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100% 친환경 신발로 지구 지킬 거예요”

[인터뷰] 계효석 LAR 대표

“입는 걸 바꾸면 얼마든지 환경문제 해결”
생분해 우레탄·폐페트병으로 만든 신발
작년 매출 200% 증가… 대기업과 협업도

LAR은 지난해 4월 아시아 최초로 100% 친환경 소재의 신발을 출시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계효석 LAR 대표는 “최근 패션 업계 화두는 친환경”이라며 “LAR은 환경적인 가치와 디자인, 품질이 모두 높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화승 C영상미디어 기자

“의류 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합니다. 입는 걸 바꾸면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게 가장 안타깝죠.”

LAR은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재활용 가죽부터 페트병으로 뽑은 실, 코르크, 대나무, 인진쑥 등 환경에 해를 가하지 않는 재료로 신발과 가방 등 패션 아이템을 만든다. 소재부터 공정까지 ‘완벽한 친환경’을 구사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창업 첫해인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어 2019년에는 소셜벤처 경연대회 우수상을, 2020년 환경창업대전 스타트업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계효석(32) LAR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그는 “패션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다”면서 “LAR의 제품을 통해 그걸 증명하겠다”고 했다.

LAR의 대표 상품은 운동화인 ‘어스(Earth)’다. 어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유명하다. 계효석 대표는 “어스의 장점은 예쁘고 편하면서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푹신한 밑창은 생분해성 우레탄으로, 신발 안감과 끈은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들었다. “시중에서 친환경 제품으로 팔리는 물건들은 소재의 일부만이 친환경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어스는 제품의 모든 부분이 친환경 소재입니다. 친환경 흉내만 낸 제품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폐페트병을 신발 밑창이나 겉감 등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만, 신발 안감의 소재로 쓰는 건 LAR의 고유 기술이다. 기술을 완성하는 데만 꼬박 4년이 걸렸다. 계 대표는 “초기 제품은 20%만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등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서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100% 친환경 제품’을 완성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어스가 완성된 버전이다. 소비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0% 증가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기업과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출시한 가방은 롯데케미칼과의 합작품이다.

그가 처음부터 ‘친환경’을 고집한 건 아니었다.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좋아하는 패션 분야에서 일하면서 돈을 버는 게 꿈이었다. 그는 “2011년 미국 유학을 시작하며 전공을 패션 경영으로 바꾼 것도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라며 웃었다. 그의 생각이 바뀐 건 공부를 마친 후 미국 패션 브랜드 유통 부문에서 근무하면서다.

“유통 업무를 담당하면서 현실을 알게 됐어요. 업무차 창고를 방문했는데 옷을 만들고 남은 재료들이 수천평에 달하는 창고에 빼곡히 쌓여 있는 걸 봤거든요. 패션으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며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죠. 패션이 ‘환경문제’를 만드는 애물단지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꿈이 그때 생겼어요.”

LAR에는 다른 브랜드에는 없는 디자인 철칙이 있다. ‘최대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만들 것’. 실제로 LAR에서 만드는 가방이나 신발은 유행을 타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에 흰색, 회색, 검정 등 어디에나 어울리는 무난한 색깔이 대부분이다. 심플한 디자인을 콘셉트로 잡은 건 유행 따라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라, 최대한 오래 사용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올해 2월부터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밑창 회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LAR의 신발 밑창은 생분해성 소재로 제작돼 있어서 제대로 매립하면 4개월 만에 88%까지 자연 분해된다는 게 계효석 대표의 설명이다. “가정에서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소각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니까 회사에서 모아서 한꺼번에 매립하려고 하고 있어요. 밑창을 보내주는 소비자에게는 LAR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 5000원을 줄 예정입니다. 처리 과정에서도 비용이 들고 포인트도 제공해야 하지만, 그게 회사를 시작한 이유니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계효석 대표는 “창업하면서 세운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친환경 제품 생산 외에도 수익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결심도 지켜나가고 있다. “회사 이름인 LAR은 ‘Look Around’라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주변을 돌아보자’는 뜻이죠. 신발이 한 켤레 팔릴 때마다 5000원씩 보육원에 기부하기로 했고, 지금까지 약 3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앞으로도 환경을 보호하고 사람을 생각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