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8일(토)

“사무실 내 일회용품 ‘박멸’… 다회용품 쓰는 기업 문화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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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재원 트래쉬버스터즈 대표

‘트래쉬버스터즈’가 나타났다. 카페, 영화관, 장례식장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영화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인공이 유령을 잡는다면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격퇴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현장에 플라스틱 컵과 접시, 포크, 숟가락 등 다회용품을 가져가 대여해 주고 수거와 세척까지 해준다. 일회용품을 사용했을 때와 비용도 비슷하게 들고,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도 덜 수 있어서 특히 기업 고객들의 호응이 뜨겁다.

2019년 9월 설립된 트래쉬버스터즈는 일회용품 대체 설루션을 제공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지난달 KT 광화문 사옥 내 사내 카페가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문의 메일을 보내고 있다. “사내에서 쓰는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있는 본사에서 곽재원(41) 트래쉬버스터즈 대표를 만났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트래쉬버스터즈 사무실에서 만난 곽재원 대표는 “환경문제를 무겁고 진지하게 대하기보다 세련되고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스무 개 넘는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대부분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기업이에요. 한 대기업은 전 계열사에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국내 대기업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사내 일회용품, 다회용품으로 바꿔드려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컵 쓰레기만 33억개에 달한다.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합치면 수백억 개가 넘는다. 곽 대표는 “개인에게 텀블러 들고 다니라고 하는 것만으로 일회용 쓰레기의 물량 공세를 이길 수 없다”면서 “다회용품을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래쉬버스터즈에 다회용품 대여 문의를 하는 기업 담당자들은 ‘비용’에 가장 먼저 놀랍니다. 당연히 일회용품 사용에 드는 비용이 훨씬 쌀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쓰레기를 치우는 데 드는 인건비와 처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우리 서비스에 드는 비용과 거의 비슷합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품은 6단계에 걸친 세척과 살균 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된다. 일회용품보다 30배 낮은 미생물 수치를 유지한다는 게 곽 대표의 설명이다.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PP 소재로 제작한 용품을 사용하며, 용품의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 공정을 거쳐 똑같은 새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쓴다.

“환경을 지키려는 사업이라면서 ‘왜 플라스틱 다회용품을 쓰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PP는 스테인리스보다 낮은 열전도율 덕분에 뜨거운 것도 담을 수 있고, 생산 과정에서도 탄소를 훨씬 적게 배출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없애자는 게 트래쉬버스터즈의 목표예요.”

KT 광화문 사옥 내 카페에서는 다회용품 사용으로 매일 1000개 정도의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고 있다. 총 쓰레기 배출량도 10분의 1로 줄었다. KT뿐 아니라 GS, CGV 등도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컵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문의해 온 기업들이 전부 다회용 컵을 쓰기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상반기 내로 하루에 줄일 수 있는 일회용 컵을 5만개까지 늘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년에 1800만개를 줄이는 셈이죠. 비용도 안 들고, 손에 물 안 묻히면서 환경 문제에 기여할 수도 있으니 최근 기업들이 중시하는 ESG 중 E(환경)를 실천하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요.”

트래쉬버스터즈 출동… 전년 대비 매출 40배

곽 대표는 서울시 산하 기관들의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했다. 하나의 축제에서만 쓰레기봉투 수백 개가 나오는 문제를 목격하면서 행사에 사용할 일회용품을 다회용품로 대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9년 8월 ‘서울인기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트래쉬버스터즈’라는 간판을 내걸고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를 사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쓰레기 배출량을 종전의 98%가량 줄일 수 있었고, 확신을 얻은 그는 다음 달 회사를 차렸다. 사업 시작 한 달 만에 200곳 넘는 축제에서 다회용품 대여 예약을 받았고,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인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청년프로젝트 투자 사업’에도 선정됐다. 여기서 받은 5억 9000만원으로 사업에 쓸 다회용품 12만개를 제작했고, 경리단길에 세척 공장도 만들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사업을 확장할 꿈에 부풀어 있었어요. 야구단 4곳, 영화관 28곳에 다회용품를 대여해주는 계약을 맺기 직전이었거든요.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대면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고, 계약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곽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대학교나 회사 내부에 있는 카페로 눈을 돌렸다. 카페용 컵을 새로 제작하고 홍보도 시작했다. 사내 카페들이 트래쉬버스터즈와 계약하면서 매출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이미 전년 대비 40배 늘었다. 올해에만 직원 12명을 더 고용해 현재 총 직원 수는 22명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일회용품은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저희 트래쉬버스터즈가 출동해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죠(웃음). 지금은 기업들의 문화를 바꾸고 있지만, 앞으로는 온 국민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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