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소수의 운동가들만 ‘친환경’을 외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솔루션은 무엇일까요. 더나은미래는 SEED 프로젝트와 함께 기후변화의 현실과 대안을 짚는 ‘친환경 모두를 위한 투자’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인류에게 최고 위협은 핵무기나 내전이 아닌 ‘기후변화’다.”
지난 3월, 미국 유엔 본부를 방문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해)남아시아 홍수로 4100만명이 피해를 봤고, 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90만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며 세계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실제로 인류의 삶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한 하이옌은 무려 8000여 명의 사상자를 냈고, 지난해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어마는 30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강한 엘니뇨(적도 태평양 해수면이 이상 현상으로 평균 이상 높아지는 것)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기아 인구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지카 바이러스와 말라리아, 영양결핍 등 전염병의 증가 또한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연구까지 나왔다.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액은 약 3200억 달러. 우리돈 약 340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밥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류의 에너지원인 농식물들이 떼거지로 폐사하거나 값이 오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것.우리나라에서만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의 수가 2015년 265만마리에서 2016년 614만마리, 지난해엔 726만마리까지 늘었다. 어패류 역시 고수온 현상으로 줄줄이 폐사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양식장에서 40톤의 바지락이 떼거지로 죽음을 맞았고, 지난해에도 넙치, 강도다리 등의 집단폐사가 이어졌다. 우기와 건기가 번갈아오는 아프리카 케냐의 경우, 비가 오지 않아 주식인 옥수수의 가격이 오르는가하면, 소와 염소에게 먹일 풀이 없어 가축 수백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지구촌의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른 기후변화는 기업 경영에도 중대한 ‘환경 리스크’다. 도요타는 지난 2011년 태국 홍수로 4억 달러(4278억원)의 피해를 입었고, 의류 회사들은 가뭄 등 자연재해로 인해 면화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익성도 크게 악화된 바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애플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일찍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전 세계 애플 시설의 탄소 발생량을 54% 감축했다. 중국의 위탁생산업체인 페가트론을 포함해 총 23곳 협력업체에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해, 전 세계 43개국의 사무실과 유통점, 데이터센터 등 모든 시설이 100%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다.
애플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BMW 등 유명 기업이 친환경 경영에 나서면서, 이들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협력하는 기업들 역시 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엔 삼성전자도 2020년까지 모든 사업장이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쓰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글로벌 금융 시장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기존의 화력 에너지 산업으로 흐르던 자금원은 점차 줄고 있다. 세계은행(WB)과 호주 최대 은행인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 등은 신규 석탄 프로젝트에 대해 대출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글로벌 금융회사 ING그룹은 2025년까지 포트폴리오에서 석탄 발전회사의 비중을 0에 가깝게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다. 금융 시스템에도 기후변화 관련 정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개발은행도 대출자산에 대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평가하거나, 온실가스배출량을 산정하는 등 시스템을 도입 또는 계획하고 있다. S&P 등 민간 신용평가사는 신용도 평가에 기후변화 정책을 반영하기도 했다. CDP한국위원회의 ‘CDP 기후변화 한국보고서(2017)’에 따르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기점으로 기후변화 리스크를 주류 금융에 제도적으로 확산·정착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국제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는 ‘기후금융’이다. 온실가스 감축, 자연재해 대비 등 기후변화 대응 사업을 지원하고, 신재생에너지나 탄소배출권 시장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기후금융 규모는 2015년 2990억달러(319조7805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호주 등 기후선진국에서는 ‘그린뱅크(기후변화 전담 공공 또는 준공공기관)’가 기후금융의 주축이다. 영국의 그린뱅크인 ‘그린 인베스트먼트 뱅크(GIB)’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초까지 전체 운용자금의 60%인 10억 파운드(약 1조5047억원)를 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해 해상풍력의 선두자리를 꿰찬 바 있다.
중국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후금융을 견인하는 경우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이례적으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해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 202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약 400조원(약 3610억달러)을 투입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내놨다. 중국 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지난해 12월 전면 개장한 세계 최대 규모의 탄소시장으로, 예상 연간 거래량만 약 30억t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 석탄 발전소 100개를 짓겠다던 종전의 건설 계획을 폐기하는가 하면, 202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약 400조원(약 3610억달러)을 투입하겠다는 자금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역습에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 전 세계는 ‘친환경’을 중심으로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글로벌적인 노력이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