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문화예술에 복지 더한 방식 선호… 자금확보 여전히 숙제

기업의 문화예술사회공헌
문화예술 지원 100곳 중 76곳 실시…사회공헌 분야 다양해져
사업형태 후원·협찬… 금전적 기부 많고 축제 등 자체 프로그램 운영도
해결과제 관리자들의 지지도·인식개선 전문인력·기관과 연계 부족

기업 사회공헌이 사회복지나 교육·장학사업과 같은 전통적인 활동 분야에서 문화예술 영역으로도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문화체육관광부, (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는 10월 한 달간 ‘기업 문화예술 사회공헌 현황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현황을 파악하고,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과 향후의 발전과제를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매출액 상위 기업 중 대외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과 기업 출연 재단 330곳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설문내용에는 사회공헌 현황과 목적, 문화예술 지원 활동 현황과 추진의향, 해결과제 등의 항목이 포함되었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 100곳 중 76곳이 현재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향후에 문화예술교육이나 예술창작지원,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같은 새로운 분야의 사회공헌을 추진하고자 의향을 가진 기업과 기업출연재단도 높은 비중으로 조사되어, 기업 사회공헌의 활동 분야가 다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한 기업의 후원으로 영화촬영을 체험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교육 후원은 음악·미술·국악·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조선일보DB
아이들이 한 기업의 후원으로 영화촬영을 체험하고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교육 후원은 음악·미술·국악·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조선일보DB

기업들의 문화예술분야 지원활동의 주요 목적을 분석한 결과 ‘사회기여’와 ‘기업이미지 제고’가 비슷하게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지중심의 사회공헌 사업의 목적에 대해서는 ‘이미지 제고’보다 ‘사회 기여’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나, 문화예술분야 지원활동의 경우 ‘기업이미지 제고’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사회공헌 컨설팅 업체 플랜엠의 김기룡 대표는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은 고급, 세련 등의 이미지가 있어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예술분야의 경우, 타분야 사회공헌 활동보다 ‘조직문화개선’이나 ‘사내복지’를 기대효과로 생각하는 기업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의 공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G기업의 사회공헌 실무담당자는 “임직원 자원봉사와 같은 형태로 조직원들의 참여가 가능한 다른 분야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는 달리, 문화예술의 경우 공연 지원이나 현물기부와 같은 사례가 많기 때문에, 조직원의 참여가 제한적이어서 조직문화 개선의 목적에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전수환 교수는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통한 사회 기여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의 문화적 변화를 함께 도모하면서 조직 내외부의 균형 잡힌 변화관리를 지향할 때 시너지 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업사회공헌 지원분야를 조사한 결과 이벤트성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러 장르를 지원하는 복수응답사례가 많았다. 응답 기업들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전통문화 등 문화예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지원 대상을 살펴본 결과, 소외계층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여 기업들이 문화예술과 복지를 결합한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술단체, 지역주민을 위한 지원도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최근에는 다양한 장르와 대상이 융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하트하트재단의 장진아 국장은, “실제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문화예술과 복지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 향상이나 재능발견 등의 가능성이 훨씬 크게 나타나는 성과를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사업은 후원 및 협찬이나 금전적 기부를 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사례가 가장 많았지만,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일부 리딩기업들은 직접사업의 형태로 자체적으로 대표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 내용의 경우 문화체험 기회 제공이 24곳, 축제와 행사지원이 17곳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응답 기업의 대다수가 사회공헌 활동에 있어 외부 단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2%는 비영리법인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고, 그 외의 기업들도 출연재단,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전문가 등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해결과제로는 ‘재정확보’가 3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내부 이해 및 지지 부족’을 저해요인 1순위로 꼽은 기업도 25%로 높게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데 조직의 최고경영자나 관리자들의 내부 지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관련 분야 사회공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문화예술 확대를 위한 인식개선과 이를 위한 사회·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내역이 없는 기업 중에서도 58%가 앞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문화예술계 행사 후원이나 협찬과 같은 문화 마케팅 활동을 향후 사회공헌 차원으로 전환할 의사를 밝혀 문화예술 사회공헌 규모 확대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내용은 소외계층이나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이 37%로 가장 높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체험 기회 제공이 23%로 조사됐다. 관련 사업 시행에 있어 저해요인으로는 전문인력 부족과 전문기관과 연계의 어려움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어, 문화예술 사회공헌 전문성 확보에 애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 김민지 사무국장은 “문화예술 분야 기업 사회공헌의 흐름이 기존의 예술가 창작활동 지원에서 기업 고객층을 포함한 일반 시민 또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관련 기관들이 축적한 교육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업과의 협력사업 기획을 활성화하고, 문화예술 전문 인력과 교육 콘텐츠 제공, 수혜자 연계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미상_그래픽_문화예술사회공헌_기업설문_2011

기업 50%, 사회공헌 정보 공유 꺼려

‘기업 문화예술 사회공헌 현황조사’ 결과, 전반적인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회공헌의 정보공개와 의사소통 점수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조사 최종 응답률은 기업 36%(100곳), 기업재단 54%(31곳)로, 과반수의 기업이 자사의 사회공헌 현황에 대한 정보 공유를 거부했다. 조사에 응답한 설문지의 60%도 예산, 사업 내용 등의 핵심 사항에 관한 자료는 제외되어 있었다.

조사에 미응답한 기업들은 사회공헌 정보를 외부와 공유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S기업은 기업 내부 사업의 내용에 대하여 공개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언성을 높였고, P기업과 H기업은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과 기존의 자료를 참고하라며 무관심한 태도로 응대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자사의 사회공헌 규모가 경쟁사와 비교될 우려를 표하며 회사내규상 정보를 반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철희 교수는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하여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영역에서의 정보공개를 통한 투명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국제적으로도 기업의 사회책임 활동에 대하여 이해관계자와의 의사소통과 투명성을 이행 지표로 제시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금 규모와 사용내역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제도적으로도 의무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 또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공익활동에 대한 세제 혜택은 선진국 수준으로 상향하라고 요구하면서, 투명성 제고와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미비한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사대상의 70% 이상의 기업들이 사회공헌 업무를 홍보나 경영지원, 마케팅 부서 등에서 분담하는 것으로 응답했고, 타 부서의 말단사원이 담당자로 기재된 곳도 있었다. 사회공헌 전담부서가 있는 경우에도 조직 규모에 비해 전담인력이 터무니없이 적거나 일반공채로 선발된 직원 중 순환보직으로 관련 업무를 맡고 있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세대재단 방대욱 실장은 “기업의 전반적인 사명 또는 전략과 사회공헌 활동이 연계되지 못하고, 그런 연계를 위한 인력의 구축과 조직 내부의 구조적인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사회공헌의 업무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관련 업무에 배치하고, 그들의 의사결정 권한 또한 강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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