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굿네이버스 부모교육③ 부모 되기! 이렇게 힘든 준비가 필요하다니

“준비되지 않은 출산은 자녀·부모에게 큰 상처 몸과 마음의 준비 필요”

굿네이버스 부모교육

1. 자녀의 인생은 부모에게 달려있다
2. 소통하는 부모가 꿈꾸는 아이를 만든다
3. 좋은 부모가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4.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좋은 부모 행복한 자녀

“주위를 둘러보세요. 나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나요? 각자의 모습이 다르듯 사람들의 생각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실험을 한 번 해볼까요. 거짓말이란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노래를 서로 이야기해보세요.” 웅성거리는 강당 안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왔다. 빅뱅, GOD, 김추자 등이 부른 동일한 제목의 각기 다른 노래 ‘거짓말’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곡을 유심히 듣고 있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10대, 30대, 50대가 선호하는 노래가 다르듯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녀의 신념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나요?”

지난 11월 16일 오전 10시 40분, 수능을 마친 세명컴퓨터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굿네이버스에서 진행하는 예비부모교육을 듣기 위해서다. 2006년 시작된 이 교육은 지난해까지 총 56만여 명에 달하는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 한 해에만 총 448개의 학교에서 13만여 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았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은 예비부모교육을 통해 좋은 부모란 무엇이고, 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배움을 얻었다.

지난 11월 16일, 세명컴퓨터고등학교에서 열린 굿네이버스 예비부모교육 현장 모습.
지난 11월 16일, 세명컴퓨터고등학교에서 열린 굿네이버스 예비부모교육 현장 모습.

이날 진행된 예비부모교육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 대화 기술을 기르는 것,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우는 것, 책임과 헌신의 마음을 갖는 것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전효인(18)군은 그 중 대화 기술에 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교육 중에 ‘반올림’ 드라마 영상이 나왔는데, 같은 상황 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 저도 여자친구와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거든요. 대화를 할 때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 오늘 강의를 통해 배웠습니다.” 졸업 후 진로와 취업을 고민할 시기, 결혼과 자녀 양육은 이들에게 먼 미래의 이야기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굿네이버스 예비부모교육 강사 주계순(49)씨는 예비부모교육 대상 연령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체적으로 언제든지 부모가 될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모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과 헌신이 요구되는지 잘 모르고 있어요. 행복한 연애와 결혼, 건강한 양육을 위해서는 되도록 일찍부터 청소년이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이뤄진 출산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준다. 2006년 10대의 임신비율은 1100여 건에서 2008년 3300건으로 3배가 증가했고, 2011년 8월 기준 미혼모 시설 입소자의 31%가 19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키울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이 낳은 아기를 죽이는 끔찍한 사건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영아 살해를 저지른 부모의 37%가 20대 미만의 사람들인 것으로 조사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예비부모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네 가지 준비 과정 중 가장 강조된 내용 역시 ‘자기관리 능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학생들은 ‘상식의 편견을 깨는 자기관리 OX퀴즈’를 통해 건강한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했다. 심호진(18)군은 “아이 앞에서 피우지 않더라도 하루에 10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아빠의 자녀는 하루에 3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비록 옆에서 피우지 않더라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몸과 옷에는 담배냄새가 배어 있어서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자연스레 전달된다고 하더군요. 담배를 피우는 아빠는 아이와 놀아주거나 스킨십을 할 때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몸의 건강이 미래 제 아기의 건강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생겨납니다.” 행복한 가족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 부모의 책임과 헌신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자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때부터 2살 무렵까지 약 2400만 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약 2억6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해동(18)군은 “내가 원하는 직업을 찾아서 성실하게 또 자부심을 갖고 일할 것이다. 자녀가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진우(18)군도 “나부터 남을 위해 나누고 헌신하는 사람이 되겠다.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자상한 아빠가 될 것이다”며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상을 그려보았다.

세명컴퓨터고등학교 윤주공 교감은 “부모로서의 책임과 헌신이 항상 힘든 것만은 아니다. 자녀의 모습 속에서 느끼는 기쁨과 감동 역시 부모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성인의 문턱에 선 우리 학생들이 따뜻하고 멋진 부모가 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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