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3·1운동 100주년…독립운동기념관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전국 60곳 중 국가 예산 지원 5곳뿐
나머지는 지자체·민간 기업에 의지
LG, 독립운동기념관 개·보수 지원

지난해 LG하우시스의 도움으로 시설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만해한용운기념관의 모습. ⓒLG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 100주년을 맞았다. 독립운동의 역사를 담은 현충시설을 방문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현충시설로 지정한 국내 독립운동기념관은 총 60곳. 하지만 운영 상황은 기념관마다 다르다. 기념관 건립은 대부분 독립운동가기념사업회에서 주도하는데, 대부분 국공유지를 얻어 건물을 짓고 국가보훈처나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운영 지원금은 기부채납한 곳에서 받는다.

국가보훈처는 ▲백범김구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윤봉길의사기념관 ▲유엔평화기념관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 등 5곳에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988년 건립된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은 기념사업회의 재정난으로 운영이 어려워져 지난 2014년 소유권을 국가보훈처로 이전한 뒤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나머지 55개 기념관은 각 지자체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지역마다 편성된 예산이 달라 개보수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이 많다.

일부 기념관들은 민간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LG는 지난 2015년 충칭 임시정부청사의 개보수 지원을 시작으로 송재서재필기념관, 매헌윤봉길기념관, 우당이회영기념관, 만해한용운기념관, 도산안창호기념관 등 매년 독립운동기념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1919년 3·1운동 직후 조선의 독립을 호소하는 장문의 서한을 프랑스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전한 심산 김창숙(1879~1962) 선생의 기념관을 개보수하고 있다.

ⓒ더나은미래

‘독립운동의 거목’ 심산 김창숙

“대한 사람으로 일본 법률을 부인한다.”

임시정부 의정원 부의장을 지낸 심산 김창숙은 일제에 붙잡힌 뒤 재판과 변호를 거부해 14년형을 받았다. 일제의 총칼 앞에서도 조선의 기개를 지킨 그는 백범 김구, 만해 한용운 등과 함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꼽히지만, 대중에게 비교적 덜 알려졌다.

경북 성주 출신의 유학자인 김창숙 선생은 일제강점기 유림을 이끌며 민족운동과 항일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다. 그는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을사오적의 목을 베라”는 상소를 올렸고, 1919년에는 유림 137명을 모아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장서를 전했다. 조선의 독립운동에 대한 국제적 여론을 일으킨 ‘파리장서운동’이다. 그는 만주에 무장독립운동단체 서로군정서를 조직해 군사선전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해외 독립운동 기지 건설을 위한 자금 마련과 독립 투쟁을 이어갔다. 일제에 붙잡혀 1927년 투옥되는데, 당시 모진 고문으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다. 이후 1934년 출소했지만, 일제에 의해 재수감돼 감옥에서 해방을 맞았다. 해방 이후에는 성균관대 설립을 주도하고 초대 총장을 맡는 등 민족 교육 사업에 힘썼다.

서울 서초구 반포공원 안에 있는 심산김창숙기념관은 지난 2011년 개관했다. 기념관에는 심산 선생의 활동상을 보여주는 기념홀과 유학자의 면모를 되짚을 수 있는 유학자료실 등이 마련돼 있다. 기념관은 문화센터로 활용되고 있어 연방문객 50만~60만명 수준의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 때문에 일부 시설과 바닥재 등이 상당히 노후화됐다. LG하우시스는 지난해 12월부터 바닥재, 강화 목재 등 자재를 무상 지원해 기념관 개·보수를 진행 중이다. 홍윤정 심산김창숙기념관 학예실장은 “공사가 끝나는 3월 말 기념관을 재개관할 예정”이라며 “특히 3월 29일은 심산이 주도한 파리장서운동 100주년을 맞는 날이라 재개관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우당이회영기념관(왼쪽)과 송재서재필기념관은 LG하우시스의 개·보수 사업을 거쳐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LG

관람객 늘고 만족도 높아져

LG의 첫 독립운동시설 지원 사업은 ‘충칭 임시정부 청사 복원사업’이다.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와 함께 독립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역사의식을 고취하고자 사업을 진행했다.

충칭 임시정부 청사는 중국에서 27년 동안 독립운동을 펼쳐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다. 1945년 1월부터 9월까지 사용된 뒤 폐쇄됐다가 50년 만인 1995년에 일반에 공개됐다. 외무부, 재무부, 국무위원 회의실 등 당시 임시정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청사 안에는 ‘징심정려(澄心靜慮·마음을 맑게 갖고 고요히 생각한다)’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등이 남아 있어 역사적으로도 그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도산안창호기념관은 지난해 8월 시설 개·보수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지난 1998년 개관 이후 20년이 흐르면서 제기된 시설 노후화 문제도 해소됐다. LG하우시스는 전시실과 강당을 정비할 수 있도록 바닥재와 인테리어필름 등을 지원했다. 기념관 관계자는 “개·보수 이후 기념관에서 체험학습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관람객 수도 기존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며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더 많은 관람객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는 경기도 광주 소재 만해한용운기념관을 개·보수했다. 만해기념관 역시 1998년 만해사상 전문가인 전보삼 관장이 사재로 설립·운영하고 있어 큰 비용이 드는 시설 개·보수를 진행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특히 창호가 낡아 냉난방에 큰 어려움을 겪는 문제와 전시장 내 낡은 바닥이 문제였다. LG하우시스는 기념관의 난방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창호, 출입문을 교체하고 바닥재도 새로 깔았다. 전보삼 만해기념관장은 “날씨에 따라 전시 관람에 불편을 겪었던 관람객들의 문제가 해결되면서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우당이회영기념관을 운영하는 우당장학회와 우당기념사업회는 기부금이 부족한 탓에 시설관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에 LG는 지난 2017년 노후된 바닥을 비롯해 출입문, 조명, 의자를 모두 교체하고 벽면을 도색하는 개·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우당기념관 관계자는 “개·보수 이후 관람객 수가 30% 이상 늘었다”며 “우당역사교실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새롭게 단장한 교육 공간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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