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 문화가 중고 상품을 재판매하는 ‘리세일(Resale)’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고제품 판매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이 지난해 5월 발표한 ‘2022 리세일 보고서(2022 Resale Report)’에 따르면, 미국의 리세일 시장 규모는 2012년 110억달러(약 15조원)에서 2021년 350억달러(약 48조원)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된 2020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성장 중이다. 미래 전망도 밝다. 리세일 시장은 2026년엔 820억달러(약 11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리세일 시장을 가장 주도하는 곳은 패션업계다. 스웨덴 패션기업 H&M은 14일(현지 시각) 스레드업과 협약을 맺고 리세일 의류 3만점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기존에 의류를 판매·유통하던 선형적 의류 사업에서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한 순환형 의류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수집된 옷은 ‘H&M 리웨어(RE:WEAR)’라는 라인을 통해 재판매 됐다. 2021년 기준으로 H&M 매장 내 리세일 의류 비중은 5.8%에 달한다.
이런 변화는 패션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리세일 시장에서 도서나 전자제품, 육아용품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 소비자 4185명 중 1년간 구매한 리세일 제품군은 의류(26%), 책·영화·음악·게임(15%), TV·스마트폰 등 전자제품(10%), 육아용품(7%) 등이었다.
리세일 시장이 활성화된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다. 미국의 리세일 상품 판매 기업 스레드업은 의류 등 리세일 물품을 매년 약 2400만 개를 확보하고 있다. 가격책정, 제품등록 등을 자동화해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도 절감했다. 2020년 기준 스레드업을 이용하는 소비자 수는 1240만명에 달한다. 영국의 경우 2011년부터 리세일 시장이 형성됐다. 중고거래 플랫폼 디팝(Depop)은 영국 내 1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리세일 시장 성장에는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문화가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케이피엠지(KPMG)의 ‘2022 글로벌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등 11개국의 3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제품 구매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500명 중 가치소비를 해봤다고 답한 사람은 83.5%였다. 또 리사이클링 제품 구매 등 적극적인 소비를 하는 비율은 80.2%에 달했다.
송소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은 “리세일 시장은 가치소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의 증가로 더욱 성장할 전망”이라며 “리세일은 중고 수요에 대한 단순 대응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경영 철학을 소비자에게 긍정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