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모두의 칼럼] 채용에 진심이세요?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니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OOO(직무명) 인재풀 좀 있으세요? 요즘 사람 뽑기 정말 어렵네요.” 대표님들의 고민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면 이렇다. 채용공고를 낸 지 한참 지났는데도 아무도 지원을 안 하거나, 겨우 한두 명 지원해서 면접을 봐도 다른 데에 합격했다며 입사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난도 심각하지만 구인난도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얘기였다.

채용을 돕는 우리 입장에서도 이해가 된다. 요즘 취업과 채용 둘 다 너무 어렵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가 막 퍼지고 심각해질 무렵, 경기 악화와 불확실성 증가로 신규 채용하는 회사가 크게 줄었는데, 동시에 지원자도 줄었다. 코로나 전이었다면 충분히 입사 지원을 했을만한 후보자들에게 직접 전화해 왜 지원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어린이집 휴원이나 온라인 수업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에 구직을 하기 힘들다는 후보자도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 구직이나 이직 의지를 접은 후보자의 수도 꽤 많았다. 불안하니까 도전이나 모험을 하는 대신 확실하고 안정적인 소위 ‘가성비 좋은 선택’을 하고 싶은 거다.

이런 분위기가 심화될수록 힘든 건 초기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의 대표들이다. 회사가 해결하는 문제, 만들어내는 혁신, 지향하는 가치만으로는 고액 연봉을 내걸고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유니콘 기업을 이기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채용을 포기할 수는 없다, 초기 소셜벤처와 스타트업일수록 사람이 전부니까. 구직자들에게 좋은 조건을 약속할 수 있는 돈도, 보란 듯이 크고 화려한 사옥도 우리에겐 없지만 빛나는 지략과 진정성으로 우리의 매력자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Back to Basic, 기본으로 돌아간다면 어렵지만 해낼 수 있다. 채용의 기본은 뭐니 뭐니 해도 ‘잘 쓴 채용공고’다.

위커넥트에 채용 공고를 올리거나 컨설팅 서비스를 요청하는 초기 소셜벤처나 스타트업들의 공통점 한 가지는 바로, 채용 공고를 제대로 쓰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구직자가 아닌 회사 중심의 정보 전달만 하게 된다. 이런 회사일수록 채용공고 쓰는 일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직접 인재를 찾아다녀야 하는 이른바 인재전쟁의 시대. 채용공고는 회사에 대한 잠재 지원자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며, 회사의 강점과 매력을 보여주는 채용 브랜딩의 기본이자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써야 잘 쓴 채용공고일까? 채용공고를 쓰기에 앞서, 우리가 왜 채용을 하게 된 이유와 채용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을 잘 정리하는 ‘채용 설계’라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 채용 설계는 기획안을 쓰는 것과 같다. 채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우리가 가진 자원과 기회는 물론 타겟을 분석한 뒤, 최종적으로는 타겟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업무 내용과 자격은 물론, 보상, 조직문화, 모집 및 선발 과정과 일정, 온보딩 계획 등 채용 전반을 미리 기획해야 한다.

채용공고는 채용 설계 시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면 되는데, 초기 조직일수록 자주 실수하는 4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채용 담당자가 아니라 잠재 지원자의 관점에서 채용공고를 써야 한다. 즉 우리 회사가 채용을 하는 이유,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 유연근무제 등 잠재 지원자가 알고 싶어 할 만한 정보를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둘째, 너무 많은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은 후보자들의 지원을 막는 허들이 될 수 있다. 채용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자격요건과 우대사항만 3~5개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셋째, 우리 회사가 얼마나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일하기 좋은 곳인지 매력적인 요소를 명시하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설득해야 한다. 고객과 투자자에게만 회사를 파는 시대는 지났다, 잠재 지원자에게 피칭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노동법과 채용절차법에 위배되는 내용은 없는지, 차별적 의미를 지닌 단어나 혐오 표현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위커넥트를 통해 채용 연결된 사례들을 보면, 회사의 규모나 급여 수준이 지원자의 수나 역량과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 구직자들은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 해도 비즈니스를 통해 분명한 임팩트를 내고 구성원의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마디로 ‘채용에 진심인 회사’들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복잡하고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시간과 진정성을 투입해보자.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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