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8일(토)

“학원비 빌려드립니다… 취업 성공하면 갚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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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

지난달 20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는 “청년과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불확실하지만 뛰어난 미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라며 “학생독립만세의 후불제 교육은 많은 잠재력을 가진 청년에게 투자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 한준호 C영상미디어 기자

“스승의 날이라 생각나서 보내드려요.”

장윤석(33) 학생독립만세 대표는 지난달 스승의 날에 커피 쿠폰을 받았다. 발신인은 지난해 NHN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한 30대 초반 여성이었다. 그는 “학생독립만세가 아니었다면 아르바이트에 치여 취업 준비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덧붙였다.

2018년 설립된 소셜 벤처 학생독립만세는 취업 준비생들의 학원비를 대신 내주고 취업에 성공한 후 돈을 돌려받는 ‘교육비 후불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계약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다. 학생독립만세가 지금까지 대신 내준 학원비 누적액은 23억원이 넘는다. 서비스 이용자는 1800명에 달한다.

“돈을 빌려주지만 은행처럼 신용 평가를 하진 않습니다. 자산도, 소득도 없는 취업 준비생들이니까요. 대신 학생들의 성격과 금융 역량을 검사해요. 특히 ‘성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원 수업을 끝까지 듣고 취업까지 해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요.”

장윤석 대표를 지난달 20일 서울 공덕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취업 준비생 부담 덜어주는 교육비 후불 서비스

학생독립만세의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형태다. 영어로 ISA(Income Share Agreement·소득 공유)라고 부르는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이미 퍼듀대학교 등에서 학자금 대출의 대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학자금을 대신 내주면서 ‘졸업 후 취업하면 월급의 몇 퍼센트를 몇 년에 걸쳐서 받겠다’는 식의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퍼센트로 계약하기 때문에 취업 후 소득이 높은 학생일수록 돈을 조금 더 내게 되지만, 취업 전까지는 상환 의무가 없어 원금이나 이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독립만세를 설립하기 전에는 ‘어몽’이라는 회사를 운영했어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과외 수업을 해주는 서비스죠. 대학교에 진학한 뒤 과외비를 갚거나, 아니면 과외가 필요한 다른 학생을 가르쳐주는 방식이죠. 그러다 2018년 투자자로 만난 임팩트투자사인 소풍벤처스에서 조언받아 지금처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어요. 고등학생이 아닌 취업 준비생의 교육비를 대신 내주는 회사로요. 한 번에 몇 백만원씩 드는 취업 준비생의 교육비를 내줘야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자본금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소풍벤처스, 연대기술지주 등의 투자를 받았고 대출도 받았어요.”

학생독립만세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낸다. 학생과 최초 계약할 때 희망 직무의 평균 연봉, 납부 완료 일시 등을 고려해 이자를 붙여 상환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과정의 학원비를 800만원이라 하고 3년 뒤에 납부를 끝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연이율을 시중 은행의 저금리 대출 수준인 2%로 잡으면 납부 완료 시에는 총 85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개발자 평균 월급을 250만원이라고 하면 월 소득의 17%를 20개월 동안 내게 되는 겁니다. 비율을 낮추고 기간을 늘릴 수도 있고 반대로도 가능합니다. 월 소득의 몇 퍼센트를 몇 개월에 걸쳐 낼지 사전에 정하기 때문에 학생이 더 좋은 조건의 회사에 취직하면 저희도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윈윈(win-win)’ 구조입니다. 반면 더 적게 벌거나 취직하지 못한 학생들이 내야 할 돈을 감당해주는 구조이기도 하고요.”

부도율 0.14%… “학원비 안 갚는 취준생 거의 없어요”

취업을 못 하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붙어있어 악용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3년간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대출보다 훨씬 안정적인 채권’이라는 게 장 대표의 결론이다. 학생독립만세가 최근 발간한 ‘소득 공유 후불제 혁신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득 공유 후불제의 부도율은 약 0.14%. 일반적인 청년층 신용등급에서 나타나는 대출 부도율 2.5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현재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1800명 가운데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이 2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대출의 경우 현금을 주고 난 뒤부터 채무자를 모니터링하지 않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돈으로 투자를 해도 제재할 수 없죠. 교육 후불제는 교육을 직접 제공하는 현물 지급 방식입니다. 학생들이 돈을 다른 용도로 쓸 수도 없고,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지도 꾸준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관리를 위해 학생들과 소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겨요. 이것도 저희 서비스의 상환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최근 소득 공유 후불제를 도입하고 싶다며 장 대표를 찾아오는 교육기관이 많아졌다. 하지만 거의 다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비를 먼저 내줘야 하는데 자본금이 부족합니다. 투자자를 찾고 있어요. ‘모든 학생이 혼자만의 힘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죠. 나중에는 미국처럼 대학교 등록금에도 소득 공유 후불제를 도입하고 싶습니다. 모든 청년이 돈 걱정 없이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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