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지구 환경 지키는 ‘에코 워리어’,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샘 배럿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환경교육팀장

지난 2일 ‘2018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샘 배럿 UN환경계획 환경교육팀장.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물은 수도꼭지에서 바로 솟아나는 게 아니라 숲에서 옵니다. 신문을 만드는 종이도 가판대가 아니라 나무에서 나오죠.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자연에서 출발합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방사능, 해양쓰레기 등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를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샘 배럿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환경교육팀장은 비영리 단체에서만 20여 년을 뛰어온 베테랑 활동가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서 10년, 시민운동단체 아바즈에서 5년을 일했다. 유엔환경계획에 합류한 지는 올해로 4년차다. 전 세계를 돌며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전파하는 그가 최근 유엔환경계획과 에코맘코리아가 공동 주최하는 ‘2018 UN청소년환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지난 2일 샘 배럿을 만나 환경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방한 첫 일정으로 파주 비무장지대(DMZ)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DMZ야말로 생물다양성에 있어서 진정한 ‘핫 스팟’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는데, 막상 그곳을 마주하니까 경외감이 들었어요.”

유엔환경계획은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에 남아 있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비정부 기구다. 지구상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정부와 함께 손잡고 일한다. 그는 “전 세계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동의 의지,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 본부는 케냐 나이로비에 있다. UN 산하 기구 가운데 세계 최초로 제3세계에 본부를 두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럿 역시 이곳 지역민들과 함께 환경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주로 스카우트연맹과 함께 활동해요. 케냐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활용해 배지를 만들고, 이를 아프리카 유소년 단체에 배포하는 식이죠. 어린 아이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은 지구를 살리는 데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어른이 되면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든요.”

배럿은 “10대 청소년들을 ‘에코 워리어(Eco warrior)’로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환경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코 워리어는 넓은 마음과 지혜를 갖추고 지구가 얼마나 쉽게 파괴될 수 있는지 인지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변화를 위해 행동하고 본인이 세운 아젠다를 밀고 나갈 열정과 힘을 가졌어요. 중요한 건, 누구나 에코 워리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에코 워리어가 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샘 배럿 UN환경계획 환경교육팀장은 전 세계 834개 대학과 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많은 대학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환경 문제가 지구적 과제이긴 하지만, 각국이 처한 현실은 다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주요 이슈라면, 케냐는 비닐봉지가 더 큰 사회적 문제다. 배럿은 이슈나 국가적 특징에 따라 교육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환경 교육의 콘텐츠는 같습니다. 나라마다 소통 방식을 달리 하는 거죠. 교육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관건인데, 해당 지역이 처한 현실을 부각하거나 문화적 요소를 콘텐츠에 접목시킬수록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또 하나,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려 영감을 줘야 합니다. 특히 팩트나 수치를 아이들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유엔환경계획은 매년 ‘세계 환경의 날’(6월5일)이면 ▲대기 질 ▲해양 쓰레기 ▲야생동물 불법거래 근절 등 다양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벌인다. 이 자료는 전 세계 학교 1만4000곳에서 활용된다. 그는 “환경 교육으로 영감을 받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고 제안하고, 교사에게 왜 지구가 플라스틱 때문에 병들었는지, 학교 식당에서 왜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내는지 등을 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 생활 속에서 플라스틱을 만질 때마다 그 위험성을 떠올리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유엔환경계획에서는 국가별 순위나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창립 목적 자체가 전 세계의 환경을 감독하고, 환경보호를 독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 문제에 있어서 우선순위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UN이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에 따르면 환경 문제를 ▲생활과 물 ▲기후변화 ▲미세먼지 ▲방사능 ▲지속가능한 식생활 ▲생활화학물질 등 6개 위원회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 이슈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끌어당기면 다른 하나도 끌려온다 게 그의 설명이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먹는 방식, 출퇴근하는 방식,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는 방식 등을 고민할 거리는 많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죠. 세상을 바꾸는 일은 순간의 선택, 작은 실천으로 가능합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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