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4일(일)
“불평등과 차별 속 비영리의 역할은?”… 다음세대재단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 개최

다음세대재단 ‘체인지온 컨퍼런스’ 25일 개최
비영리단체 활동가 등 관계자 400여 명 참석

‘특별한 사연의 참가자를 소개합니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문구가 지나고,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이 하나 둘 띄워졌다. 10대 최연소 비영리 활동가부터 70대에 이르는 최고령 활동가까지 10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3년 만에 흥겨운 노랫소리,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비영리 축제의 장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가 열렸다.

2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된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사회혁신에 관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나누는 행사다. 다음세대재단 주최로 2008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15회째를 맞았다. 이번 컨퍼런스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현장엔 비영리활동가 40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 컨퍼런스 주제는 ‘각성(覺醒)-깨어 정신을 차리고’이다. 불평등, 기술, 혐오와 차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속에서 비영리단체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3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이날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은 환영사에서 “기후위기, 불평등 등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비영리조직에 많은 할 일을 안겨줬다”며 “조직에 계신 활동가분들의 연대를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다음세대재단
권난실 다음세대재단 사무국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2 체인지온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다음세대재단

첫 번째 세션에서는 ‘비영리가 마주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두 명의 교수가 연단에 올랐다. 인문학자와 공학자라는 상반된 영역 교수들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각각 진단했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한민국의 이면을 설명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18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며 “특히 노인과 아이들의 자살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노인 빈곤, 아동 교육에서의 무한경쟁,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사회·문화 영역에서의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터미네이터 등 과거 제작된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영화를 예시로 들며,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곽 교수는 “인공지능(AI) 로봇들에 의해 지배당하는 등 비관적으로 미래를 그리는 SF영화들을 보면서 우리는 공포를 느끼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 미래”라며 “21세기 문제에 적합한 사고를 통해 비관적 미래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영리기관은 아직까지 전무하다”며 “기술발전시대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기술에 대한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익혀야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비영리기관은 아직까지 전무하다”며 “기술발전시대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기술에 대한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익혀야한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재단

오후엔 ‘비영리가 알아야 할 변화의 중심, 기술’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세선이 이어졌다. 최문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비영리단체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최 교수는 “복지영역에서 비대면 돌봄같이 사회적 취약계층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비대면 기술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이 닿지 않는 영역이 많다”며 “비영리단체는 디지털전환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의 저자인 김경화 작가의 발표가 진행됐다. 그는 청중에 ‘인터넷이 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초기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인은 미디어를 통제하고 활용하며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자율적 행위주체였지만, 자본의 논리가 점차 미디어에 침투하면서 결국 종속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세션은 ‘비영리가 맞설 우리 사회의 아픔’이란 주제로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을 살폈다.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 김학준 독립연구가가 먼저 연사로 나섰다. 김학준 연구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사례로 혐오 정서의 원인을 진단했다. “커뮤니티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여성, 지역,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점차 확대 생산된다”며 “개인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고, 혐오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를 지녀야한다”고 말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가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미국의 사회심리실험을 소개하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혐오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했다. “1968년 한 교사가 흑인 학생에게 쉬는 시간을 더 주는 등 특권을 부여하고, 백인과 어울리면 성적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실험을 지속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흑인차별이 만연했던 당시 시대와는 달리 학내에서는 백인 학생은 점점 위축됐고, 흑인 학생들은 이들을 혐오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혐오는 아무런 근거 없이 개인의 삶과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대’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가혹해지지 않는 것부터가 동료와 함께 견딜 수 있는 연대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는 “이번 체인지온을 통해 비영리 활동가들이 마주한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고,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며 “비영리 활동가들이 함께 걸어가면 길이 된다는 연대의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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