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수)

[더나미 책꽂이]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기적의 도시 메데진’ ‘공익을 위한 데이터’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정신과 의사 아홉 명의 성장 이야기. 의사들의 얘기라고 해서 성공적인 대수술, 새로운 치료법 개발 등을 기대했다면, 이 책은 당신의 예상을 빗나갈 것이다. 이들은 섣불리 자신을 ‘치료자’라 칭하지 않는다. ‘얼마나 잘 치료했는지’가 아닌 ‘얼마나 함께 견뎌주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의 진료실은 트라우마를 겪는 중증외상환자, 술·마약 중독자, 자살 충동자들이 찾는다. 의학 지식에만 의존해 환자 유형을 A, B, C로 구분하고, 형식적인 진료를 보는 건 올바른 처방이 될 수 없다. 환자의 얘기를 듣고, 아픔에 공감하고, 마음을 보듬어야 한다. 전지전능한 의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살가운 친구 같은 모습이다. 다정한 아홉 명의 의사들은 진료실, 재난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과 겪은 얘기를 담담하게 건넨다. 그러면서 환자를 통해 오히려 자신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들의 얘기는 마음 한 켠에 따뜻한 울림을 준다.

김은영·정찬승 외 7명 지음, 플로어웍스, 1만8000원, 252쪽

기적의 도시 메데진

콜롬비아 제2의 도시 ‘메데진(Medellín)’은 서울과 뉴욕의 롤모델, 이른바 ‘셀럽시티’라 불린다. 비즈니스 혁신센터 루나 에네(RUTA N)를 비롯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도서관·교육기관과 융합된 아름다운 생활형 공원들은 도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빈곤 계층의 주거지이자 산 중턱에 위치해 도심으로의 이동이 원천 차단된 산하비에르 지역에는 384m짜리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소외 지역 거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스컬레이터는 현재 메데진의 랜드마크로 손꼽히며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메데진이 셀럽시티로 자리매김한 건 혁신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 때문이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메데진은 마약 카르텔의 근거지이자, 하루 평균 16명씩 살해당하는 폭력의 수도로 불렸다. 오죽하면 ‘국가가 포기한 도시’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죽은 도시를 부활시킨 건 도시계획가와 정치인, 시민이었다. 저자는 메데진을 방문해 도시를 일으켜 세운 주역들을 인터뷰하고, 건축·공간을 분석했다. 그와 함께 메데진 구석구석을 동행하다 보면 ‘사람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게 된다.

박용남 지음, 서해문집, 1만8500원, 264쪽

공익을 위한 데이터

‘데이터(data)’가 돈이 되는 시대다. 희소가치가 높은 데이터는 무형의 자산으로 취급돼 비싼 값에 팔린다. 데이터는 인간의 일상과 사회 전반에 깊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지만, 왜곡된 데이터는 인권 침해와 인종 차별, 사회적 불평등을 되려 강화하기도 한다. 데이터 소유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향후 10년 뒤에는 민간 기업이 공공기관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 기업이 데이터 접근성을 얼마나 강력하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의 불평등 간극이 좁아질 수도, 넓어질 수도 있다. 책은 데이터의 위험과 기회를 논의하고, 구체적인 행동 강령 ‘데이터 액션(data action)’을 제시한다. 데이터를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공공재’로 간주하고, 적절한 규제를 통해 누구나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라 윌리엄스 지음, 김상현 옮김, 에이콘출판, 4만원, 324쪽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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