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축산업 골칫거리 소똥이 신재생에너지 된다고?

가축분뇨는 축산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하천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비료로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국내 축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축분뇨 발생량도 매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축산업 생산액은 총 20조 1227억원이다.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4년간 연평균 약 12.2%씩 증가했다. 가축분뇨 발생량도 마찬가지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20년 발생량은 5194만t으로 5년새 약 495만t 늘었다.

가축분뇨의 90% 이상은 비료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다. 2018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490만t이 가축분뇨 처리과정에서 나왔다. 농축수산 전체 배출량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특히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20배 이상 악영향을 미친다.

가축분뇨는 하천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비료로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조선DB
가축분뇨는 하천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비료로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조선DB

폐열 회수해 쓰고, 이산화탄소 끌어쓰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축산환경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축산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가축분뇨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율도 1.3%에서 1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가축분뇨를 처리해 에너지를 만들거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수거된 분뇨는 보통 처리시설을 거쳐 고체와 액체로 분리돼 각각 고체비료와 액체비료로 만들어진다. 농진청은 지난해 10월, 액체비료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폐열을 거둬 고체비료를 건조하는 온풍으로 사용하거나, 축사 및 시설하우스에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난 11월에는 가축분을 열분해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끌어다 쓰는 기술도 고안했다. 농진청은 가축분을 열분해할 때 반응가스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했더니 합성가스 발생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합성가스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주성분으로 한 혼합 기체로,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며 전기 발전 등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온실가스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셈이다.

민간 기술 활용, 가축분뇨 고형연료화

민간기업의 기술도 가축분뇨의 에너지화에 활용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SK인천석유화학, 농협중앙회와 ‘환경친화적 축산업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SK인천석유화학의 기술을 접목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가축분뇨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번 협약의 에너지화 기술을 통해 소똥 같은 가축분은 열가수분해 과정을 거쳐 효율 높은 고체연료로 만들어진다. 고형연료화된 우분은 제철소 등에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현대제철과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세계 최초로 우분 고체연료를 제철소의 친환경 연료로 확대 이용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농식품부는 우분 발생량의 10%인 220만t을 고체연료화해 공급한다면 연간 이산화탄소를 약 30만t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기술 이전 계획에는 분뇨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질을 향상해 전기, 그린수소, 바이오메탄의 에너지원으로 쓰겠다는 목표도 담겨 있다. 메탄가스는 발열량이 많아 전기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정유 공정과 폐수 처리 기술이 메탄가스 고질화 과정에 접목하기 유용하다는 게 농식품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민간퇴비장을 포함한 농축협의 공동자원화시설과 연계해 시범 사업장을 중심으로 기술 이전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은 88개소다. 그 중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화 시설을 8개소에 그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에너지화 시설을 전국 88개소 전체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가축분뇨 에너지화시설에서 매일 분뇨 150t을 처리하면 연간 2만2000 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또 연간 5768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4인 가구 기준 약 1900가구의 전기 소비량에 해당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민간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기술을 농축산업에 반영해 새로운 방식으로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촉진하는 시발점이 되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를 촉진하겠다”며 “농축산분야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및 스마트 농축산업 체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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