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모기장만으로 수많은 생명 지킬 수 있어요

아프리카와 말라리아

에이즈와 함께 경제성장 저해 요인
가난에 병원·약품 부족 치료도 어려워
모기장 배포 지역 발병 확률 확 떨어져

아프리카를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이었다. 종족 분쟁과 내전으로 폐허가 된 ‘라이베리아’를 취재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처음 보는 아프리카는 끔찍했다. 폭격과 총탄에 의해 파괴된 도시는 UN평화유지군에 의해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소년병으로 끌려갔던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 마을로 돌아왔고, 먹을 것이 없는 소녀들은 한 끼 식사에도 몸을 팔았다. 반군의 세력이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을 취재할 때는 신변의 위협도 느껴졌다.

우간다 쿠미에서 기아대책이 궨찾아가는 진료궩를 하고 있다. 말라리아, HIV 등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늘 노출돼 있지만 치료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우간다 쿠미에서 기아대책이 궨찾아가는 진료궩를 하고 있다. 말라리아, HIV 등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늘 노출돼 있지만 치료시설은 크게 부족하다.

이 모든 괴로움에 더해 날 괴롭혔던 것은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였다.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해 1주일에 한 알씩 약을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구토가 심해졌다. 게다가 말라리아의 종류도 다양해, 복용하는 약으로 예방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불과 몇 주 만에 시력이 0.3 정도 떨어졌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위로했지만, 그 후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거의 6개월이 걸렸다.

이 때문에 이번 한 달여의 아프리카 취재를 준비하며 제일 고민스러웠던 부분도 말라리아였다. 방문하는 아프리카 6개국 모두가 ‘위험 지역’이었다. 아프리카에 도착해 처음 만난 우간다의 박범준 기아대책 자원봉사단원은 웃으며 “이곳에 오면 1년에 최소 2~3번 말라리아에 걸리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잠비크에서 만난 이상범 기아봉사단원도 “매년 한 번씩은 말라리아로 크게 앓는데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말라리아모기는 아프리카 현지인은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자, NGO 봉사단원을 가리지 않는다. 아프리카 경제성장 지연의 원인으로 에이즈와 함께 말라리아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상_사진_말라리아_아동_2011말라리아에 걸리면 극심한 오한과 고열에 시달린다. 심한 경우 목숨을 잃는다. 2009년 말 기준, 세계보건기구(WHO)는 말라리아로 하루에 3000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매년 100만명이 숨을 거두는 셈이다. 사망률이 단일질환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현지에는 병원과 약품이 부족해서 치료가 어렵다. 부모로부터 에이즈를 물려받은 아이들의 경우, 증세가 약한 말라리아에도 바로 숨을 거둔다.

현재까지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것은 모기장 지원 사업이다. 약은 예방 효과도 떨어지는 데다, 가격도 비싸기 때문이다. 기아대책 우간다 공중보건개선사업에 따르면, 모기장을 나눠주기 전에는 한 가족이 한 달에 한 번씩은 말라리아로 고통을 겪었지만, 모기장을 나눠 준 후에는 6개월에 한 번꼴로 발병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기장을 사용한 주민 중 92%가 말라리아에 덜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짐바브웨의 경우 말라리아로 인한 피해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모기장 2000개를 나눠 주고 그 효과를 검증했는데, 모기장 사용 이전 82%에 달했던 발병률이 모기장 사용 이후 12%로 뚝 떨어졌다. 짐바브웨 현내식 기아봉사단원은 “1년에 4~5번씩 말라리아에 걸렸던 주민들이 모기장 사용 이후에는 0~1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모기장 사용-말라리아 발병 횟수
모기장 사용-말라리아 발병 횟수

모기장 하나면 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고, 병에 걸리더라도 적절한 치료약만 있으면 나을 수 있는 질병으로 1년에 100만명이라는 안타까운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삶을 꾸려가는 빈곤층에게 모기장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엄마를 말라리아로 잃었다는 열 살 아이네스는 모기장을 지원받은 후, “모기장이 생겨서 더 이상 가족들과 헤어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세계 정상들은 새천년개발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말라리아를 근절시킬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습하고 깨끗하지 못한 환경에서 모기가 번식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환경 개선 사업이 완벽히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기아대책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말라리아 제로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사업 1차 연도에는 모기장을 배포하고 기본 위생교육에 초점을 맞추며, 2차 연도에는 방역 장비 및 응급 의료 지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3차 연도에는 주민 스스로 문제 의식을 갖고 대처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주민들의 말라리아 대응 역량을 키운다.

우간다의 김용성 기아대책 디렉터는 “모기장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며 “많은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기장 보내기 이렇게 참여하세요
-홈페이지 후원 신청: www.kfhi.or.kr/stophunger/
-전화 (02)544-9544
-ARS: 060-700-0770(1통화당 2000원)
-문자: #95441016(1건당 2000원)
-계좌: 하나은행, 353-933047-42 037(예금주:(사)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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