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7일(화)
[사육곰 ‘잠금해제’] 막 내린 곰사육 40년史… 남은 338마리는 어디로
Share on facebook
Share on twitter
Share on print

22마리가 떠나고 338마리가 남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강원 동해시 농장에서 구조한 사육곰 22마리를 미국 콜로라도 야생동물 생추어리에 이주시켰다. 구조를 기다리는 사육곰은 338마리다.

국내에는 사육곰을 수용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 없다.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곰을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부는 국내 곰사육 종식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에 사육곰 생추어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에 따르면, 구례군과 서천군 보호시설 수용 개체 수는 각각 49마리, 70마리로 총 119마리에 그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육곰 338마리의 35% 수준이다. 나머지 200여 마리 곰은 농장에서 기한 없는 세월을 보내야 한다.

지는 40년간 방치됐던 사육곰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곰팡이성 피부 질환을 앓기도 한다. 정형행동(반복적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 40년간 방치됐던 사육곰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곰팡이성 피부 질환을 앓기도 한다. 정형행동(반복적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우리 지역에 사육곰이 산다” 수도권에만 112마리

정부는 각 지방환경청을 통해 사육곰 농장과 개체 수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환경부가 정한 ‘곰 사육시설 권고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기도 한다.

23일 기준, 전국 23개 농장에 사육곰 338마리가 살고 있다. 농장당 평균 14마리가 있는 셈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이 관할하는 수도권 지역에는 9개 농장에 사육곰 112마리가 머물고 있다. 전체 사육곰 개체 수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강유역환경청이 관할하는 충청·대전·세종 지역에는 142마리가 살고 있다. 환경부는 이 지역 농장 4곳 모두 사육장 최소 면적(4㎡)이나 사육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원과 충북 일부 지역을 관할하는 원주지방환경청에서 파악한 사육곰 개체 수는 현재 41마리다. 이달 초만해도 63마리였지만, 동해시 농장의 22마리가 미국 생추어리로 이주하면서 줄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의 관할구역인 광주·전남·제주·경남에는 29마리, 대구지방환경청이 관리하는 대구·경북에는 11마리가 남았다. 전북에는 농장 1곳, 사육곰 3마리가 있다.

사육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정부 차원에서 곰 사육을 권장했다. 수입한 곰을 증식시켜 재수출하자는 목적이었다. 인도네시아·대만 등 동남아로부터 수입한 곰은 한 마리당 3000만~40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강남구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곰은 잡식성이라 기르기 쉬웠고, 곰 쓸개를 말린 웅담(熊膽)의 인기도 좋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1985년까지 수입된 곰은 493마리에 이른다.

곰 사육이 문제 되기 시작한 건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5년이었다. 곰 사육, 웅담 채취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다. 국내에서도 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그해 수입을 중단시켰다. 이후 1994년에는 한국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출도 제한됐다.

수출 통로가 막히자 사육곰 개체 수는 1990년 764마리에서 2005년 1454마리로 2배가량 증가했다. 환경부는 “사육곰 수출입을 막았지만 자연·인공 증식은 계속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 사이 웅담의 인기가 식으면서 농장주들의 불만도 커졌다. 이에 정부는 1999년 ‘노화 곰 처리기준’을 만들어 24년 이상 곰의 도축을 합법화했다. 2005년에는 도축 가능 기준을 10년 이상으로 낮췄다.

정부는 사육곰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2014년부터 3년간 중성화 수술도 진행했다. 한 마리당 420만원을 들여 총 967마리를 중성화했다. 2014년 1007마리던 사육곰은 중성화 사업 이후 2015년 800마리, 2017년 660마리, 2019년 448마리, 2021년 360마리로 감소했다.

[사육곰 ‘잠금해제’] 막 내린 곰사육 40년史... 남은 338마리는 어디로

’40년 관리 공백’ 구조 기다리는 사육곰

사육곰은 개체 수 감소에도 여전히 ‘짐 덩어리’로 취급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2019년 실시한 ‘사육곰 현장조사 및 시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사육곰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85% 이상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농장주들이 산업동물로 수입한 곰의 경제성이 떨어지자 사육 종료를 원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민관 협의체를 통해 곰 사육 종식을 선언했다. 국내에서 사육곰 산업이 이뤄진 지 40년 만이다. 그동안 방치됐던 곰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거나 곰팡이성 피부 질환을 앓기도 했다. 두 평 남짓한 철창에 갇혀 살다 보니 반복적 이상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환경부의 ‘곰 사육시설 권고기준’에 따르면, 사육장 면적은 성수 1마리당 사육사 4㎡(약 1.2평), 운동장 10㎡(약 3평)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1.2~1.8m 크기의 반달가슴곰 성체가 살기에는 비좁다.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다. 사육 농장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불법으로 분류되지 않고, 경고·지도에만 그친다.

강원 동해시 사육곰들이 살던 뜬장. 뜬장은 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게 한 설치물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강원 동해시 사육곰들이 살던 뜬장. 뜬장은 바닥까지 철조망을 엮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게 한 설치물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국내에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설치기준’이 있다. 해당 기준에는 반달가슴곰의 사육사 넓이를 21㎡(약 6.3평) 이상으로 두고 있다. 이는 ‘곰 사육시설 권고기준’에서 명시한 사육사 면적(4㎡)의 5배 수준이다. 또 멸종위기종 사육시설등록자의 경우 수의적 프로그램·건강검진 등 동물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행동 관리도 지원해야 한다. 사육사의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도 있다.

반달가슴곰은 1979년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시설 설치기준’을 사육곰 농장주에게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국제 기준은 2015년에 마련됐기 때문에 1980년대 지어진 사육곰 농장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설치기준도 너무 까다로워 사육 농장에 강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