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한국, 국제 사회서 ‘기본소득’ 이슈 이끌 기회 왔다”

[인터뷰] 이원재 LAB2050 대표

각지서 기본소득 운영되지만 기준 없어
정부가 나서 실험 주도, 사례 만들어야
‘지역 맞춤형 기본소득’ 통해 효과 극대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담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논의를 수년째 이어온 시민사회에서는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되는 조짐에 반가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국내 기본소득 논의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활발해졌지만, 정작 제도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민간 싱크탱크를 설립한 뒤 기본소득과 불평등 해소 연구를 이어오고 있는 이원재(49·사진) LAB2050 대표는 “기본소득에 대해 한국이 국제사회 ‘이니셔티브’ (주도권)를 쥘 기회가 왔다”며 “이제는 중앙정부가 나서 기본소득 실험을 주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LAB2050 제공

이원재 대표는 그간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이 가장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확신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9년 말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연구를 마친 뒤,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지피기 위해 전국 곳곳을 돌았다. 기회만 있다면 방송이나 토론 등 어떤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선 마지막 단계로 정치권의 역할,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중앙정부 차원의 실험이 선행돼야 해요. 그리고 그 실험에는 구체적인 질문과 주제가 담겨야 합니다. 실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얘기죠.”

이 대표는 기본소득을 ‘접촉면이 넓은 제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굉장히 많은 실험이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비슷비슷한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행한 사람이 성과를 발표하고 비교 대상도 없죠. 지방정부의 기본소득 사업이 정책 실험의 틀을 갖추도록 중앙정부가 유도해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쉬워요. 실험 결과를 엄정하게 평가해 발표하도록 하고 결과에 따라 예산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정책 실험은 ‘지역 맞춤형 기본소득’이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인구 감소로 소멸이 예상되는 지역에 ‘소멸 지역 기본소득’을 도입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는 데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주제로 여러 결과가 확보돼야 기본소득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업자가 많은 지역도 있을 겁니다. 불과 몇 해 전 조선업 불경기 때 거제시 같은 곳에서는 ‘실업 지역 기본소득’을 도입해볼 수 있죠. 실업 상황이 이어지면서 거제 경제까지 휘청일 정도였는데, 기본소득 같은 제도가 도입됐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된다는 거죠. 실업과 관련해서는 핀란드에서 비슷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규모는 적었지만 실업급여를 오랜 기간 받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줬을 때 사회 활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죠.”

이원재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농민 기본소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도에서는 농민들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 경기도는 농민 1인당 연 60만원씩 최대 5년간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험에 나선다면 지자체보다 큰 사이즈의 사례를 만들 수 있어요. 일부 계층이나 전국을 대상으로 할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핵심은 지급 규모에 따른 다양한 결과 도출입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낮은 금액부터 점점 액수를 늘려나갈 수도 있고, 금액을 고정하고 계층의 범위를 넓힐 수도 있죠. 어떤 방식이든 결과를 다양하게 얻는다면 성공입니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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