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라이벌 기업 CSR 열전] ② 매출은 2배 차이… 기부금 증가율은 1000배 차이?

라이벌 기업 CSR 열전<2> 자라 vs. 유니클로
작년 유니클로 10억원 기부 사회공헌 전담팀 운영하고 국내 비영리단체와 교류도
자라는 4년째 기부금 0원 전담인력·사회공헌 없어

바야흐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시대다. 갭(Gap), 자라(ZARA), 유니클로(UNIQLO), 에이치앤엠(H&M) 등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들은 1~2주마다 저렴한 가격의 신상품을 내놓으며, 패션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반응도 뜨겁다. 2008년 국내 SPA 브랜드의 시장 규모는 약 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3조원대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도 무려 60% 증가했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SPA 브랜드의 사회공헌 현황은 어떨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국내 매출 1, 2위를 다투는 유니클로와 자라의 기부금 및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했다.

플리커(Flickr) 제공(위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아래 사진)
플리커(Flickr) 제공(위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아래 사진)

◇국내 기부금 내역… 유니클로 10억, 자라는 ‘0원’

지난 4년간 유니클로와 자라의 국내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유니클로의 매출액은 2009년 1226억원에서 2012년 5049억원으로 약 4배(411%)가량으로 성장했고, 자라는 799억원에서 2038억원으로 약 2.5배(25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에도 이 브랜드들의 기부금은 2009년 0원을 기록했다.

두 브랜드의 국내 기부 내역은 2010년을 기점으로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니클로는 2010년 기부금 100만원을 낸 것을 시작으로, 2011년엔 5452만원, 2012년에는 10억1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금액을 크게 늘려왔다. 3년 새 1000배 이상 늘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CSR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기업 내부에 생겨나면서, 2011년부터 CSR 활동을 본격적으로 가속했고, 동시에 기부금과 사회공헌 활동이 대폭 확대됐다”고 말했다. 반면 자라리테일코리아(이하 자라)는 같은 기간 2.5배의 매출 증가를 보였음에도 4년째 기부금이 ‘0원’에 그치고 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 역시 극과 극이다. 유니클로는 약 0.2%로 하이트진로(0.18%), KCC(0.25%)와 비슷한 수치를 보인 반면, 자라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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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 위한 사회공헌 활동, ‘극과 극’

유니클로의 본사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과 자라의 본사 ‘인디텍스(Inditex)’ 그룹 모두 국제적으로 우수 CSR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자라 본사 차원의 기부금만 2134만유로(약 317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부 내역이 4년째 전혀 없는 것과 대조된다. 유니클로 본사 차원의 기부금은 33억엔(약 379억원)이다.

반면 국내 사회공헌 활동에서는 양사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니클로는 더 체계적인 CSR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2010년 사회공헌 전담팀을 꾸렸다. 굿피플·월드투게더에 기부금과 현물을 전달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아동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국내 비영리단체와 파트너십도 구축하고 있다.

또한 국내 유니클로 매장 한 곳당 1명 이상 장애인 채용을 목표로, 일반 직원들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섰다. 유니클로의 장애인 채용 비율은 4.9%로, 국내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인 2.3%의 2배가량이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엔 고용노동부 표창 및 장애인 고용 신뢰기업 은상을 받기도 했다. 반면 자라의 국내 사회공헌 활동은 전무하다. 사회공헌 전담팀도 없다.

◇CSR 투명성과 소통 방식도 극명하게 대비돼

국내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났다. 유니클로는 2012년부터 CSR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전 세계 공장 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옷을 생산하는 과정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유니클로와 파트너를 맺고 있는 각 중소 공장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유니클로 사업장 229곳을 자체 모니터링한 결과도 실었다. 아동노동·허위보고 등 불법행위를 한 7곳의 구체적인 사례를 공개하고, 1년간 이를 개선한 결과도 자세히 소개했다. 보고서 말미에는 16개국 유니클로 CEO 인터뷰를 통해, 해당 기업의 CSR 반성과 전망에 대한 코멘트를 담았다. 전 세계 사업장에 본사의 CSR 철학과 비전이 자연스레 공유되도록 한 것. 온라인 웹진 ‘옷의 힘’에서는 네티즌의 옷 기부 캠페인 사례를 소개하는 등 온라인 소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자라는 홈페이지에 ‘우리의 약속’이란 사회공헌 항목을 개설했지만, 지속가능경영이나 사회공헌 활동 내용이 전혀 소개돼있지 않다. ‘본사의 친환경 정책을 따른다’는 문구만 적혀 있을 뿐이다.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나 연차보고서 역시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자라리테일코리아 관계자는 “본사 정책상 미디어 및 일반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게 조심스럽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개되는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도 제작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국내에서 기부금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는 데는 본사 차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정유진 기자

문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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