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삼림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목재, 커피, 소고기 등 주요 상품의 역내 유통을 규제한다.
유럽의회는 19일(현지 시각) ‘삼림벌채 및 황폐화 연계 상품의 수출입에 관한 규정’ 채택 여부를 투표한 결과 찬성 552표, 반대 44표, 기권 43표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이사회가 이번 규정을 최종 승인하면 20일 뒤 발효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EU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는 사업자는 해당 제품이 2020년 12월 이후 새로 벌채된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생산지의 위성사진, 위치 정보 등이 포함된 ‘실사 선언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대상 품목은 소고기,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목재, 고무, 목탄, 종이 등이다. 이 품목이 포함된 파생상품도 적용 대상이다. 가죽, 초콜릿, 가구, 자동차 타이어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EU 27개국 전역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규정 위반 시에는 EU 역내 매출의 4%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EU는 수출국을 삼림파괴 고위험, 표준 위험, 저위험 군으로 분류해 통관 시 등급에 따른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고위험 국가의 제품은 EU 세관에서 더욱 엄격한 조사를 받게 된다. 다만 우선은 대기업만 의무 보고 대상이다. 중견기업은 18개월, 영세·소기업은 24개월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파스칼 캉팽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삼림벌채의 종식을 앞당길 세계 최초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한센 의원은 투표 직후 “이제 유럽 소비자들은 초콜릿을 먹거나 커피를 즐길 때 자신도 모르게 삼림벌채에 가담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새로운 법안은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손실에 맞서 싸우기 위한 핵심 규제”라고 말했다.
EU는 적용대상 품목 소비 규모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삼림벌채로 인해 1990~2020년 EU보다 더 큰 면적인 4억2000만ha의 삼림이 손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EU는 새로운 규정이 매년 최소 7만1920헥타르의 숲을 보호할 것으로 전망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표결 직후 성명문을 통해 “주요 생산국이 지속가능한 공급망과 효과적인 환경집행 메커니즘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