한 옷이 산더미같이 나온 거예요. 근데 이걸 처리하기가 은근 불편하더라고요. 헌옷 수거함에 버리자니 들고 가기 귀찮고, 헌옷 수거 업체를 부르자니 수거 기준인 20kg을 충족하지 못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누가 가져가줬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래서 수거부터 판매까지 한번에 하는 사업을 구상하게 됐어요. 마침 헌옷을 수거, 유통, 판매까지 일괄적으로 하는 기업도 없었어요.”

-소비자들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이 아주 좋아요. 소비자들이 버린 헌옷이 리셀 시장에서 재판매되면서 자원순환에 도움이 되는데, 리클은 이를 ‘소나무를 심었다’고 표현해요. 예를 들어 리클 앱 사용자가 헌옷 20kg을 내놓았다면, 이는 한국자원순환연구소의 계산법에 따라 소나무 200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는 셈이죠. 리클은 앱을 통해 이러한 나무 심기 효과를 사용자들에 알려줍니다. 안 입는 옷을 버렸을뿐인데 소나무까지 심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소비자들이 좋은 평을 남겨주고 있어요. 덕분에 최근 한달 새 회원수가 32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약 4배가량 늘었죠. 수거량도 4000건에서 1만2000건으로 3배 많아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한데요.

“옷장 정리를 하고 싶을 때 ‘리클’이 딱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선 물론 사업 범위를 점차 넓혀 가야겠죠. 현재 리클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인데, 2025년에는 전국으로 확장할 계획이에요. 오프라인 매장도 서울과 베트남 등 국내외로 낼 예정입니다. 부담없이 안 입는 옷을 버리고, 양질의 중고의류를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리클이 한몫하길 바랍니다.”

남양주=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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