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목)

“손실 최소화하려면 2028년까지 석탄 발전소 폐쇄해야”

“손실 최소화하려면 2028년까지 석탄 발전소 폐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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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석탄 발전소 탈출 시나리오

“국제사회 脫탄소 거세질수록
발전소 적자 시기도 빨라질 것”
韓, 석탄 발전소 손실액 세계 1위
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세워야

유럽 최대 규모의 석탄발전소인 폴란드 베우하투프 발전소. /로이터·연합뉴스

석탄 발전소 탈출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탈(脫)탄소 압박이 전방위로 거세지는 탓이다. 지난달 22~23일 정상 40명이 참석한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들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승 조정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NDC를 연내 추가 상향하고 석탄 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석탄 발전소 퇴출 시점에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후솔루션은 충남대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 영국의 금융싱크탱크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와 함께 국내 석탄 발전소 탈출 시점을 2028년으로 잡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는 공동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금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기후 위기 대응 속도가 빨라진다면 석탄 발전소의 적자 발생 시기는 더 당겨진다”고 전망했다.

“2030년 이후 석탄 발전 대부분 생존 불가”

석탄 발전소 폐쇄는 온실가스 감축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0만tCO2eq이다. 이 가운데 에너지 산업이 2억8760만tCO2eq(약 39.5%)을 차지한다. 석탄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비율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30%로 추산된다.

정부에서는 그간 미세 먼지 저감 대책으로 석탄 발전 가동을 조금씩 줄여왔다. 한국전력 전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면서 석탄 발전량은 전년 대비 13.3%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석탄 발전 퇴출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다가 오히려 손실을 최소화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카본트래커는 “2030년 이후에는 대부분의 석탄 발전소가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특히 국내 가동 중인 석탄 발전소 57기는 수명이 다하기 전에 수익성을 잃으며, 현재 건설 중인 7기 역시 2035~2040년이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손해를 보게 된다고 전망했다. 적자 전환 시점은 2030년.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2028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석탄 발전을 유지하는 것보다 55억달러(약 6조1000억원)를 절감할 수 있다.

석탄 발전소가 경제성을 잃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성을 유지하려면 설비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설비 이용률은 전체 석탄 발전소 용량 가운데 실제로 생산한 발전량의 비율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유엔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낮춘 5억3600만tCO2eq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출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연도별 석탄 발전량을 제한하는 상한제를 도입하고, 전기 공급 방식도 연료비가 싼 순서대로 공급하던 ‘경제 급전’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을 반영해 발전 순서를 정하는 ‘환경 급전’으로 바꾼다. 환경 급전이 적용되면 석탄·석유 등 화력발전소 이용률은 줄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이용률이 늘어난다. 충남대 미래전력망디자인연구실에 따르면, ‘석탄 발전 생존선’은 설비 이용률 39%다. 이 생존선 아래로 떨어지면 발전소를 운영해도 적자가 발생한다.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상당히 보수적인 기준으로 분석해도 2030년이면 대부분의 석탄 발전소가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면서 “석탄을 고집할수록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했다.

“석탄 발전, 질서 있는 퇴장 준비해야”

전력 가격도 변수다. 현재 국내 전력 거래는 현물 시장에서 이뤄진다. 한국전력공사는 발전소에서 생산원가에 일정한 수익률을 더한 가격으로 전기를 사들이는데, 이 금액은 현물 시장 전력 도매가격(SMP)을 초과할 수 없다. 즉 SMP가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발전소가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SMP는 지난 10년간 완만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26.63원이던 SMP는 지난해 68.87원까지 떨어지며 10년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최근 10년 평균 가격은 109.7원이다. 향후 탈석탄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SMP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석탄 발전소 탈출 시나리오는 현행 정책이 강화되지 않고 SMP가 최근 10년 평균 가격으로 유지되는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2030년 이후 수익성을 잃는다는 결론이다.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 발전소 7기가 2035~2040년까지 버틴다는 전망도 크게 앞당겨질 수 있다.

석탄 발전소 탈출 전략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카본트래커는 재생에너지 규모를 2028년까지 태양광 40GW 육상 풍력 14GW까지 확대하면 석탄 발전의 질서 있는 퇴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태양광 27GW, 육상 풍력 13GW 목표보다 약 35% 높은 수준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정부에서 수명을 다한 석탄 발전소를 LNG 발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은 단순히 좌초자산의 자원을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무너져가는 석탄 발전소의 수익성을 지원하기보다 재생에너지 도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석탄 발전소로 인한 손실액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국가로 꼽는다. 석탄 발전소에 투입된 자금이 시장 변화로 경제성을 잃고 부채로 전환되는 ‘좌초자산’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카본트래커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석탄 발전소로 인한 좌초자산 위험 규모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면, 한국은 1060억달러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 760억달러, 남아공 510억달러, 인도네시아 350억달러 순이었다. 이 밖에 일본은 200억달러, 호주는 150억달러였다. 발레리아 이렌하임 카본트래커 애널리스트는 “한국이 지금의 석탄 발전 계획을 고수한다면 친환경 에너지와 녹색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 동향에 뒤처질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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