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7일(금)

정유기업 친환경 행보에 도넛 가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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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유업체와 제빵업체 사이에 때아닌 ‘식용유 전쟁’이 벌어졌다. 정유회사가 친환경 연료 생산을 위해 빵의 주재료인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가격도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유회사들은 최근 저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압박으로 바이오 연료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 엑손모빌 등 정유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원료는 동물이나 식물성 지방에서 추출한 식용유다.

최근 미국 정유업체가 친환경 원료 개발을 위해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크리스피크림 등 제빵업체가 타격을 입었다. /위키커먼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콩기름은 올해 미국에서만 약 522만t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9년에 비해 약 30% 증가한 양으로, 미국 콩기름 전체 소비량의 45%에 이른다. 콩기름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USDA는 올해 콩기름 가격이 지난 2년 평균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제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도넛 회사 크리스피크림은 지난달 “식용유 가격 상승으로 (도넛 생산 비용도) 압박을 받았다”며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최근 크리스피크림과 빔보 베이커리 USA, 페퍼리지팜 등 제빵업체는 미국 환경보호청 관계자를 찾아가 “바이오 연료에 대한 연방정부의 명령 수위를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롭 맥키 미국 제빵협회 회장은 “재생 가능한 연료와 그린 어젠다를 지지하지만, 최근 콩기름 가격이 3배나 올랐다”며 “제빵협회 회원들은 식용유를 아예 사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콩을 길러서 재배할 수 있을 때까지 (바이오 연료 확보 조치를) 잠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업체의 고민도 깊다. 일부 기업은 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 농업에 투자하고 있다. 마라톤 페트롤리엄은 노스다코타주(州) 농경지에서 콩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식품 가공업체 ADM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셰브론은 지난주 세계적인 곡물 기업 번지와의 합작 사업에 6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식용유 가격 급등으로 바이오 연료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바이오 디젤 사용 의무화를 늦추기로 했다. 미국 정유회사 CVR 에너지의 데이비드 램프 최고경영자(CEO)는 “원료 가격 충격으로 재생 디젤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식용유 전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 스톤엑스는 “2028년까지 바이오디젤 등 재생 가능한 디젤 산업에서는 300억 파운드의 공급원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환경 정책으로 식료품 시장이 충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는 미국 의회가 가솔린에 바이오 에탄올을 혼합하라고 명령하면서 바이오 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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