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토)

[Why ESG] ④앞서가는 일본의 ESG 논의

[Why ESG] ④앞서가는 일본의 ESG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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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UN PRI(책임투자원칙기구)가 발간한 ‘21세기 수탁자 책임’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가 ESG 요소를 고려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2019년 말 기준 세계 50대 경제 대국에서 시행 중인 정책만 500개에 달한다. 영국을 비롯해 EU 국가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지배구조 코드’의 도입을 통해 기존의 투자 관행을 변혁하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정책적인 부분뿐 아니라 투자 사슬 내에서 ESG와 이에 기반을 둔 장기 투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3년 7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 기업과 투자자 간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2014년 8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프로젝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벌어지던 논의들을 일본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게 목적이었다. 단기주의 극복, 기업 지배구조 강화, 기업과 투자자 간의 대화 강화, 기업공개와 보고의 개선, 비재무정보의 역할 등에 관한 논의였다.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 내 자산가와 자산운용사, 자산생산자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총 16차례의 총회와 하위 3개 분과에 대한 회의를 수차례 진행했다. 최종 보고서에는 기업과 투자자가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기업과 투자자가 ‘공통의 언어(common language)’에 기반한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 투자(ESG 요소와 무형 자산을 고려하는 투자)’ 스터디 그룹을 조직해 2017년 5월 ‘협력적 가치 창출을 위한 가이던스’(Guidance for Collaborative Value Creation)라는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기업가치 평가와 관련한 비재무정보의 중요성은 높아지는데, ESG 정보는 여전히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고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어서 기업과 투자자 간의 건설적인 대화를 막고 장기 투자를 방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스터디 그룹이었다.

최종 보고서에는 일본 투자자와 기업들의 장기적 가치 창출 활동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담겼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프레임워크가 확립하고자 하는 투자자와 기업 간의 ‘공통의 언어’를 기업의 정보 공개와 기업 지배구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봤다. ▲가치 ▲비즈니스 모델 ▲지속가능성·성장 ▲전략 ▲성과 및 KPI(주요성과지표) ▲거버넌스 등 6개 항목에 걸쳐 기업과 투자자 간의 장기 투자를 위한 대화의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ESG요소는 이 프레임워크에 통합돼 있다

2018년 11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경영·ESG 투자’ 스터디 그룹을 발족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과 벤처기업 CEO, 투자자 등은 물론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여 6차례 회의를 열었고 2019년 6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스터디 그룹은 SDGs 경영의 성공 사례, 기업이 SDGs를 경영에 통합할 때 취해야 할 접근 방식, 투자자가 그런 기업을 평가할 때 취해야 하는 관점 등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그 과정에 ESG 요소도 통합돼 있었다.

2019년 10월, 일본은 TCFD(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서밋을 개최하고 ‘TCFD 권고안 2.0’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일본 환경부는 2018년 TCFD 연구단을 발족했고 그 해 12월에는 공시를 시작하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TCFD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TCFD 논의를 전 세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일본에서만 총 276개 기관이 TCFD 서포터로 가입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7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또한 일본은 재무적인 정보와 비재무적인 정보의 화합적 통합을 목표로 하는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 논의에서도 전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갖고 있다. 2019년 일본에서 총 513개 기업이 통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전년보다 89개 기업이 늘어난 수치다. 일본에서 통합보고서는 2010년부터 연평균 20%씩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장기 투자와 ESG 관련 스터디 그룹을 2013년부터 운영해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과 투자자가 공통의 언어에 기반한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인식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ESG를 외국의 기관투자자들과 표준 제정기구의 동향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ESG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커지고, 기업과 투자자가 ESG를 고려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보다 강력한 ‘ESG 스토리(story)’가 필요한 때다.

정영일 넷임팩트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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