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숨겨진 정인이 더 있다”… 학대사망 아동, 정부 통계보다 최대 4.3배 많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린 14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피의자인 양모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학대로 숨진 아동이 정부 통계보다 4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희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실장은 과학수사(KCSI) 소식지 창간호(5월호)에 게재한 글에서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자가 (정부) 통계의 최대 4배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지난 2015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발생한 아동 변사사건 1000여건의 부검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대 391명에게서 학대와 관련된 정황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정부가 집계한 아동학대 사망자 90명보다 4.3배나 많은 수치다. 이처럼 정부 통계와 국과수 연구 결과 사이에서 큰 발생하는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 집계 통계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돼 관리된 사례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아동학대에 따른 살해의 정의를 재정립해 100여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부검 자료를 전수 조사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숨겨진 또 다른 정인이가 있을지 모르며, 진실이라고 믿던 숫자가 사실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생신고조차 되기 전에 목숨을 잃는 신생아나 ‘일가족 동반 자살’과 같은 사건도 모두 ‘학대로 인한 사망’에 속한다”면서 “해외에선 몸에 뚜렷한 외상이 남는 학대뿐 아니라 ‘방임’으로 인한 죽음도 학대 피해로 보고 ‘은밀한 살인’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이 같은 ‘은밀한 살인‘의 피해 아동 부검 기록뿐만 아니라 ▲가해자와의 관계 ▲가해자의 직업 ▲피해 아동이 처한 가정환경 ▲피해 내용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국과수는 이러한 분석 내용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아동학대 위험성 평가 알고리즘’(아동학대 알고리즘)을 개발해 경찰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에서 아동 피해 사망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관이 학대 피해 가능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아동학대 알고리즘은 정확도 95% 수준으로 숨진 아동의 자료와 주변인 자료, 환경 자료 등을 입력하면 학대 가능성이 얼마인지, 가해자는 누구일 가능성이 큰지 감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준혁 더나은미래 기자 pressc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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