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성(性) 불평등이 심화했다는 내용의 유럽연합(EU)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5일(현지 시각) EU가 발표한 ‘2021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성은 가사노동 증가와 고용 불안, 가정폭력 피해 증가 등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남성보다 큰 부담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EU의 ‘2020~2025년 성평등 계획’ 발표 이후 지난 1년간 EU 회원국 내 성평등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작성됐다.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여성에 대한 가정 내 폭력이 급증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이동제한 등 봉쇄정책이 실시된 첫 주 동안 가정폭력 사건이 32% 증가했고, 리투아니아에서도 3주간 20% 증가했다. 가정폭력은 자녀가 있는 부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부부 사이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노동 분야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재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2분기 고용 감소폭은 남녀 모두 2.4%로 같았지만, 3분기 남성 고용률이 전기 대비 1.4% 반등할 때 여성 고용률은 0.8% 증가에 그쳤다.
남녀 간 가사 노동과 보육 부담의 격차도 컸다. 여성이 보육을 위해 한 주 평균 62시간을 쓴 반면 남성은 절반 수준인 36시간을 썼다. 일주일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 23시간, 남성 15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주요 결정권은 남성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U 17개 회원국을 포함한 총 87개국의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115개 구성원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85.2%가 남성 비율이 높게 구성돼 있었고, 여성 위주로 구성된 조직은 11.4%였다. 베라 요로바 EU 집행위원회 부의장은 “여성은 팬데믹의 최전선에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제는 물러서지 않고 공정과 평등을 추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