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직원 전원에
출산장려금·학자금 지원
IT전문가, 제빵사 등
장애 유형별 직무 개발
장애인 고용에 진심인 기업들이 있다. 장애 유형별 직무를 개발하고 건강관리와 든든한 복리후생까지 챙긴다. 대기업들은 각사의 개성이 담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통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직장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다.
지난달 13일 ‘2023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포스코휴먼스’는 남다른 복리후생 제도를 자랑한다. 2007년 경북 포항에 국내 1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으로 설립된 이후 전남 광양, 서울, 인천 등으로 확장해 총 4곳의 사업장을 두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포스코휴먼스 소속 장애인 직원은 총 303명이다. 여성 직원은 85명. 이 중 워킹맘은 39명이다.
포스코휴먼스는 워킹맘을 비롯한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 ▲난임치료비·난임휴가 지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지원 ▲가족돌봄휴가 등을 제공한다. 또 자녀학자금을 자녀 수 제한 없이 최대 1억6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장애인 직원의 특성을 고려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이청아 포스코휴먼스 경영기획실 대리는 “직원들의 장애 유형은 지체·시각·지적·자폐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유형별 생활체육, 비만·식습관 관리 교육 등을 지원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난해 비만 직원(148명)의 평균 체중이 2.4㎏ 감량됐고, 성인병 유병률도 24%나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모든 직원에게 생활안정자금, 가족의료비, 경조금이 제공되고, 보청기·의족 등 장애인 보조기기 구매자금도 지원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타사 직원들이 연간 60회가량 사업장을 찾아온다.
포스코가 장애인 직원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삼성SDS는 장애인 특화 직무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10년 개소한 ‘오픈핸즈’는 모회사인 삼성SDS와 연계된 일자리를 발굴한다. 오픈핸즈 장애인 직원들은 삼성SDS 본사와 데이터센터에서 소프트웨어(SW) 테스트·개발, 사용자경험(UX) 검증업무 등의 전문적인 IT 직무를 수행한다. 또 삼성SDS의 물류시스템 ‘첼로’를 활용해 ▲물류 주문 접수·예약 ▲서류 작성 ▲물류 현황 모니터링 ▲정산서 검증·발송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오픈핸즈 장애인 직원 2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08명(45%)이 중증장애인이다. 이 때문에 맞춤형 직무를 연구·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오픈핸즈는 장애인 직원을 IT전문가로 양성한다. 지난 10년간 오픈핸즈 직원의 IT자격증 취득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3년 자격증 취득률은 64.4%에서 2022년 94.4%로 30%p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IT 자격증 보유 직원은 전체의 67.8%에 달했다.
그룹 오너의 의지로 장애인 고용을 확장해나가는 기업도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19년 5월 열린 ‘소셜밸류커넥트(Social Value Connect·SOVAC) 2019′에서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장애인 고용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지오센트릭 등 8개 계열사가 각각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SK그룹사에 따르면, 표준사업장을 보유한 8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3.17~3.8%로, 모두 의무고용률(3.1%)을 상회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표준사업장 ‘행복모아’는 국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중 최대 규모다. 행복모아 사업장은 충북 청주와 경기 이천에 있고, 두 사업장을 합한 전체 직원 규모는 3월 말 기준 528명이다. 이 중 장애인 직원은 약 440명(83%)이다. 중증장애인 비율은 무려 95%에 달한다.
청주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은 반도체 생산라인에 사용되는 방진의류 제조·세탁을, 이천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직원은 제빵 업무를 수행한다. 안민 행복모아 대표는 지난달 27일 더나은미래와의 통화에서 “표준사업장만의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모회사와도 연결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그 결과 생산 라인에 필요한 방진복과 모회사 직원들이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중증장애인들만의 특수한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업무 방식을 맞춰가는 게 힘들었죠. 기업 특성상 이윤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한데 중증장애인의 경우 한 가지 업무를 습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하지만 업무를 이어가 보니 습득만 조금 늦을 뿐,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집중도와 능률이 올라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초기에는 오픈핸즈에서 제작되는 방진복이 월 40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매달 120개가량 만들 수 있어요. 제과·제빵 사업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일평균 4000~ 5000개가 생산됐지만, 지금은 70여 종의 빵을 하루에 1만3000개까지 만들어냅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