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토)

“난방비 어쩌나…” 에너지 빈곤층은 겨울이 두렵다

“난방비 어쩌나…” 에너지 빈곤층은 겨울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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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 질환 걸려야 ‘통계’되는 시스템
국내 상황에 맞는 구체적 기준 필요

굿네이버스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
15년간 취약계층에 약 43억원 지원

저소득층에게는 겨울이 두렵다. 소득은 계절 편차가 없는데 냉난방비 지출은 날씨에 따라 널뛴다. 특히 겨울철 난방비는 다른 계절에 비해 평균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에너지 빈곤층에게 한파는 공포다. 에너지 빈곤층은 경제적인 이유로 필수적인 수준의 냉난방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에너지 빈곤 기준을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에 지출하는 가구로 정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저소득 602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의 에너지 빈곤율은 12.5% 수준이다. 이를 겨울철로 좁혀 보면 에너지 빈곤율은 20.3%로 늘어난다.

통계에서 사라진 사람들

에너지 복지 문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에너지 빈곤 가구도 개별 연구와 시민단체의 표본조사로 추산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 복지 정책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 빈곤 해결을 목표로 ▲에너지 바우처 ▲에너지 요금 감면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등 복지 정책을 시행해왔다. 대표적인 제도인 에너지 바우처의 경우 생계급여·의료급여 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데, 최근 3년간 바우처 미사용 비율이 2017년 10%(51억원), 2018년 14%(78억원), 2019년 19%(132억원)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정부 기준은 영국의 개념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고 있는데 기후·주거형태·복지시스템이 다른 국내와는 맞지 않는다”면서 “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통계 자료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빈곤층은 병을 얻으면서 비로소 통계에 들어간다. 질병관리청에서 집계하는 한랭 질환자 통계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한랭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전국 약 500곳 협력 응급실에서 신고받은 한랭 질환자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한랭 질환자는 2262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53명이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이상이 48.8%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직업으로 따지면 무직 44.3%, 노숙인 5.0%로 소득이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한랭 질환 발생 장소의 경우 길가나 집 주변과 같은 실외가 76.9%로 가장 많았지만, 집 안에서도 17.5%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10세 미만 어린이의 71.4%, 65세 이상 고령층의 23.3%는 집에서 한랭 질환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발굴 필요해

민간 영역에서는 통계에 숨겨진 에너지 빈곤층 발굴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2006년부터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를 통해 사연을 보내면, 현장 실사를 통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지금까지 접수된 사연은 1만2000여 개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구가 늘어난 탓에 역대 최다 신청 건수인 약 1700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도착한 사연은 다양하다. 축구 선수가 꿈인 규민(가명)군은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주택에 지낸다. 전기보일러가 설치돼 있지만 전기료 걱정에 작은 온열기에 의지해 추위를 견디다 심야 전기가 들어오는 밤 11시가 돼야 보일러를 켠다. 충남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온 사연에는 아이들이 실내에서도 외투를 벗지 못하고 생활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열 공사를 해야 하지만 갑자기 큰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웃이 지원 신청을 해줄 수도 있다. 강원 지역의 한 대학생은 가출 청소년을 보살피는 동네 할머니를 추천했다. 최근 가출 청소년 중에 임신한 학생이 있어 잠시 데리고 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싸늘한 집 안 환경이 임신부에게 좋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 대신 사연을 보낸 것이다.

‘사랑의 난방비’ 지원 사업은 개인과 시설을 구분해 각각 60만원, 2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15년간 복지 시설 약 1200개소, 취약계층 3000가구에 약 43억원 규모의 난방비를 지원했다. 2014년부터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국민 참여형 모금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겨울에 난방비를 지원받은 부산의 한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아동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까지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며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15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온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장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겨울철 난방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나눔의 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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