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나 린스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덜어서 구매하는 ‘리필 스테이션’ 확산을 가로막았던 규제가 풀린다. 현행법상 화장품으로 분류된 샴푸를 소분 판매하려면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가 매장에 상주해야 했지만, 이를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제4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자격증을 보유한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없이도 리필 스테이션에서 화장품을 소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 실증특례(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승인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시와 확산을 위해 기존 규제를 일정기간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리필 스테이션이 규제 샌드박스 문턱을 넘으면서 앞으로 2년간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시범사업 대상은 알맹상점 망원점·서울역점, 보탬상점, 카페이공, 이니스프리 직영점 3곳 등 총 7곳이다. 매장에는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대신 대한화장품협회가 진행하는 화장품 관리 교육·훈련을 받은 직원이 배치된다. 소비자들은 샴푸, 린스, 바디클렌져, 액체비누 등 인체 세정용 화장품 4종을 원하는 만큼의 양만 구입할 수 있다. 식약처는 “화장품 리필 문화가 확산으로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줄어들면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리필 스테이션은 플라스틱 감축의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샴푸나 린스 등을 소분 판매하려면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가 상주해야 하고, 자격증 취득도 쉽지 않아 제로웨이스트숍에서도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 3월 치러진 ‘제3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시험’의 합격률은 7.2%에 그쳤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9월10일 기준 전국에 리필 전문 업소는 13개에 불과하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유럽에서는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기 때문에 이미 활성화됐다”면서 “국내에도 리필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2년간의 시범사업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