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0일(금)
비건 문턱 낮춘 ‘초식마녀’… 냉장고 속 재료 활용한 레시피만 200개
비건 인플루언서 '초식마녀' 박지혜씨가 비건 감베리 크레마 파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비건 감베리 파스타는 콘낄리에면, 마늘, 두유, 비건 새우 등으로 조리됐다. /'초식마녀' 유튜브 영상 캡쳐
비건 인플루언서 ‘초식마녀’ 박지혜씨가 비건 감베리 크레마 파스타를 소개하고 있다. 비건 감베리 파스타는 콘낄리에면, 마늘, 두유, 비건 새우 등으로 조리됐다. /’초식마녀’ 유튜브 영상 캡쳐

브로콜리 스테이크, 레몬 커리 파스타, 루꼴라 두부당근 김밥….

이름도 생소한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들어진 비건 요리라는 것이다. 박지혜(35)씨는 이 같은 비건 레시피를 개발하고 SNS와 유튜브에 공유한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브이로그로 전하기도 한다. 그의 닉네임은 ‘초식마녀’다. 박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초식마녀 Tasty Vegan Life’의 구독자는 1만8500명, 누적 조회수는 100만뷰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2만6100명에 이른다. 지난 3일 화상회의로 만난 박씨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건 레시피를 하나둘 올리기 시작한 게 벌써 3년 지났다”라며 “그간 개발한 비건 레시피만 200개 정도 된다”고 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비건 레시피

박씨의 비건 레시피는 문턱이 낮다. 일례로 브로콜리 스테이크의 조리법은 크게 3단계다. 먼저 통브로콜리를 15분 정도 식초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낸 후 감자와 함께 물에 삶는다. 감자와 브로콜리가 다 익으면 올리브유 혹은 식물성 버터를 두른 팬에 버섯과 함께 볶는다. 마무리로 접시에 보기 좋게 담으면 끝이다.

“제 요리 스타일은 ‘냉부'(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느낌이에요. 즉흥적으로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보고 어떻게 조합해야 맛있을지 고민해요. 장을 볼 때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에 영감을 얻기도 해요.”

그의 주방 냉장고에 항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식자재는 애호박과 표고버섯, 토마토다. 계절을 타지 않고 여러 재료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박씨는 “흔한 재료로도 충분히 비건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비거니즘을 실천한다고 해서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건도 맛있는 걸 먹으면서 즐겁게 삽니다. 비건이 아니었으면 먹지 않았을 식자재를 알게 되면서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도 확장됐어요. 미식의 새로운 장이 열린 셈이죠.”

일상생활에서 비건을 실천하며 그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변비가 사라지고 부기와 체중이 빠졌다. 피부와 머릿결도 부드러워지고 일어나는 시간도 2~3시간가량 빨라졌다. 지구력과 유연성이 좋아져 힘들어했던 요가 동작도 수월히 해낼 수 있게 됐다. “비건을 시작하기 전에는 남한테 피해 안 주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알게 됐고 다른 생명도 소중히 여기게 됐어요. 그저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초식마녀' 박지혜씨가 직접 만든 비건 요리. 비건 마요네즈·소스가 올라간 쌀까스와 버섯콩나물볶음, 현미밥. /박지혜씨 제공
‘초식마녀’ 박지혜씨가 직접 만든 비건 요리. (왼쪽 위부터 반시계 방향)버섯콩나물볶음, 비건 마요네즈·소스를 올린 쌀까스, 현미밥. /박지혜씨 제공

“더는 ‘동물’을 먹을 수 없게 됐다”

박씨가 본격적으로 비건을 시작한 건 2019년 2월이다. 우연히 접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와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 생활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다. ‘카우스피라시’는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의 천연자원을 어떻게 훼손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다.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은 의료·제약, 식품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현대인이 건강할 수 없는 이유를 지적한다. 그는 “다큐 두 편을 본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서 앞으로 점심은 따로 먹겠다고 선언했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비건을 결심한 후에는 회사에 다니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업로드할 만화·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만화의 경우 제작에 평균 3시간이 걸렸고, 영상은 1분 분량을 편집하는 데 1시간이 걸렸다”면서 “물리적으로 회사 생활과 병행이 어려워 결국 지난해 2월 사직서를 냈다”고 말했다. 퇴사 후에는 서울을 벗어나 경남 진주에 작업실을 얻었다. 진주는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올해는 레시피북과 동물권에 관련된 만화책 출간을 준비 중이다. 지난 2020년 그의 일상생활과 비건 레시피를 담은 책 ‘오늘 조금 더 비건’의 후속작이다. “주변에 아직도 비건 생활을 시작할지 망설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께 완벽하지 못할까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10%의 실천이라도 시작하는 게 낫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비건은 특별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오늘 한 끼는 채식으로 먹어볼까?’라는 가벼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