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전력계획 환경평가서 ‘부실’…석탄발전 조기폐쇄로 재검토해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는 상당히 부실하다”며 “환경부는 반려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들이 최근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재검토를 주장하며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을 지적했다.

지난 4일 환경운동엽합과 녹색연합은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엽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와 탈석탄, 에너지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제9차 전력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제대로 제시되지도 않고 상위 계획과도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환경부는 이 평가서를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 정책의 기본 틀이다. 향후 15년간 석탄화력,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전력 발전원 조합 계획이나 온실가스, 미세먼지 감축 방안 등이 담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은 지난해 12월 확정돼야 하는데, 반년이나 늦춰진 상황이다.

지난달 8일 공개된 9차 전력계획 초안에 따르면, 2034년까지 가동한 지 30년 넘은 석탄발전기 30기는 폐기된다. 현재 석탄발전기 60기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폐기되는 석탄발전기 가운데 24기는 LNG 발전기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신규 건설 중인 석탄발전 7기를 고려하면 석탄 설비용량은 2020년 34.7GW에서 2034년 29GW로 줄어드는데 그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1억9300만톤으로 설정했는데, 지난 2016년 국회가 비준한 파리기후협약의 ‘1.5도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석탄발전을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안대로 하면 파리기후협약 목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3.2배를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2034년까지 석탄발전 30기를 폐쇄한다고 했는데 수명 연장을 위해 투자가 이뤄진 ‘보령 3·4호기’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제시한 석탄화력발전 수명인 ‘30년 룰’ 조차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고 했다. 보령3·4호기는 1993년 준공된 석탄화력발전소다.

이번 9차 전력계획은 처음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관광단지개발 ▲산지개발 ▲특정지역개발 ▲폐기물관리 등을 대상으로 해왔는데, 이번에 에너지 부문이 신설되면서 전력계획도 평가 대상에 올랐다. 이로써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수립하던 전력계획에 대해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의 타당성 등을 환경 측면에서 평가하고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평가서 내용이 상당히 부실하다며 제9차 전력계획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평가서를 보면 각각의 요소가 얼마나 감축 효과가 있는지, 연도별 발전량 추이나 석탄발전 제약방식 등 구체적인 자료는 전혀 제시돼 있지 않다”며 “이렇게 부실한 평가서를 환경부가 ‘반려’ 조치하지 않고 통과시킨다면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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