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해양쓰레기 문제,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먼저…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합니다”

[인터뷰] 홍선욱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

“바다에 떠있는 하얀 스티로폼 부표 하나가 ‘미세플라스틱 공장’이나 다름없어요. 햇볕과 바닷물에 부식되면서 수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양산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해안에 이 미세플라스틱 공장이 5000만개가 넘게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으로 줄었어요. 정확한 데이터를 통한 분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죠.”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하 ‘오션’)의 홍선욱(56) 대표가 말했다. 오션은 ‘연구하는 NGO’다.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해양쓰레기 문제에 접근한다.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15년 전부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홍선욱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션은 매주 해양쓰레기 관련 논문을 다루는 세미나를 연다. 월 1회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NGO들이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로 진행된다.
13일 만난홍선욱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대표는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션은 매주 해양쓰레기 관련 논문을 다루는 세미나를 열고 매달 한번씩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NGO까지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로 진행한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국내 양식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티로폼 부표가 심각한 해양오염을 일으킨다는 걸 처음 밝힌 것도 오션이었다. 2008년부터 2년간 해양쓰레기를 모니터링해 얼마나 많은 양의 스티로폼 부표가 사용되는지, 생태계와 인체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유발하는지 등을 알아내 정책을 바꾸기 위해 뛰었다. 오션의 노력으로 바다에 떠 있는 스티로폼 부표는 10년 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었다. 올해 11월부터는 국내 양식장을 포함한 모든 어장에서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설치가 금지된다.

올해는 오션에게도 특별한 해다. 그동안 펼쳐온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 등을 바탕으로 임팩트를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해양쓰레기를 10분의 1로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와 시민 누구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에 나선다. 지난 13일 홍 대표와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국내에서 해양쓰레기 문제가 주목받지 않을 때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해양폐기물 연구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해양쓰레기 문제를 알게 됐다. 그해 9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열리는 국제 연안 정화(ICC)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가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했다. 그때 만해도 국내에 해양쓰레기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나의 환경단체에서 소음 문제, 수질오염, 대기오염 등 너무 다양한 주제를 커버했다. 환경단체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리고, 정부나 전문가들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식이었던 것 같다. 하나의 주제를 제대로 이해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오션을 설립했다. 오션에서는 해양쓰레기와 관련된 연구조사, 교육과 홍보, 정책개발 등을 모두 한다.”

-스티로폼 부표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스티로폼 부표는 물에 잘 뜨고 저렴해 양식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어구다. 문제는 햇빛에 노출되면 알갱이로 부서지면서 수조 개의 미세플라스틱 알갱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었다. 이 알갱이가 굴, 홍합 같은 바다 생물의 체내로 들어가 밥상에 오른다.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어업인, 부표 제작 업체, 정책 입안자 등을 만나 정책 워크숍을 진행했다. 친환경 부표 개발이 시작되고, 스티로폼 부표 신규 설치가 금지되는 등 10년 동안 큰 변화가 생겼다. 수산업 시장이나 어민의 생계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변화가 점진적으로 나타나기는 했다.”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은 국가 통계 사업으로 지정됐다.

“그렇다. 이종명 한국해양쓰레기연구소장님과 설계해서 해수부를 설득했다. 2008년부터 15년째 하고 있다. 해양쓰레기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떤 해변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등을 훈련받은 시민조사단이 매년 확인한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장기간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증거에 기반해 과학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이 무엇인지,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더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정책을 제안하거나 보호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오션은 지난해 12월 브라이언임팩트가 사회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혁신조직을 지원하는 ‘임팩트그라운드 2기’로 선정됐다. 3년간 3억원을 지원받는다. 올해 이 지원금을 활용해 ‘열일캠페인’ ‘바다기사단’ 등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열일캠페인 목표가 도전적이다. 3년 동안 해양쓰레기의 반을 줄인다?

“목표는 우선 높게 잡았다(웃음). 해양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바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양식용 스티로폼 부표가 여전히 많이 나온다. 이밖에 어업용 밧줄, 페트병, 비닐봉지, 식품포장비닐, 담배꽁초 등이 많다. 이 항목을 각각 10분의 1로만 줄여도 전체 쓰레기의 반이 줄어든다. 목표가 높기는 하지만, 3년 안에 해내고 싶다. 스티로폼 부표 사용금지라는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 방식으로 이 10가지 항목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해관계자가 누군지 파악해 소통하면서 이들과 정부가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정책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하는지 검토해 필요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도출할 예정이다. 장어통발이 첫 번째 아이템이다. 수협과 이미 미팅을 진행했고 생분해성 어구를 담당하는 통영시청 공무원, 통발을 생산하는 업체도 만날 예정이다. 각자의 입장을 파악한 다음 한자리에 모여 워크숍을 열 거다.”

-바다기사단 프로젝트는 뭔가.

“시민들이 직접 해양쓰레기 데이터를 모으는 프로젝트다. ▲드론 카메라로 해양쓰레기 분포를 확인하는 ‘스카이나이츠’ ▲수중카메라로 수중 해양쓰레기 정보를 수집하는 ‘아쿠아나이츠’ ▲스마트폰으로 해안쓰레기를 촬영하는 ‘테라나이츠’ 등으로 나뉜다. 촬영한 사진을 하나의 클라우드에 올리면, AI가 쓰레기 종류와 위치 등을 자동 식별해 분류한다. 이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사진자료를 등록한 사람에게 사용 목적을 밝히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관할 구역 해양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지자체, 해양쓰레기 문제를 머신러닝 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는 개발자, 연구원, 환경단체 등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시민이 해야 하는 이유는?

“자발성이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지원이 있어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대신 그 지원이 끊기면 활동도 중단된다. 198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된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에 지금은 전 세계 100여 개 국가 50만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이 행사처럼 바다기사단도 시민의 자발성, 공익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운영되는 프로젝트가 되길 바란다. 다만 더 재밌게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을 접목하거나, 자원봉사 시간을 부여하는 인센티브 등을 고민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난해 3월 유엔 국가들이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을 막을 국제협약을 만들기로 처음 합의했다. 내년까지 초안을 만든다. 전 세계 플라스틱 감축 계획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초안이 매우 중요하다. 또 이것을 정부와 기업이 받아들이는 앞으로 10년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오션도 교육·홍보 담당자와 법률 담당자를 새로 채용한다. 해양쓰레기가 더 가파르게 줄어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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