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NGO와 15년째 공동캠페인 열고, 10개 이상의 단체와 협력하기도

기업·NPO 사회공헌 파트너십… 업종별 대표기업 41곳 설문조사
성숙도·진정성·전문성 등 189개 프로그램 평가
기업 성향에 따라 협력 파트너 수는 다양해
얼마나 많은 NPO와 파트너 맺느냐보다 끈끈한 관계 유지가 중요

‘더나은미래’는 창간 3주년을 맞아 업종별 국내 대표 기업들의 ‘기업·NPO 사회공헌 파트너십’을 조사했다. IT·전자, 금융·보험, 에너지, 유통, 자동차, 제조·건설, 해운·항공, 화학 등 41곳의 사회공헌 프로그램(189개) 현황을 통해, 사회공헌의 질적 성숙도, 진정성, 전문성 및 임팩트(Impact)에 대한 간접적인 평가를 해볼 수 있었다.

◇NPO 등 외부 파트너십 많은 기업

비영리단체(NPO)나 준정부기관 등 10개 이상 파트너 단체와 협력 사업을 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다음, 교보생명, 포스코, 신한카드 등이었다. 현대자동차는 11개 대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14개 파트너 단체와 일하고 있었다. 서민 창업에 필요한 생계형 차량을 지원하는 ‘기프트카 캠페인'(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 어린이대공원 어린이 교통안전 체험시설 ‘키즈오토파크'(한국생활안전연합), 중국 내몽골 사막화 방지 사업(에코피스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자동차 기술학교를 건립하는 ‘현대코이카드림센터'(플랜코리아·코이카),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사업(씨즈) 등이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파트너 기관의 전문성과 열정 덕분에 큰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글로벌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임직원이 휴가를 대신하여 아프리카로 일주일간 봉사를 떠나는 ‘아프리카 해외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잠비아에서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글로벌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임직원이 휴가를 대신하여 아프리카로 일주일간 봉사를 떠나는 ‘아프리카 해외봉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잠비아에서 임직원 해외봉사단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네티즌 모금 서비스 ‘희망해’와 비영리단체 실무자를 위한 IT 활용 실기 교육 ‘IT Probono @Daum’ 등을 진행하는 IT 기업 ‘다음(DAUM)’ 또한 직접적인 파트너 기관이 30곳이 넘었다. 희망해 모금에 노출된 비영리단체까지 포함하면 900곳이 넘는다. 다음 관계자는 “9년 동안 진행한 ‘지구촌 희망학교’는 파트너 기관을 매년 선정함으로써 다양한 기관의 강점을 배울 수 있고 그 노하우를 다른 기관에 다시 전파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10개 프로그램 모두 10개 파트너 단체와 협력하고 있었다. 저소득 여성 가구주를 간병사로 양성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다솜이재단), 저소득 가정의 미숙아 지원 사업 ‘다솜이 작은 숨결 살리기'(아름다운재단),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5개 기금 지원 ‘사랑의 띠잇기'(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다솜이 가족사랑캠프(한국생명의 전화), 여성공익활동가 지원 ‘짧은 여행 긴 호흡'(한국여성재단), 55세 이상 준고령 은퇴자들에게 생태 해설가로 일자리 전환을 지원하는 ‘숲자라미'(숲생태지도자협회), 경제교육봉사단(JA코리아) 등이다.

대한한공은 환경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지난 2006년 ㈔미래숲이 주최하는 쿠부치 사막 식림행사에 참가하였다. /이태경 기자
대한한공은 환경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지난 2006년 ㈔미래숲이 주최하는 쿠부치 사막 식림행사에 참가하였다. /이태경 기자

한편, 이번 조사에서 기업과 함께 사업을 많이 하는 NPO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11곳), 기아대책(8곳), 함께일하는재단(6곳), 한국해비타트(6곳) 등이 꼽혔다. 임태형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은 “기업 성향에 따라 외부 파트너가 많을 수도 있고, 파트너십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는데, 외부 파트너가 많고 적음에 따라 ‘사회공헌을 잘한다,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파트너십 관계가 끈끈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NPO와 장기 파트너십 유지하는 기업

외부 기관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기업은 유한킴벌리, 푸르덴셜생명, 아모레퍼시픽, 롯데백화점, 시티은행, LG전자, 신세계 등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생명의숲과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15년째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2002년부터 12년째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협력해 난치병 아동 소원 성취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저소득 한부모 여성 가장의 창업을 돕는 ‘희망가게’ 사업을 아름다운재단과 11년째 협력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2004년부터 10년째 환경재단과 함께 어린이 환경학교 운영, 피스&그린보트 후원 등을 진행해왔다. 시티은행은 2006년부터 8년째 한국YWCA연합회와 공동으로 청소년 금융교실 ‘씽크머니’ 사업을 해왔고, 신세계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7년째 파트너십을 이뤄 결연 아동 생활비 후원 사업, 저소득층 환아 지원 사업 등을 해왔다. LG전자는 2006년부터 8년째 도서 소외지역 어린이들에게 환경과 과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이동환경과학교실’을 한양대 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와 함께 운영해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2010년부터 ‘Life’s Green Class’라는 이름으로 인도 푸네대학과 함께 글로벌 CSR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신한카드는 ㈔아이들의미래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전국 300여 개 지역아동센터의 ‘아름인도서관’ 개관을 지원했다. /이덕훈 기자
신한카드는 ㈔아이들의미래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전국 300여 개 지역아동센터의 ‘아름인도서관’ 개관을 지원했다. /이덕훈 기자

정무성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문제는 비영리단체들이 기업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사업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되지만, 기업과 NPO는 서로 기대가 다르기 때문에 잘 합의하지 못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글로벌 CSR에 관심 높은 기업 사회공헌

특정 대상이나 사회문제에 집중하는 ‘소수 정예 사회공헌’보다는, 최소 3개 분야 이상으로 ‘백화점식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이 상당수였다. 업종별 경쟁 기업들의 사회공헌 유사점을 분석해본 결과,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택하기보다 상대 기업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택한 곳이 많았다. 화학 분야는, 효성은 사회적 기업 지원(함께일하는재단), LG화학은 희망 가득한 도서관 만들기(책읽는사회문화재단) 및 화학캠프(기아대책), 한화는 한화예술더하기(한국메세나협회) 등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에너지 분야에선, GS칼텍스가 소외 아동 대상 마음 치유 프로그램인 ‘마음톡톡'(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굿네이버스), 현대오일뱅크가 환경보호 캠페인(UNEP 한국위원회), 한전은 저소득 전기 요금 지원 사업(에너지재단), 한국가스공사는 취약 계층 열효율 개선 사업(사회복지협의회)을 꼽았다. 정무성 교수는 이에 대해 “외국에선 기업이 업종의 특성에 맞게 전략적인 사회공헌을 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사회공헌의 ‘순수성’을 많이 찾다 보니 기업들이 순수한 대상을 찾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업종별 특성이나 유사점이 적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 사회공헌 대상은 아동·청소년·청년 및 글로벌 CSR 분야가 50%에 달했다. 반면, 노인·다문화·장애인 등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임태형 소장은 “아동·청소년이 기업의 잠재적인 고객인 데다, 임직원 자원봉사를 할 때도 지역아동센터 등을 선호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며 “글로벌 CSR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우리 브랜드의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현지 국가와 지자체의 협조와 인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의 시장이 글로벌화할수록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란희 편집장

정유진 기자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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