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투자처 발굴에서 계약까지… 임팩트투자의 기준을 묻다

투자처 발굴에서 계약까지… 임팩트투자의 기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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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임팩트투자사 국내 대표 6곳 설문조사

후보군 10%만 투자 논의 테이블 올라
발굴부터 계약 성사, 평균 11주 소요
임팩트투자 대상·자본 성격 다양해질 것

지난 2월 교육·돌봄 매칭 플랫폼 ‘자란다’는 누적 투자 110억원을 달성했다. 법인 설립 5년 만의 성과다. 지난해에는 수퍼빈이 시리즈B 단계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270억원을 기록했고, 에누마도 220억원을 이끌어냈다.

소셜벤처도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시대가 왔다. 2018년 정부 모태펀드 출자를 기반으로 하는 임팩트펀드의 확산이 신호탄이 됐다. 소풍벤처스에 따르면, 국내 임팩트펀드 규모는 2010~2017년 약 5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이후 3년간 총 5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임팩트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일반 벤처캐피털(VC) 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거쳐 집행된다. 투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설루션이 얼마나 조화를 이뤄내는지가 핵심이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대표 임팩트투자사로 꼽히는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소풍벤처스 ▲HGI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옐로우독 ▲임팩트스퀘어 등 6곳을 대상으로 ‘임팩트투자의 기준’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의 원동력인 임팩트투자의 내부 프로세스를 들여다봤다.

투자 계약 1건에 평균 30건 검토

임팩트투자사는 1건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평균 31건의 투자 기회를 검토한다. 최초 후보군에는 연간 300여 기업이 오르지만 대표자 인터뷰를 거쳐 투자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이후 기업 실사와 계약 조건 협상 등의 과정을 통과하면 투자 계약이 성사된다. 이번 조사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고 계약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1주로 나타났다. HGI의 경우, 투자 계약 1건에 평균 100건의 투자 기회를 검토하며 기업 발굴에서 계약까지 평균 20주가 소요된다고 응답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의 경우 평균 18주, 옐로우독은 10주로 응답했다. 초기 단계 투자를 주로 하는 MYSC는 4주, 소풍벤처스는 6주, 임팩트스퀘어는 8주라고 답했다. 차지은 옐로우독 파트너는 “기업 발굴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시 이뤄지고, 투자 전부터 관계를 쌓는 경우가 많아 전체 소요 기간을 평균화하긴 쉽지 않다”면서 “다만 기업과 투자를 위한 사전 미팅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통상 10주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사들이 투자처를 결정할 때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는 ‘창업자 마인드와 팀 역량’으로 나타났다. 각 5점 만점인 세부 항목 가운데 ‘창업자 마인드와 팀 역량’은 5점 만점이었고, ‘사회적가치 추구’ 4.5점, ‘비즈니스 모델’ 4.1점, ‘산업동향·시장성’ 4.0점, ‘기업 재무가치’ 3.5점 순으로 조사됐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대표자의 역량이나 생각, 문제의식이 투자 기준의 핵심”이라며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 모델을 액셀러레이팅 과정에서 손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투자금도 구해다 넣을 수 있지만, 대표자의 마인드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윤훈섭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제너럴파트너는 “비즈니스 모델이 탄탄하고 사회적가치를 충분히 창출하는 기업이라도 창업자의 지향점에 따라 투자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특히 임팩트투자에서는 사회적 임팩트 요소가 약할 경우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반면 기업 재무가치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투자 대상 기업 대부분이 초기 단계라 재무분석을 통한 기업가치로 판단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차지은 옐로우독 파트너는 “현재 기업가치보다 창업자의 역량과 의미 있는 규모의 임팩트를 만들어낼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지, 임팩트 창출과 재무적 성장 사이에 트레이드오프가 없는 모델인지를 따져보는 게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처 발굴은 ‘업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투자처 발굴 루트는 투자 단계에 따라 다양하다. 초기 단계 투자의 경우, 투자심사역들이 정부 지원사업이나 민간 차원의 스타트업 육성대회에 참여해 직접 발굴하는 편이다. 김정태 MYSC 대표는 “액셀러레이션 등 직접 주관 사업에 지원하는 연간 500여 팀 가운데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뷰를 통해 발굴한다”고 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스타트업 육성 사업 심사 과정에서 참가 팀의 피칭을 듣고 눈에 띄는 기업에 접촉한다”면서 “괜찮은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빨리 픽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기업을 직접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소풍벤처스는 매월 1일 초기 벤처팀을 선발하는 ‘월간 소풍’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발된 팀에는 시드 투자를 하고 12주간 액셀러레이팅을 해준다. 이학종 소풍벤처스 투자총괄 파트너는 “시드 투자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투자 기업을 직접 모집해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한다”면서 “기존에 투자받은 포트폴리오사에서 다른 팀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타율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후속 투자는 업계 관계자 사이의 추천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윤훈섭 파트너는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초기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그룹 내에서 괜찮은 기업가를 서로 소개해주는 식”이라며 “네트워크를 통한 추천 기업은 이미 한 단계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리소스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투자사들이 기대하는 임팩트 창출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사업 모델의 개별 임팩트가 큰 사례다. 발달장애인 직원을 고용해 천연 비누를 생산하는 동구밭의 경우, 비누 제조업만 놓고 보면 사회적가치 창출이 크지 않지만 발달장애인의 안정적인 고용이라는 임팩트는 매우 크게 평가받는다. 이러한 사례는 고용창출형 사회적기업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반대로 개별 임팩트는 약하지만 비즈니스의 확장을 통한 임팩트를 기대하는 사례가 있다. 자란다, 째깍악어 등 교육·돌봄 매칭 기업이 제공하는 개별 서비스의 임팩트는 크지 않지만, 시장 전반으로 확장됐을 때 창출되는 임팩트는 크다. 플랫폼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학종 파트너는 “임팩트투자 기준을 무 자르듯이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궁극적으로 스케일업을 통한 임팩트 창출의 확장 가능성을 확보해야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소풍벤처스 주최로 지난달 17~19일 열린 ‘임팩트 액셀러레이팅 마스터코스’에서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가 소셜벤처 창업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설명하고 있다. 마스터코스는 임팩트 투자를 위한 창업팀 발굴과 관리 방법, 투자 심의 관련 업무 등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임팩트 투자 전문가 프로그램이다. /소풍벤처스 제공

시드투자, 원금 10배 이상 회수하기도

임팩트펀드는 운용 기간을 통상 8년으로 잡는다. 투자사들은 만기를 채우고 청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투자 5년 차부터 기회가 마련되면 조기 회수에 나서기도 한다. 국내 임팩트펀드 원년으로 보는 2018년을 기점으로 조성된 펀드에서 투자 회수(엑시트)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이보다 앞서 임팩트투자를 해오던 투자사들은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의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의 13배를 회수했다. 법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사회적가치와 변호사 매칭 서비스를 통한 재무적 수익을 동시에 이룬 사례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로앤컴퍼니는 현재 시리즈B 투자 단계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소풍벤처스는 텀블벅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재무적으로 IRR(내부수익률) 152%를 기록하며 원금의 19배를 회수했다. 일부 투자사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곳도 있다.

투자사들은 향후 임팩트투자 확산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팩트투자가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과 기후변화 대응 추세와 맞물리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자산운용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보현 HGI 대표는 “향후 임팩트투자 대상은 이해관계자들과 가까운 곳에서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기업부터 기술·인프라 기반으로 간접적 기여를 하는 기업까지 여러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자본의 성격도 재무적 수익을 창출하는 자금부터 자선적 성격을 가진 자금 등으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사모펀드를 통한 경영권 확보로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을 임팩트 극대화 방향으로 개선하는 다양한 임팩트투자 전략도 시도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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